국가는 복지 시스템을 설계하고, 공공 일자리 등의 고용을 포함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 정책을 펼칩니다. 전통적인 정부의 역할이지요.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는 NGO, NPO 등 이름에 제한되지 않고 정부가 닿지 못하는 영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합니다. 하지만 사회가 팽창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 문제는 이 두 주체만으로도 역부족이었기에, 시장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주체로 주목 받게 됩니다. 기업이 자신들의 사업으로 인한 결과인 이윤으로 사회에 공헌(기여)하는 방식으로요.
그러나 현재 기업의 사회공헌은 사업에 따른 이윤뿐만 아니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의무와 역할을 요구 받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기업의 사회적 가치(CSV), 지속가능(sustainable), ESG 등 다양한 용어가 대두되고 이 각각의 개념은 정의가 일부 겹치기에 혼용 되어 쓰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용어들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SR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말입니다. 1953년 미국의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이 저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에서 처음 개념을 설명하였는데요. 이 책에서 보웬은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가 바라는 목적과 요구하는 가치에 맞게 기업의 바람직한 책임을 행동으로 옮기는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1991년, 아치 캐럴이라는 경영학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 등 총 4단계로 분류하였는데요.
가장 기본적 책임인 경제적 책임은 시장에서 기업이 가지는 가장 본연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일자리(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법적 책임은 법과 제도라는 정해진 테두리 내에서 그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늘날 준법 경영이라고 불립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안전하게 생산하고, 또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이 이용함에 있어서 위험한 요인이 없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회계/재무적 위험을 검토하여 투명하게 기업을 운영할 책임을 포함합니다.
법적 책임보다 더 강도 높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윤리적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도덕적 주체로서 요구되고 필요로 하는 도덕적 규율을 준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적 공감의 형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로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기업에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대하는 행동과 의사 결정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기업이 창출한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자선적 책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에 속합니다. 즉, CSR이라는 것은 기업이 사회적으로 준수해야 할 사회적, 법적 책임을 차례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분류한 것을 의미합니다.
출처 : The Pyramid of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Business Horizons를 보고 재구성함
기업의 CSV
CSV란 공유 가치의 창출을 의미합니다. 경제적, 사회적 요건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업의 전략적 경영 활동이나 정책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이 개념은 2006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가 처음 언급하였으며 “Strategy and Society: The Link between Competitive Advantage and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 창출될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이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는 설명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전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이나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가치를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현재 ’임팩트‘, ’사회적 임팩트‘, ’사회적 가치‘ 등의 용어와 혼용 되어 쓰이기도 하고요. 즉, 기업이 사업 수행의 결과 혹은 과정에서 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
기업의 역할을 환경, 사회, 경제 영역으로 구분한 것으로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투자자와 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앞으로는 투자 결정의 기준을 기업의 지속 가능성으로 삼겠다”는 선언을 하며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을 장기적 위험 과제라고 인식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죠. 위에서 말한 기업의 네 가지 책임들을 이행한 결과가 그래서 얼마나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공시 하는 것을 의무화 하였는데요. 2021년 금융위원회의 발표에 따라 2025년 이전까지는 자율적 공시를 하되, 2025년부터 자산 총액이 2조 원을 넘는 상장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의무를 가지게 됩니다.
기업과 ESG
ESG라는 용어는 2005년 국제금융공사(IFC)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하였습니다.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의사 결정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용어로,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 역할, 영향과 사회적 책임 이행 정도, 의사 결정구조(또는 지배 구조)의 건전성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비재무적 성과는 장기적으로 재무 성과에 영향을 끼치고, 둘의 관계는 정비례한다고 여겨지지요. 2006년 UN의 책임투자 원칙이 결성된 이래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ESG는 매우 중요한 투자 결정 요인이 되었습니다.
* 헷갈리는 용어들, 용어에 따른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핵심은 기업이 사회 구성 요소로서 마땅히 다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의무에 대한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생각하여 의사 결정하고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죠. 현명한 소비자 역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 감시 함으로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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