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함께하는 시민행동'에 기고한 글을 옮겨온 것이에요!
- 10분이면 다 읽을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박배민(유랑)입니다 🙂 시민분들께서 예산 감시 활동을 하다 보면 '기금'이라는 용어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요. 기금은 일반적인 정부 재정 운영과는 다른 특징이 있어서, 때로는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오늘은 생활 속 예산 감시를 실천하는 여러분을 위해 기금에 대해 간략히 배워 보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기금이란
정부의 재정활동은 크게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금은 이 두 회계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 돈인데요. 기금은 한 마디로 ‘특정 분야나 사업에 대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 마련하는 예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특별회계나 일반회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셔도 ‘기금’이란 게, 일단 이 두 회계에 속하지 않는 다는 것만 알고 계셔도 충분합니다.
▲ 기획재정부 유튜브 갈무리 Ⓒ기획재정부
우리나라의 기금 운용은 1961년 예산회계법 개정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2007년에는 국가재정법 개정에 따라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운용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법에 기반하여 기금을 설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제5조(기금의 설치) ①기금은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한정하여 법률로써 설치하되, 정부의 출연금 또는 법률에 따른 민간부담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은 별표 2에 규정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설치할 수 없다. <개정 2020. 6. 9.>
②제1항의 규정에 따른 기금은 세입세출예산에 의하지 아니하고 운용할 수 있다.
국가재정법에서는 기금의 지출금액 범위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것을 설정했고, 구체적인 세부 금액은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은 국무회의, 대통령의 승인, 국회 승인을 거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금액이 크지 않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승인 없이 자율적으로 변경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2022. 8. 28. 새출발기금 추진방안 브리핑을 하는 권대영 금융정책국장. Ⓒ금융위원회
기금의 특징
기금은 일반 정부 예산과 달리 국회의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는 유연성을 갖습니다.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국회의 영향력이 덜 하거든요. 기금은 별도의 회계로 취급되기 때문에 정부 예산의 단일성과 통일성 원칙에서도 어느 정도 예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국가의 특별한 정책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탄력적인 재정 운영도 가능해집니다.
기금은, 수입과 지출의 연계가 강하다는 점에서는 특별회계와 비슷하고, 계획의 변경이나 집행절차에 있어서 탄력성이 인정된다는 점이 예산(특별회계, 일반회계)와 다른 점입니다. 큰 특징으로, 기금은 일반적인 정부 재정 운용과 다르게 수입과 지출이 다른 것도 가능합니다. 즉 저축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따라서 기금은 예산이 갖는 일반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특정 사업을 위한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독특한 자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 급부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마지막에 다룰게요.)
기금 사례 - 근로복지진흥기금
▲근로복지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는 기금 관련 내용
구체적인 내용을 보시면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용노동부에서 운용하는 근로복지진흥기금을 한 번 볼까요? 이 기금의 목적은 한 마디로 근로자의 전반적인 생활 지원입니다.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택구입자금 지원이나, 관련 프로그램, 근로자 의료사업 등을 위한 돈이지요.
▲고용노동부의 2022회계연도 예산⋅기금운용계획 개요 중 갈무리
수입원을 보시면 융자금이 있는데요. 이 기금은 근로자에게 필요한 자금을 융자해주는 사업도 하기 때문에, 매년 회수하는 융자금이 수입으로 잡히게 됩니다. 지출에서 보이는 '공자기금 예탁'은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의 줄임말입니다. 공자기금은 공공자금(연기금이나 우체국 예금 등)을 공공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기금입니다. 공자기금의 재원 마련을 위해 근로복지진흥기금의 돈일 일부 보낸다는 뜻이죠. 22년에는 전액 삭감시켰었네요.
기금 비용을 마련하는 방법
기금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조성하는 정부기금과 민간이 조성해서 운영하는 민간기금에 출자하는 유형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담금이라는 유형이 있습니다.
- 정부출연금: 정부 예산으로 조성하는 방법입니다. 개별기금법에 근거를 둡니다. 예를 들어 양곡증권 정리기금, 공무원연금기금 등이 대표 사례입니다.
- 민간출연금: 각종 국민성금, 기부금 등으로 대표되는 민간출연금입니다. 말 그대로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조성하는 기금입니다.
- 부담금: 기금이지만 조세 성격이 있는 기금입니다. 사용자가 부담하는 기금으로, 국민체육기금, 문예진흥기금 등이 있습니다.
▲ 2020. 10. 16.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오른쪽)과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왼쪽)이 기부금 전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은행연합회
위에서 사례로 들었던, 근로복지진흥기금의 경우 이렇게 민간 기부금을 통해 수입을 만들기도 합니다.
기금의 종류와 규모
▲ <재정통계 BRIEF> 2020년 4월 Ⓒ 한국재정정보원
우리나라의 기금은 크게 네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규모 순으로, 사회보장성기금, 사업성기금, 금융성기금, 계정성기금인데요(2022년 기준). 이 중 사회보장성기금은 무려 78조 원입니다. 2024년 정부 예산이 약 657조 원임을 보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보장성기금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을 위한 기금이 포함되어 있고요. 계정성기금에서는 제가 자주 사는 복권과 관련된 기금도 포함되어 있네요. 아래 인포그래픽에는 없지만 새로 조성된 기금으로는 코로나로 재정 상태가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한 '새출발 기금'도 있습니다.
▲ <재정통계 BRIEF> 2020년 4월 Ⓒ 한국재정정보원
Ⓒ 함께하는시민행동 박배민
기금의 문제점
기금에도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기금의 설치 목적과 다르게 정부의 재정적자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달 초에 나온 뉴스를 보면, 세수가 지난 해에 비해 50조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서, 이 중 20조를 기금으로 메꾼다고 합니다(MBC뉴스투데이, 2023.9.4.). 이번에 이용하려는 기금은 ‘외국환평형기금’인데요. 이 기금은 환율에 급격한 변동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를 안정시키고 외환시장의 혼란을 방지할 목적으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사용하는 기금인데요.
여기서 20조 원이나 일반회계로 돌려서 쓰게 되면, 환율로 인한 혼란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관련 뉴스)
▲ MBC 뉴스투데이 화면 갈무리 (23. 9. 4.) Ⓒ MBC
나오며
오늘은 '기금'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함께 알아 보았습니다. 재정과 예산은 겉보기에는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세계지만, 간단히 보려면 또 불가능하진 않죠? :) 앞으로도 예산과 관련된 내용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뵈어요!
참고 문헌
- 서상원, <재무행정>, 이담북스, 2009. 4. 30.
- 한국재정정보원, <재정통계 BRIEF>, 2020. 4.
- 정재진, <우리나라 기금회계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한국정부학회, 2012. 4.
- 고용노동부, <2022회계연도 예산⋅기금운용계획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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