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이 미국 ODA에 미칠 영향은?
지난 11월 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민주당의 카밀라 해리스 후보와 박빙 승부가 예상되던 여론조사와 달리, 위스콘신, 미시간 등 주요 경합지 7개 주에서 우세를 점하며 조기 승리를 확정 지었습니다. 그는 선거 운동~당선까지 40개 이상의 주요 정책 실행안을 공개하며 자신의 정치적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현안과이슈 / by 콜드브루 / 작성일 : 2024.11.24 / 수정일 : 2024.12.06
현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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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을 억지하기 위한 장벽 건설 재개 |
불법 이민자 강제 송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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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권 입국 규제 해제 |
주요 이슬람국 도항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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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권 추가 관세 유지 및 소폭 감세 |
모든 수입품 10% 관세 추가 부과 (중국산 제품 30%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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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통상 관계 유지 |
안보 우선, 중국의 MFN(최혜국 세율) 지위 철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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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지원, 러시아와 대립 |
러시아 침공 종식, 대립 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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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천연가스 채굴 규제 강화 |
석유 등 채굴 규제 완화, 대폭 증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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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방지 '파리 협약' 복귀 |
'파리 협약' 재탈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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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판매 확대에 세제 우대 도입 | EV 이행 제도 폐지 | ||
정부 관료들과 관계 유지 | 관료 유연화 정책 도입 | ||
* Nikkei, BBC, 국가미래연구원, 중앙일보 등 주요 언론사 참조 자체 제작 |
트럼프는 대선 주요 공약으로 멕시코 장벽 설치, BRICS 국가 관세 조정, 불법 이민자 즉각 추방,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전방위적 '미국우선주위(America First)'를 표방했습니다. 외교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아직 없으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이투데이). 전문가들은 ODA 예산이 미국 경제 발전의 도구로 국한되거나 대폭 삭감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Devex). 실제로 그는 이전에도 멕시코시티 정책(Mexico City Policy) 복원, UN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여성기구(UN Women)와 같은 국제기구 지원 중단,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 및 세계은행(World Bank, 이하 WB) 탈퇴를 언급하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2016년 첫 임기 때와 비교하면, 현재 트럼프의 공화당 내 영향력은 더욱 강해진 상태입니다. 경선 결과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죠. 첫 집권 당시 '공화당 하원 의원들의 견제'로 정책 실행에 제약을 받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보다 과감한 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워싱턴 DC 소재 민간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조지 잉그램(George Ingram) 선임 연구원은 "2016년과 현재의 차이는 트럼프가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번에는 특히 하원에서 공화당원들이 트럼프를 제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風前燈火: 변화의 기로에 선 美 대외원조
미국은 세계 최대의 양자공여국입니다. OECD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ODA 규모는 63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급증한 수치입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당시 의회를 압박해 외교 예산을 삭감하려 시도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양자 ODA를 전담하는 USAID의 예산은 31% 삭감하라고 요구했었죠(KBS). 의회는 이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외려 국무부의 예산을 증액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올해 7월, 조지아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Majorie Taylor Greene)은 USAID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하며 미국의 안보와 국익이 우선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Forbes).
트럼프 1기 행정부 고위 관리 및 지지자들이 공동 집필한 공화당 정책 제안 Project 2025 보고서에는 USAID의 인도적지원이 전쟁 당사자들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전쟁을 지속시키고, 부패한 정권을 지지하게 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 보고서와 공식적인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향후 이들이 다시 트럼프 내각에서 활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무부, 보건복지부, USAID 등 주요 ODA 집행 기관 내에서 복음주의 기독교 보수주의자의 영향력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파트너로 남아 있습니다(BBC). 당시 트럼프의 지명을 받아 USAID 고위직을 역임했던 Primorac은 "해외 경험이 있는 전직 선교사, 디아스포라 출신 베테랑"이 USAID에 채용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죠(Project 2025).
세계은행과 UN 에이전시, 주요 국제기구의 운명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임기 막바지 WB 일반 기여금을 증액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산하 최빈국 지원 기금인 IDA(International Development Association) 지원금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퇴임 전 약속보다 감소했죠. 세계은행 내부에서는 트럼프 승리 이후 재원 충원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직접적인 비판보다는 상황을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잇달아 진행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은행 총재 아제이 방가(Ajay Banga)는 트럼프에 대해, '미국 행정부 정책과 WB의 방향성이 대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는 방향성과 가치를 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IMF 총재 게오르기에바(Georgieva) 역시 트럼프 행정부와 일한 경험에 대해 '까다롭지만, 긍정적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Reuters).
미묘한 관계였던 다자은행과 달리, UN은 상황이 더 어렵습니다. 일찍이 주요 UN 기관 탈퇴 및 기여 예산 삭감을 발표한 바 있었던 트럼프였죠. 특히 1기 행정부 당시 평화유지비 지출 거부는 UN 내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당선을 축하하며, 미국과 UN이 국제 관계 개선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반복하여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이스라엘의 비엔나 협약상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되었습니다(한겨레). 트럼프의 對중동 입장을 볼 때, 공화당이 그와 그의 기구를 가만히 내버려두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파리협정 탈퇴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기존에 탈퇴한 바 있던 WHO를 어떻게 다룰지가 2기 행정부 다자외교 방향성의 직접적인 가늠쇠가 되겠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집권 시기 빠르게 WHO로 복귀했으며, 그 이래 WHO 최다 공여국으로 지난해에만 기관 전체 운영비의 16%를 부담했습니다(WHO).
지역화(Localization): 소용돌이 속에서도 굳건할 핵심 의제
미국의 대외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되지만, 지역화 정책만큼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도 굳건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역사회-NGO 등 풀뿌리 조직에 투입되는 원조 규모는 최소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이죠. USAID는 2025년까지 전체 예산의 25%를, 2030년까지 절반 이상의 예산과 프로그램을 풀뿌리 조직에 배정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지역화는 현 USAID 처장 사만다 파워(Samantha Power)의 주요 정책이었습니다. 프로젝트 2025의 저자들 모두 그 동기는 민주당과 다를지라도,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지역 주민에게 권한과 책임을 더하는 도덕성과 주인의식에 초점을 맞춘 반면, 공화당은 비용 효율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까놓고 말하면 현지 교회나 NGO와 일하는 게 정부와 파트너쉽을 맺거나, 미국의 고학력 인력을 파견하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것이죠. 제 사족을 덧붙이자면, 지역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OECD 공여국의 주요 ODA 집행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지역화(Localization): 소용돌이 속에서도 굳건할 핵심 의제
미국의 대외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되지만, 지역화 정책만큼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도 굳건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역사회-NGO 등 풀뿌리 조직에 투입되는 원조 규모는 최소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이죠. USAID는 2025년까지 전체 예산의 25%를, 2030년까지 절반 이상의 예산과 프로그램을 풀뿌리 조직에 배정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지역화는 현 USAID 처장 사만다 파워(Samantha Power)의 주요 정책이었습니다. 프로젝트 2025의 저자들 모두 그 동기는 민주당과 다를지라도,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지역 주민에게 권한과 책임을 더하는 도덕성과 주인의식에 초점을 맞춘 반면, 공화당은 비용 효율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까놓고 말하면 현지 교회나 NGO와 일하는 게 정부와 파트너쉽을 맺거나, 미국의 고학력 인력을 파견하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것이죠. 제 사족을 덧붙이자면, 지역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OECD 공여국의 주요 ODA 집행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2021년 이래 매년 발간되고 있는 USAID의 Localization 현황 보고서 / 출처: USAID
과연 트럼프가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트럼프가 실제 정책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서 기인합니다.
첫째,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의 USAID 처장 마크 그린(Mark Green)은 사만다 파워의 USAID와 동일한 우선순위를 두고 운영되었습니다. 즉, 모든 게 새롭게 바뀌기보다는 전임 정권의 기조를 어느 정도 이어받아 운영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USAID의 최대 단일 프로젝트는 차세대 보건 공급망(NextGen Health Supply Chain) 구축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린 처장 시기 구상되었고,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종료되지 않은 상태로, 다음 공화당 행정부는 본인들이 과거에 승인한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USAID는 지난 20년간 어떠한 변화에도 놀라울 정도로 저항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왔습니다. 우리는 9.11 테러 이래 수많은 안보 위협 사건을 떠올리며, 미국 ODA의 방향성이 크게 바뀌어왔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ODA 정책이 큰 폭으로 변화했던 적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근본적인 USAID 자체 재원 부족도 한몫합니다. 이 기관은 언제나 의회의 감시 아래에 있었고, 의원들은 국내 이슈를 처리하는 법 집행 기관들보다 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해외원조기관의 행정비에 큰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았죠. 늘 인력이 부족해 왔습니다. 새로운 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할 여력; 돈과 사람이 없다는 거죠. ODA 정책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ODA의 새로운 활용책으로써 경제발전(투자) 목적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도입하거나, 지역화 지출을 늘리려 하더라도, 실행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1기 행정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트럼프의 재선이 OECD DAC를 비롯한 국제개발협력 주요 에이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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