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카이브 46] 조직의 책무성을 상징하는 거버넌스 - 거버넌스는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가?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08.05 / 수정일 : 2024.09.12

 
기획아카이브 46~48은 3회차에 걸쳐 <비영리의 책무성>을 주제로 한 글을 소개합니다. 최근 '비영리 책무성'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영리 책무성'은 재정, 성과, 사명 등의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재정적 책무성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도 합니다. 기획아카이브를 통해 거버넌스, 법과 제도, 재정적 측면에서의 '비영리 책무성'에 대해 살펴보고, 비영리 단체나 활동가들이 책무성을 이행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비영리 책무성 이행] 아카이브 보러가기
 [비영리단체 책무성 – 회계 투명성 강화] 아카이브 보러가기


이와 관련하여 활동가학습플랫폼 판에서도 [비영리단체의 나침반: 책무성을 위한 실천 가이드(1), (2)]가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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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책무성을 상징하는 거버넌스
거버넌스는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가?

NPO스쿨 대표 이재현

책무성은 책임을 준수한다는 뜻이고, 투명성은 참여를 개방한다는 뜻이다. 비영리조직 최고의 책임은 자기 사명을 실천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이러한 책무성의 정의와 달리 투명성이란 책무를 수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공개하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하는 일이다. 비영리조직의 책무성을 분류하면 이론에 따라 사명, 거버넌스, 성과, 재정 등의 측면에서 다루어진다.


accountability(책무성)이란 영단어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회계(account) 차원의 책임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회계란 법과 규칙에 준수해야 하는 성질의 업무다. 그러나 법과 규칙을 준수한다는 의미는 소극적 책무를 뜻한다. 적극적 책무란 법과 규칙을 준수함이 아니라 법과 규칙을 개혁하고 개선함을 뜻한다. 법과 규칙에 순응하는 것만이 마치 비영리조직이 추구해야 할 최선의 책무성인 양 여기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축소하는 역행에 가깝다. 이러한 편향이 편중된 오늘날 책무성은 어느새 재정적 책무성으로 단순화되었고, 다시 회계 투명성이라는 언어로 대체되었다. 

주지했다시피 적극적 의미에서 책무성이란 조직과 시민 사이에 존재하는 공유가치에 대한 실천적 결과물을 증명하는 일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를 미션과 비전으로 선언했는지, 그 성취를 위한 실천의 과정에서 참여가 보장되고 민주적으로 실행되었는지, 그래서 그 결과물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등은 모두 비영리조직의 본질적 책무다. 기업은 목적을 실현하지 못할 때 자기가 손해를 보지만, 비영리조직은 목적을 실현하지 않으면 사회에 피해를 준다. 이러한 기준은 영리와 비영리의 경영 문법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오늘날 비영리조직의 회계 투명성이 세상의 모든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이를 주의해야 한다. 아무리 재정적 투명성을 갖추었다고 해도 조직의 목적인 미션과 비전을 위해 분투하지 않고 합당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조직의 책무성이 더 위험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책무성은 왜 준수가 어려운가? 조직에 비윤리적인 사람들로만 모여있어 그런가? 조직을 이끄는 거버넌스가 정직하지 못해서인가? 어느 것도 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책무성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방법을 모르는 미온적 인식에 존재한다. 다른 말로 비영리조직에 대한 운영적 전문성이 부재하기에 책무성을 준수하기 힘든 것이다.
운영적 전문성은 이사회로 대표되는 거버넌스의 영역일 것이다. 현장의 많은 비영리조직이 그들의 이사를 영입할 때 어떠한 기준으로 발굴하고 있을까? 대체로 조직의 운영이 열악하기에 동참할 사람조차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이사가 조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도 어렵거니와 주기적으로 이사들이 자기 직무를 점검/평가한다는 것은 더 어렵다. 이사회 개최를 최소화하며 웬만해서는 이사들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는 최소한의 운영을 시도하기도 한다. 혹여나 비영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영리(기업) 출신을 거버넌스에 초청하는 순간 조직은 효과보다 효율이 추구되고, 의미보단 실적이 우선시되며 조직의 책무성은 재정적 투명성이란 말로 쉽게 환치되기도 한다. 책무성은 과연 준수되고 있는 것일까?


현대 비영리조직의 책무성은 전문성을 전제로 한다. 비영리조직은 자격 없는 아무나 운영할 수 있다는 관점은 비영리영역의 확산에 기여했는지 몰라도 어떤 면에선 비영리조직 종사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특히 운영적 전문성이란 조직의 특질을 이해하는 힘이다. 비영리조직의 독특성 중 대표적인 요소는 거버넌스다. 영리조직의 거버넌스는 ‘소유권을 가진 자’들이다. 반면 비영리조직의 거버넌스는 ‘책무성을 가진 자’들이다. 둘 다 지배구조(dominant coalition)로 불리고 대표성을 가지지만 전자는 그 힘의 원천을 소유 여부에서 판단해 ‘투자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후자는 책임 의식 여부에서 판단해 ‘봉사자’의 정체성을 가진다.
따라서 비영리조직의 책무성은 곧 거버넌스의 책무성과 직결되는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다면 거버넌스의 진정한 책무성을 재정적 투명성으로만 이해하게 된다. 

국민의 성금과 세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조직이 끼칠 수 있는 가장 큰 사회적 민폐는 남의 돈을 받아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무의미한 일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거버넌스는 조직의 사명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와 자원을 결집해 성과를 내는 일련의 과정을 책임지는 자들이다. 이사회로 상징되는 거버넌스의 구성원이 제대로 된 관점이 없다면 조직의 운영은 형해화되어 사회적 재정을 낭비하게 된다.
그러니 비영리조직이 두려워해야 할 일은 회계장부를 정교하게 구성하지 못하는 일이 아니라 지원받은 기금으로 변화를 창출하지 않고 그저 투명하게 집행했는지에 대한 보고만을 우선시하는 목적 전치의 상황이다. 영미권은 어떨까?


1970년대부터 사회적 회계(social accounting)라는 이름으로 비영리조직의 책무성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있었다. 최초의 시작은 본래 기업을 감시하기 위함이었지만 1980년대 말부터 현장의 회계사들을 중심으로 비영리조직의 비가시적 성과를 재무보고서에 포함하는 방안이 구상되기 시작했다. 이어 미국의 회계규칙 GAAP를 관장하는 미국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를 중심으로 비영리조직의 재무보고서에 투입된 자원의 성격, 활동과 서비스에 관계된 노력, 자원봉사자의 노동 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된다. 이 근저에는 비영리조직이 기업회계의 원칙을 따르게 되면서 본연의 사회적 책무를 배제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섞여 있었다.
2000년 Institute of social and ethical accountability(사회윤리책무성연구소)가 ‘회계보고서에 이해관계자의 활동과 영향을 포함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사회적 회계’로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로직모델, 변화이론, BSC와 결합한 이론도 발표되고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통해 체계화도 가속되었다. 이러한 흐름으로 기존의 재무적 성과만을 자랑하던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에서 지속가능성 보고서, 윤리경영보고서 등이 탄생하게 되었고, 오늘날 회계감사뿐 아니라 사업감사를 선임하는 배경이 되었다.

 

<이재현, 건강한 비영리경영, 2024. 한국문화사> 중에서, 
 


1636년 영국 식민지 시절 미국은 New College를 설립했고, 이후 하버드목사의 유산기부를 통해 세계 최초의 현대식 사립학교 하버드대학으로 재창립한다. 2023년 현재 하버드대학의 운용 기금(endowment fund)은 최소 500억 불(한화 65조 원)이다. 만일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이사로 참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혹은 회계 투명성만 준수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기금운용이니 기업인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는 것일까? 펀드매니저나 공인회계사는 어떨까? 이 조직이 준수해야 하는 최고의 책무성은 기관의 목적에 맞게 이 기금을 성공적으로 운용하는 일이다. 회계 투명성 준수만 추구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커진다.
영미권의 비영리조직 거버넌스는 이사회(board of directors)라 지칭되지만, 대학과 같은 기금 기반의 비영리조직 이사회는 board of trustees라 명명된다. 이사를 trustee라 칭하는 이유는 기관의 운용기금(endowment fund)을 대리위탁하는 정체성과 기금 보호자로서의 책무 때문이다. 이러한 식의 독특한 명칭은 단순 표현 차원의 이슈가 아니라 책무성을 외연화하여 정체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상징어로 이해해야 한다. 비영리조직의 책무성이 거버넌스의 책무성으로 대표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없는 조직’을 꿈꾸는 거버넌스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조직’을 꿈꾸는 거버넌스가 더 높은 수준의 책무성이며, 이러한 전략적 방향을 결단하는 주체가 거버넌스다. 

출처: NPO스쿨 홈페이지

거버넌스 측면에서의 책무성 준수 방법은 거버넌스의 법적 지위를 소유한 이사회의 건강한 운용에서 찾아야 한다. 이사회의 제대로 된 운용은 이사회의 인재상 수립, 인재상에 적합한 신규이사 발굴/영입, 신규 이사 오리엔테이션, 이사직 수행/교육, 이사회 평가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전체 단계 중 책무성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이사회의 인재상 수립이다. 이사회의 인재상은 조직의 비전체계에 근거해야 한다. 비전, 가치, 관계 등의 관점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관점을 가진 인재상을 확립한 후 적합한 인재를 찾아야 한다. 영입 이후, 조직을 익히고 문제없는 이사직을 수행하기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한다. 신규 이사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최소한의 노력이나, 온보딩 기간이 길게 설정할수록 이사직 수행은 생산적이며 높은 책무성을 보인다(Conger). 이사직을 수행하는 단계에서의 재교육을 통해 책무성에 대해 환기하는 단계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관련 논문에서, 이사회 교육이 많을수록, 이사회 회의가 많을수록 책무성 준수가 높았으며 한국은 평균적으로 교육과 회의가 영미권에 비해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이창민, 2017 기빙코리아: 비영리 공익법인 운영실태와 지배구조). 한 해의 활동이 마무리될 때 이사회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사회는 피평가 기관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다. 따라서 자가 평가를 기본으로 하여 성찰의 시간을 조직이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에 관련된 지표는 다양한 컨설팅 기관에서 제공하고 있어 참조할 만 한다.
 

이사직무 자가점검지표

Yes

No

Not sure

나는 기관의 비전체계를 정확히 이해하며 지지하고 있는가?

 

 

 

나는 기관의 사업과 프로그램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는가?

 

 

 

나는 기관과 관련된 중요한 변화와 트렌드에 대해 알고 있는가?

 

 

 

나는 기관의 모금캠페인을 돕는가? 혹은 개인적으로 정기기부를 하는가?

 

 

 

The Handbook of Nonprofit Governance, 2010, BoardSource. BoardSource. 
Published by Jossey-Bass. 일부 발췌


이사회를 ‘잘 운용한다’는 뜻은 결국 이사회의 책무성을 향상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이사회의 지향점에 관한 총체적인 요소를 자체 개발한 ‘표준지침’도 있어 누구나 참조가 가능하다. 미국은 주(state)별로 Council of Nonprofits(비영리조직협의회)가 설립되어 있어 홈페이지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흔히 「Principle and practice for nonprofit excellence」로 명명된 이 문서는 이사회의 모든 직무를 약 10개 항목 200개에 가까운 지표로 제시하고 있어 신규이사의 기초교육과 재교육에 나침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지침을 통해 각자의 역할과 책무(role & responsibility)를 결정하고, 관리하며, 회고하는 방법이다.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08.05 / 수정일 : 2024.09.12 / 조회수 :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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