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친구를 바랐었다.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쉽게 발 내딛지 못 하고 있을 때, 나를 공개하고 내 세상의 문을 여는 데 용기를 내지 못해 망설이고 있을 때, 내게 어느 낯선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두려웠다. 누구일까, 왜일까 많은 물음표가 생겼다. 그렇게 약간의 두려움과 궁금증으로 소크라데스 클래스 청춘인생학교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를 먼저 찾아준다는 것은 언제나 감격스러운 일이다. 이 넓은 세상에서 나의 작고 작은 세상을 찾아낸 낯선 사람과 낯선 세상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청춘인생학교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닮고 싶은 사람들,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따뜻한 사람들.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내겐 스승이었다. 웃는 모습, 서로 이야길 나누는 모습, 들어주는 모습, 서로의 의견을 묻는 모습,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가 묻어나오는 ...그들의 표정과 몸짓. 그 이야기를 보면서 가슴이 벅차 올랐다. 마치 한 편의 멋진 뮤지컬을 보는 듯 황홀했다.
그중 박상미 선생님의 말씀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언젠가 과거의 상처받은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 그러나 들을 수 없었던 말들을 듣게 되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못해 가슴 아파했던 마음을 다른 사람이 대신 말해주는 일, 참 놀라운 일이고, 놀라운 만큼 큰 위로이다. 스스로 아픔을 말하지 못 할 때, 타인이 그 마음 먼저 말해주는 일은 그래서 상처를 소독할 눈물을 펑펑 흘리게 한다.
타인의 아픔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라도 난처하고 불편해서 그 아픔을 덮어버린다. 그러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덮어주고 간 이불 밑에서 소독조차 하지 못한 상처는 더 깊어질 뿐이다. 그러나 박상미 선생님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시면서 이불을 걷어내고 소독을 하고 계셨다. 이렇게 위로하고 계셨다. 한발 더 나아가 함께 울어주며 하나의 상처를 소독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정화하고 계셨다.
나의 좁디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다른 외계를 보았다. 나의 세상이 답답했고 외로웠다. 내 세상에서 고개를 들고 다른 사람들을 보라는 말씀, 잊지 말아야겠다.
삶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을 만날 것이냐의 고민, 그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의 고민, 그것이 결국 삶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이곳의 사람들과 함께 그 고민을 나누고 싶다. 나를 온전히 보여주는 일은 두려운 일이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낼 따뜻함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사람들. 오히려 나를 다 풀어내고 싶게 만드는 푸근함을 뿜어내는 사람들이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불편해 일찍 자리를 뜨게 되는 나였지만, 그날 밤 늦도록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인연을 믿는다. 그 자리를 그렇게 떠날 수 없게 만든, 처음 만났지만 낯선 사람들이 아니었던 사람들. 나이, 지위, 직업 그 무엇도 따지지 않고, 친구란 말을 꺼냈고, 그런 말이 필요없을 만큼 친구처럼 보였다. 지란지교.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든든한 마음으로, 오늘도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다짐한다.
코멘트를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