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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방법을 확장하기-온몸으로 책을 읽는 모임]-두번째 모임후기
작성자 : 히릿, 작성일 : 2015.09.21, 조회수 : 2323

저희 '독서의 방법을 확장하기-온몸으로 책을 읽는 모임'은 8월 15일의 첫번째 책모임에 이어 9월 12일 두번재 책모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일정: 9월 12일(토요일)
장소: 더풀 하우스
- <다시, 나무에게 배운다>를 함께 읽고 '나무에게 '배운다'-한국에서 장인으로 산다는 것' 을 주제로 나전칠기 작가이신 오유미 강사님을 모시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은 1300년 전 아스카 장인들의 기술과 지혜를 손에서 손으로 익히고, 물려 온 장인들, 궁궐목수들의 어제와 오늘. 그 내밀하고 살뜰한 풍경을 담은 『다시, 나무에게 배운다』입니다. 『다시, 나무에게 배운다』는 일본 신초샤가 펴낸《木のいのち木のこころ-天·地·人》 가운데 ‘地’편과 ‘人’편을 옮긴 것으로 오가와 미쓰오와 그이 제자 9명의 인터뷰를 엮은 구술기록책입니다. 저번 모임에서 읽은 「나무에게 배운다」의 구술자인 호류지(法隆寺, 법륭사)의 마지막 대목장 니시오카 쓰네카즈에게 궁궐목수의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힌 오가와 미쓰오는 자신이 어떻게 목수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그 운명과도 같은 삶의 여정을 풀어 놓습니다. 그는 열여덟에 떠난 수학여행. 난생 처음 보는 호류지 오중탑에 온전히 마음을 빼앗겨 대학에 가느니 1300년 전에 아름다운당탑을 세운 장인들의 피와 땀을 배우는 게 낫겠다고, 은행원이던 아버지처럼 남의 돈을 가져와 여기에서 저기로 옮기기만 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 뭔가 실체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그는 스무 살이 되던 1966년 2월, 그는 호류지의 대목장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문을 두드립니다.

 

    

“우리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가르친 녀석이나 스스로 깨친 녀석이나 십 년 정도면 다들 실력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앞으로가 다릅니다. 발전하는 폭이 다른 거죠.

우리가 할 일은 조용히 입을 닫고 그 무엇에도 상관하지 않는 겁니다.

먼 길을 돌아오는 제자를 기다려 줄 수 있으면 되는 거죠.”


- 오가와 미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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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형광펜으로 그어보기도 합니다. 쓱쓱 :) 

 

 

의진님은 13쪽의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란 글귀가 마음에 와닿아 형광펜으로 그어 놓으셨다고 합니다. 오가와씨가 처음 목수의 일을 배우고자 이리저리 알아보다 니시오카라는 궁궐목수를 소개받고 무작정 호류지에 가게되는데 오가와씨가 호류지에 갔던 그 무렵에는 니시오카라 불리는 목수가 세명이었고 (오가와의 스승이 된 니시오카 쓰네카즈 선생의 아버지와 형까지 세명의 니시오카가 있었던 셈! 이 세사람 중 처음에 오가와가 소개받은 사람은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아버지 니시오카 나라미쓰씨 였다.) 그 중 우연히 니시오카 쓰네카즈 선생이 그곳에  마침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스승과 제자로서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의진님은 '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고 나눠주셨습니다. 

이 밖에도 저희는 책 후반부에 나오는 제자들의 인터뷰에 관한 부분을 나누며 이카루가코샤(도제집단)에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곳에 모인 제자들은 각기 다른 출신과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로 나무를 다루는 일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밥을 짓고 청소,빨래까지도 나누어 담당해야합니다. 오래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도 있고 실력을 쌓아 독립하는 이도 있습니다. 저(히릿)는 특히 저번 책에서 '나무의 성깔을 살려 강하고 튼튼하게 만든다'는 니시오카 대목장의 말처럼 이카루가코샤 또한 젊은이들의 거칠고 모가 난 성격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고등학교 중퇴생, 본드를 들이마시던 녀석들. 그런 아이들이 이카루가코샤에서 진득하게 자리를 잡아 갑니다. 자연스럽게 말이죠.
여기에 들어온 녀석들은 전부 친구로 지내요. 그러니 비뚤어지거나 엇나갈 일이 없지요, 그래서는 아무것도 안 되니까.
뒤틀린 성격은 날붙이를 갈 때 방해가 됩니다. 계속 그렇게 뒤틀려 있어서는 목수도 뭣도 아무것도 안 돼요.
하지만 비뚤어지고 뒤틀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때가 있고, 한번쯤은  그런 시기를 지나 볼 만도 하지요.
이런 것들이 인간을 강하게 만드니까요. 그렇다고는 해도 언제까지나 그렇게 비뚤어져 있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죠."


-167쪽 발췌      

 
사회는 어느새 이상적인 인간상을 정해놓고 이 기준에 못미치는 사람은 너무나도 쉽게 -모든 부분으로 확장하여 -'미달'이나 '실격'으로 처리하고 판정지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되짚어 보았습니다.

책을 나누고 나서 나전칠기 장인이신 고암 오왕택 선생님의 제자이신 오유미 선생님을 모시고 '나무에게 '배운다'-한국에서 장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예전 한 방송에서 방영된 영상을 통해 직접 오왕택 선생님의 작업실과 제작과정을 둘러 보고  선생님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전칠기 제조과정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어서 우리 모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에는 섬세하고도 심여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무척 고되고 힘든 과정과 시간이 반복되었습니다. 오유미 선생님께서 직접 작품들의 사진을 보여 주며 제조과정을 설명해주시는 모습입니다. 작품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나전칠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저희들에게 조곤조곤 자세히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직접 사사받으며 느끼는 과정들에 대해서도 나눠주셨는데 나전칠기를 '배운다'고 하는 것은 결국 직접 해봐야 하는 것이기에, 즉 사실상 말로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몸으로 익혀 감을 갖게 되는 과정이 필요함을 말씀해주셨습니다. 특히 오왕택 선생님과의 문답을 통해 도제란 무엇인지, 도제의 단점과 악용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대안적 도제에 대한 고찰까지 깊이있게  풀어 주셨습니다.
 

 

보게한다.
해보게한다.
보게한다
해보게한다.
물을때까지 기다린다.
물으면가르쳐 준다.
묻지않으면 묻게끔 만든다.
큰일을 턱맡긴다.
그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싞의 손으로 해보게 만든다.
되든안되든 1년이걸리든 그 이상이 걸리든 돕는건되도록 지양한다.
잔소리도 지양한다.
혼자하도록 그저내버려둔다.
앞에서시범은 보인다.
그러나혼자 하도록 내버려둔다.
그러다가 막히면 물어보겠지.

-대안적 도제교육,
암 오왕택의 도제방식 

 








오유미 선생님께서는 직접 오왕택 선생님의 자필 싸인이 담긴 자료집을 선물로 준비해주셨습니다. 좋은 강의만으로도 마음이 벅차고 따뜻한데 이렇게 도리어 선물까지 받다니 너무나 행복한 만남과 나눔(미트쉐어!)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모임, 풍성한 나눔, ‘미트쉐어라는 기회가 있어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을 마치고 달려와주셨던 ​채셔캣님의 모임후기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 
 

강물에 휩쓸리지 않는 말뚝에 자신을 비유하며 거센 시대의 조류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장인인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지난번 독서모임에 모였던 사람들은 처음만나는 사이지만 서로의 감상을 나누고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벽없이 친해질 수 있었다.


독서를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같은 책을 읽은 공감대를 기반으로 관계의 벽을 허물던 유익한 자리였다. 그리고 이번 모임은 분명 저번보다 더욱 확장된 독서모임이었다. 나전칠기 작품을 만드는 작가이자 예술가이며, 장인의 길을 걷는 분을 직접 모셔 이시대의 장인의 길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던 뜻 깊은 모임이 된 것이다. 작품에 감탄하고 만드는 과정과 배우는 과정에 또 감탄하며 작품과 장인이라는 그동안 잘 몰랐던 새로운 세계의 지평이 열리는 자리였다.

 

아울러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서 '장인'이 갖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시대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온몸으로 책을 읽는 다는 모임의 의미를 더욱 확장해 가는 모임에 걸맞게 나 또한 목조건물의 양식이라던가 미술사 등 더 넓은 배경지식을 공유하고자 이것저것 공부하고 찾아보기도 하였다. 다음 모임과 현지답사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져 가는 것을 느끼며 책읽는 것이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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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히릿, 작성일 : 2015.09.21, 조회수 :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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