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NPO/공익 일반
◆ 형식: 학습모임
◆ 날짜 2015년 07월 04일
◆ 시간 15:00 ~ 19:00
◆ 장소: 홍대 팀플레이스
◆ 결과물 정리: 오경진 (개설자)
흔히, 우리들은 평등과 민주주의, 평화를 주요 모토로 삼는 시민사회 그룹들이 평등하고 수평적인 리더십을 추구하는 리더 아래, 평화롭고 아름답게 함께 어울리며 일을 하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조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함께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무한한 열정을 품고 시민사회조직으로 들어온 젊은 활동가들은, 본인들의 예상과는 어긋나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리더"와 수직적, 위계적이고 조직 질서와 활동가들의 노동권 등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사 아래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타협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때가 적지 않습니다. 한편, 시민사회의 "리더"들이 보기에, 젊은 활동가들은 "본인들의 세대"와는 달리, 조직보다는 항상 개인을 중시하고 "사회운동을 단순히 직업"으로만 생각"하며, 그들의 말에 항상 토를 다는 철부지들일 뿐입니다.
과연 한국의 시민사회 리더들은 모두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꼰대"일까요?
혹은, 요즈음 시민사회로 유입되는 2030 젊은 청년 활동가들은 모두들 사회를 위한다면서 실질적으로는 본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철부지" 들일까요?
세대갈등은 한국의 많은 시민사회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개별 조직을 넘어서 사회 운동 자체의 평화와 화합을 가를 수 있는, 무시할 수 없는 큰 불씨입니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 (프랜시스 쿤로이더, 헬렌 선희 김, 로비 로드리게스 저, 장상미 역, 슬로비 2015) 는 우리의 논의에 좋은 문헌이 될 것입니다.
한편, 이번 모임은 토요일 오후 약 4시간 정도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방식은, 모임 사전에 책을 조금 읽어오고, 모임 시작 후 약 30분 간 사전에 읽은 분량에 대한 자기 공유, 그리고 2시간 반 동안 책을 모임장소에서 각자 읽고, 마지막 1시간 동안은 책에 대한 자기 생각 말하기, 인상 깊은 대목/구절 나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방식은 "선정된 책을 사전에 모두 읽고 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막상 모임에서는 토론만 하는" 일반적인 방식의 책모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즉, 그 자리에서 책을 읽고 바로바로 감정과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바쁜 현대인들의 부담을 줄이고,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특히, 비영리단체의 크고 작은 "조직 간 세대갈등" 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 본 사람들이 참가를 해 주어 책 내용을 토대로 더욱 현실적인 고민과 대안들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2. 인상 깊은 구절들 나누기
- 베이비붐 세대 중 일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젊은 세대가 지속적으로 사회변화조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접근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들은 오직 열정으로 온몸을 불살랐던 자신들의 방식으로는 젊은 세대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장시간 노동은 에너지 소진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견해를 잘 알고 있다.
- 기존 리더들이 염려하는 바는, 젊은 세대가 현재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경험을 쌓기보다는 지금 당장 리더 자리를 맡기를 원하며, 리더가 되기 위해 좀 더 기다리고 배우라는 기성세대의 제안을 무시한다는 것이었다. 한편에서는 이런 걱정도 한다. 자녀들에게 더욱 편안한 삶을 물려주고 싶은 기성세대의 욕구가 젊은 세대를 물질만능주의에다 ‘자기 책임을 다할’ 생각이 없는 집단으로 만든다고 말이다.
- 지위에 대한 열망 때문에 젊은 리더들이 비영리 영역을 떠나거나 지역사회를 위한 소규모 조직을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 사회에서 그들은 물질만능주의에 계속 노출되어 왔어요. 풀뿌리 조직에서 일하면 절대로 물질적 욕구를 채울 수가 없어요. 보상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우리는 다 알고 있죠. 현실을 깨닫게 되면 우리보다 많은 것을 누려온 젊은 세대는... 제가 자랄 때는 텔레비전 같은 건 없었거든요. 그래서 비영리 조직에서 일하려면 더 큰 소명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에요.”
- x세대와 밀레니엄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가 세운 조직에 정착하고 투쟁을 정책으로 옮겨놓은 뒤에야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 젊은 세대가 세상 돌아가는 방식과 비영리 단체 활동에 대해 기성세대와 다른 시각을 갖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 요즘엔 기업이 돈벌이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투자나 친환경 일자리처럼 변화를 만드는 일로 이미지 개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자연히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낮아지고 있다. 비영리 영역의 일은 이제 그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에도 사회공헌 등 관련 일자리가 있다. 청년 비영리전문가네트워크의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가 영리 쪽으로 이동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또한 70%가 경력 개발이 부족해서 비영리 업무를 그만두려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1980-90년대에 정부가 비영리단체 지원을 축소한 정책을 두고, 자신들을 비난하는 분위기에 당혹감을 느낀다. 베이비붐 세대 중에서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활동을 계승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 대다수가 그런 후퇴를 인지하기에는 한참 어린 시절이었는데도 말이다. 한 젊은 리더는 자신과 친구들은 지난날의 자부심에 사로잡혀 있는 선배 세대의 모습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 리더십 세대 전환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부분들을 생각해야 한다. 첫째, 비영리 영역에서는 집단행동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경향이 많아 리더가 떠난다는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막상 리더가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더라도 ‘어떻게’라는 고민은 떨칠 수 없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조직의 미래를 함께 그리며 토의해야 한다. 셋째, 한 자리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는 건 위험하다. 오랫동안 리더의 위치에 있다 보면 처음 조직을 맡았을 의 역할을 계속 해낼 수 없게 되더라도, 정작 본인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넷째, 전환 시기에는 리더 후보뿐 아니라 이사회 리더십을 키우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이사회의 힘이 너무 크면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창립자는 강한 반면 이사회가 약한 단체도 문제다.
- 실무진 리더십 개발의 과제: 젊은 실무진 채용 및 지원/실무 리더십 계획 수립/ 젊은 실무자가 더 큰 책무를 맡을 기회 마련/ 실무진이 조직의 확장된 리더 역할에 접근할 통로 마련/ 젊은 리더와 이사진, 기부자, 자원봉사자가 서로 알아가도록 독려
- 이사회 리더십 개발: 젊은 이사 발굴 및 선임/ 이사진 지원기회 제공/ 젊은 이사들이 모금에 참여하고 기부자 및 지원자들과 만나는 자리 마련
- 사회적 기업가 정신에 대하여: 기업가적인 언어와 행동을 거부하는 사람이라도, 조직 운영에서는 기업 리더들의 아이디어를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실제로 [준비된 리더] 응답자 중 78%가 기업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 참여적 의사결정 방식 활용하기: 젊은 세대는 조직에서 여러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실무자들이 구성원의 합의에 기반을 둔 접근법을 이야기하면, 1960-70년대 정치 단체에 익숙한 세대는 아마도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집단적으로는 일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작은 규모의 비영리조직에서 일하는 젊은 리더들은 실무자 전체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 선배 세대가 젊은 세대와 이야기하는 법: 기존 리더의 책임 중 하나가 새로운 리더를 돕는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경청하고 관심을 보이는 게 그 첫 번째 임무라는 것을 말이다.
- 재무 지식: 기존 리더와 젊은 리더 모두 재정 상태를 걱정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세대가 비영리 조직을 떠나거나 남도록 유인할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무지한 편이다. 비영리 조직의 보상 체계 안에서 생활하고, 리더를 맡고, 은퇴하는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활동가의 생계를 보장하는 동시에 리더, 실무자, 이사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광범위한 재무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 비영리조직의 실무자들이 활동을 지속할 만한 급여와 기본적인 혜택을 제공받지 못한다면 미래의 리더들은 이 영역을 떠나게 될 것이다.
3. 인상 깊은 의견들 나누기
- 이 책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작가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들은 미국의 NPO 조직과 운영, 활동방식, 미국의 시민사회의 배경들을 전제로 한다. 미국과 한국 시민사회, NPO의 맥락은 상이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에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특히, 시민들의 참여 체계나 모금 방식, 효과성에 있어서도 한국과 미국 시민사회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NPO 조직 내의 세대 간의 생각 차이와 이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들, NPO 조직의 운영상의 어려움 등 많은 부분들이 한국과 미국 사회 내에서의 동일한 이슈로 지적되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아마 우리가 앞서 이야기했던 인상 깊은 구절들이 바로 그러한 부분들의 예일 것이다.
- 최근 들어 일부 시민사회조직들과 정치권에서 세대 간의 화합, 청년의 목소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청년 세대들에 주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일부에 불과할 뿐, 아직도 많은 NPO 영역에서 청년들은 어리고, 책임감이 부족하며,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미숙한 존재로 치부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청년이 여성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세대 간의 화합을 강조하는 시민 조직들 중에서도 청년 목소리의 필요성을 절감해서라기보다는, ‘우리는 이렇게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이다‘라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명목상일 경우도 있다.
- 시민사회조직은 언제나 좋은 인재가 부족하다. 설사 좋은 인재가 들어온다고 하여도 저임금과 과로, 조직 내 비민주주의를 견디지 못하고 짧은 시간 내에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지속된 지 오래되었고, 또한 대다수의 시민사회조직 내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영리, 비영리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은 사람들로 구성되며 사람들로부터 힘이 나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조직들이 오랫동안 공통적으로 인재난에 상시적으로 시달린다는 것은 젊은 활동가들의 인내심이나 책임감 부족만으로 돌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좋은 인재들이 들어와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려면, 그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그들을 “좋은 인재“ 로 대우해주어야 한다. 여기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이란, 비단 임금의 문제만이 아니다. 조직 내 민주주의와도 연계된다. 현재 젊은 활동가들은 조직 내에서 그들이 하고 있는 역할에 맞는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을 때가 많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의사소통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그러나 많은 경우 조직 내 리더들은 이를 문제로 보지 않고 있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다.
-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조직 내 신뢰 체계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조직을, 조직 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서로 쌓여야 일의 능률도 높아질 뿐더러 모든 구성원들의 만족도 또한 높일 수 있다. 흔히, 조직 내에서 오랫동안 리더의 위치에 있었던 나이든 세대들은 조직을 둘러싼 변화하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려울 때가 많고, 조직 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서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소신을 가장 중요시 할 때가 많아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한편, 젊은 실무자들은 이러한 리더들을 보고 신뢰 자체가 형성이 되지 않아, 리더들이 지난 세월동안 축적한 경험과 역량들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할 때가 많다. 크고 작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번 쯤은 이 책을 교재로 자체 워크숍을 실시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세대를 막론하고 조직 내 구성원들 모두 이 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본인들이 문제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러한 것들에 대해 함께 토론해 보는 과정 자체가 조직 내 신뢰 구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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