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알고 시작하자!,
비영리단체의 온라인마케팅
적정마케팅연구소 대표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는 NPO들의 디지털 마케팅 캠페인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캠페인 대행은 물론 체득한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토대로 강의와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함께한 단체: 녹색연합, 더펠로우십, 서울환경연합, 여성환경연대, 지앤엠글로벌문화재단, 투명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준비되지 않은 홈페이지로 마케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수요상담소 홍보 분야 상담을 시작하기 전 마케팅 상담 신청 배경을 여쭤보면 지인 후원이나 공모 사업에 기대어 단체를 운영하다 인맥이 고갈되고, 공모 사업에서 탈락해 생존을 위한 홍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많았다.
상담 신청자분들은 주로 소셜미디어나 광고 등을 활용해 단체를 알리고 홈페이지 방문자를 늘리는 방법에 관해 질문한다. 그러한 질문에는 열심히 알려서 많은 사람이 홈페이지를 찾아오기만 하면 후원자가 늘어날 거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하지만, 그런 근거 없는 기대로 마케팅을 시작했다간 시간과 돈만 허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주의시키곤 한다. 지인들이야 단체 사업과 캠페인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없어도 사람만 보고 후원해 줬겠지만, 마케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될 시민은 다르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시민을 후원자로 유치하려면 후원이 필요한 사업이나 캠페인을 홈페이지로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설득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상담해 준 곳 대부분이 단체 소개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런 홈페이지는 상품이 없는 쇼핑몰과 다르지 않다. 살 게 없는 쇼핑몰에 아무리 사람이 많이 찾아온들 팔릴까? 시민을 후원자로 발굴하려면 우리 사업과 캠페인도 상품이라 생각하고, 소비자(시민)에게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콘텐츠를 보여줘야 한다. 홍보는 그다음이다.
낯선 사람 이전에 스쳐 간 사람들부터 챙겨 보자
가끔 홈페이지도 잘 정비되어 있고, 마케팅에 필요한 전담 인력이나 풍부한 재원을 가진 단체가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단체는 홍보하면 후원자가 늘어나겠지만, 투입한 시간과 비용 대비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일반 소비재 기업은 광고할 때 ‘광고비 지출 대비 300%의 매출’이란 목표를 설정하곤 한다. 100만원으로 광고했다면 300만원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는 어떨까? 아무리 인지도가 있고 마케팅 역량이 뛰어난 단체라 하더라도 300% 이상의 효율(마케팅 비용 대비 기대 후원금)을 내는 곳은 많지 않다. 작은 단체들은 심할 경우 100% 미만의 효율을 내기도 한다.
낯선 사람을 후원자로 유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스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르다. 단체는 자원봉사, 행사, 교육, 집회, 청원, 서명 캠페인 등 다양한 계기로 많은 시민과 인연을 맺게 된다. 이분들은 단체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인연을 맺은 분들은 감정적인 유대감까지 형성된다. 보편적인 감정으로는 후원하기 어려운 교도소 재소자라 하더라도 교도소를 방문해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제소자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뿌리치기 어려운 감정이 생겨난다.
단체들은 낯선 시민 이전에 사람을 먼저 챙겨야 한다. 만나는 자리에서는 어떻게든 연락처를 얻어내야 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존 연락처 정보를 취합한 후에 뉴스레터나 문자 등으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후원은 관계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요청하면 된다.
구글 애널리틱스와 같은 마케팅 성과 분석 도구로 각 마케팅 채널별 전환율(링크를 클릭한 후 후원으로 연결되는 비율)을 비교해 보면 문자, 이메일, 카카오톡 채널이 다른 마케팅 채널보다 높게 나온다.
문자, 이메일, 카카오톡 채널의 공통점이 뭘까? 그렇다. 우리가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다시 말해, 후원자를 포함해 스친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근 컨설팅을 진행한 단체는 매년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만 수천 명이나 되지만 이들과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은커녕 연락처 수집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 시민 대상 마케팅을 하고자 했다. 효율적인 마케팅을 하려면 우선순위는 반대로 두어야 한다. 스쳐 간 인연이 먼저, 낯선 사람이 나중이다. 스치는 인연이 없다면 후원자 이전에 스치는 인연부터 늘려야 한다.
다른 단체의 성공 사례, 우리 단체에서도 통할까?
비영리영역에서 온라인 마케팅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른 단체들의 성공 사례가 많이 공유되고 있다. 사례들은 ‘서명 캠페인을 한 후 전화를 걸어 후원자를 발굴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뉴스레터 마케팅이 좋다’, ‘페이스북 픽셀을 활용해 전환 캠페인을 하는 게 좋다’처럼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비결이나 인사이트를 소개한다.
맞는 말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례를 말하는 단체, 사례가 되는 캠페인, 캠페인이 진행된 시기, 캠페인에 투입한 인적, 물적 자원의 크기, 함께 한 외부 파트너 등에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마케팅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캠페인 자체가 매력이 있어야 하고, 매력적인 캠페인을 진행해 볼 수 있는 조직 내부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캠페인을 힘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이 있어야 하며, 좋은 외부 파트너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처럼 마케팅 성과에는 상당히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여러 요인이 뒤섞여 있는 맥락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없이 무턱대고 다른 단체의 사례를 따라 했다간 실패하게 된다. 다른 단체 사례를 적용할 때는 그 사례가 우리 단체에 통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질문을 거듭하며 찾아낸 이유를 해소한 후 마케팅해야만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을 기억하자.
[공익활동 상담소 #1] 이것만은 알고 시작하자!, 비영리단체의 온라인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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