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 상담소 #4] 연구와 활동이 함께 나아가는 법



연구와 활동이 함께 나아가는 법

 

백희원(듣는연구소 연구원)

 

듣는연구소는 현장의 목소리에서 답을 찾는 연구, 보고서로 끝나지 않고 필요한 곳에 가 닿을 수 있는 연구, 현장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쓰임을 고려한 연구, 당사자와 이해관계자가 함께 생산한 연구, 참여자가 배움을 가져가고 힘을 기르는 연구, 그 자체로 변화의 실행 과정이 되는 연구를 지향하는 연구자들이 모인 연구소입니다.

 

소개말을 글 안으로 옮겨놓고 보니 현장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반복되네요. 그래서인지 듣는연구소에서 연구하면서 삶에서 마주하는 자기 고민을 품은 당사자와 현장 활동가를 많이 만나곤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연구에 담아, 또 결과물을 다시 전달해 드리는 과정에서는 우리도 현장을 잘 담아내는 연구를 하고 싶고, 필요한데라는 반응을 자주 접하게 되어요.

 

그렇담 살면서 혹은 활동을 하며 연구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듣는연구소가 만났던 활동가 분들을 돌아봤을 때 자주 마주했던 구체적인 상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우리가 해온 활동의 의미를 정리하고 성과와 개선점을 정리하고 싶을 때
2. 복잡하고 오래된 문제를 체계적으로 돌이켜보고 분석해보고 싶을 때
3. 활동현장의 목소리, 현상을 잘 담아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싶을 때

4.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문제에 대해 함께 성찰하여 답을 찾고 싶을 때

 

이 중에 와닿는 상황이 있으신가요? 어떤 경우든 연구에도 사업처럼 기획이 필요합니다. 기획 단계에서의 주된 화두는 연구의 목표범위입니다. 목표와 필요를 명확히 하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연구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솔직히 세상에는, (특히나 활동가에게는) 이보다 급박한 일이 많으니까요. 그토록 바쁜 와중에도 활동가가 연구를 하기로 마음먹는다면, 현장의 관점과 상황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연구라는 도구가 꼭 필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학술적인 연구라면 기존 선행연구와의 차별점과 지식으로서의 유의함이 연구의 중요한 목표가 되겠지만, 활동가의 연구에서는 지금, 여기 우리 마주한 현장에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목표를 정리하다 보면 알고 싶고, 담고 싶은 것이 더욱 많아져 갑니다. 이번 기회에 이 문제까지 해결하고 싶어지겠지만, 모든 연구는 연구의 한계를 포함하는 법입니다. 어려워도 목표지점을 정해야 하지요. 그럴 때 시간’. ‘예산’, ‘인력’. ‘자료 접근성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서 연구의 목표와 범위를 정리합니다. ‘연구질문을 이 지점에서 같이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연구 목표는 우리 지역 마을 활동의 의미를 정리하고 싶다와 같은 것이라면, 연구 질문은 “2023년의 마을 구성원들에게 마을 활동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라든가, “마을 활동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후 지역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와 같은 것입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알아내고 싶은 것을 질문 형태로 정리해 보면,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무엇을 조사해야 할지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연구기획 워크시트 ©듣는연구소

 

조사 범위를 정할 땐 내가 당사자이거나 활동가라는 것이 큰 자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요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라포(rapport, 관계, 친밀도)가 형성되어 있거나 활동에 관련된 1차 자료를 확보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회의록, 행사 사진, 가장 오랫동안 활동한 구성원의 인터뷰 등 무엇을 가지고 질문에 관한 답을 찾을지 계획을 짜보면 막연했던 연구도 점차 손에 잡히는 이자 활동이 됩니다.

 

꼭 필요한 조사가 포함된 연구 과정은 그 자체로 일종의 활동이 되기도 합니다. 평행선을 달리던 입장들의 목소리를 듣고 연구 목표 아래 다시 배열하고 공유하는 일은 변화를 향해 천천히, 그러나 신중하게 움직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또 우리가 해온 활동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실패도 성공도 잘 기록해 두는 과정은 활동의 기여자들을 기억하고 연결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이 활동에 함께 할 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초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글로 쓰니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표현한 것 같네요. 현실에서는 전혀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연구와 활동이 함께 나아갑니다. 단지 실행 근거로 인용하기 위한 연구를 만들거나, 연구 성과를 위해 현장을 인용하는 것과는 다른 가치가, 연구 활동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들리신다면 실행연구’(action research)라는 키워드를 좀 더 파고들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활동가가 연구를 필요로 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 같습니다좋은 가치가 사라지는 것을 지키는 방향이든해로운 상황을 바꿔나가는 방향이든 활동은 공익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고, ‘연구는 신뢰할 수 있는 공공적인 지식이니까요어떻게 하면 적정한 리듬으로 연구와 활동현장과 지식연구자와 활동가가 함께 나아갈 수 있을까요올해의 공익활동 수요상담소에서 나눴던 대화들로부터 저희가 서로 주고받은 힌트들이 다음 단계의 활동과 지식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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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작성일 : 2023-12-15 15:11, 조회수 :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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