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프로젝트#3] 활동가의 활력을 위한 회복탄력성 키우기 프로젝트 Session 2 후기
[작성] 소영
몸을 대상화하지 않는 곳을 찾아 헤맨다.
접촉과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내 몸을 믿는다.
접촉과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내 몸을 믿는다.
활동가의 활력을 위한 회복탄력성 키우기 프로젝트
2023 활활프로젝트 #3
Session 2 : 몸으로 만드는 지속 가능한 미래 (w.변화의월담)
[DAY 1]
내 몸 낯설게 바라보기
월담은 참가자들에 포스트잇을 나눠줬다. 노란색 포스트잇에는 현재 내 몸을 나타내는 단어를, 분홍색 포스트잇에는 그런 내 몸에 일어났으면 바람에 관해서 쓰라고 했다. 포스트잇을 한 면에 모아 놓고 보니 겹치는 내용이 많았다. 우리 몸을 ‘무겁고’, ‘경직’되어 있다고 느낀다는 점이.
포스트잇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이어받아, 월담은 ‘무거움’에 대한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했다.
성인의 머리 무게는 5kg 정도 된다. (정확히 척추의 정렬이 중립적으로 되어 있을 때의 무게를 말한다.)한 번도 인지해 본 적 없던 내 머리의 무게. 우리는 5kg의 공을 들고 직접 그 무게를 실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 이 정도의 무거움이구나.
무게감은 다른 방식으로도 탐색할 수 있다. 골반 위치에 따라 발바닥이 받는 하중이 달라진다. 골반이 앞으로 갔을 때는 발 앞쪽에, 뒤로 갔을 때는 발뒤꿈치에 하중이 실린다. 평소 세심하게 느껴본 적 없던 내 몸의 하중이 어디에서 어떤 감각으로 이어지는지 알아차리기 위해 골반을 앞뒤로 움직였다.
이제 눈을 감고 발의 무게를 느껴본다.
“우리는 고정된 상태인가요?”
눈을 감고 호흡한다. 끊임없는 진동과 흔들림이 내 몸 안에 있다. 그 감각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우리는 이 흔들림에 특정 패턴을 입힙니다. 경직되어 있는지 모른 채 경직되어 있거나, 가슴을 꺼트리고 있거나,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식으로요. 이런 패턴이 고착화되면 감각이 무감각해지고, 무감각함이 기본값이 되지요.”
다시, 머리의 무게로 돌아온다. 참가자들은 세 손가락 위에 공을 올려두고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공이 내 몸에서 점점점 멀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것은 우리가 평소 스트레스 받을 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과 유사한 면이 있다. 여기저기서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무거워! 공이 몸에서 멀어질 때 손에 실리는 하중은 척추가 매일같이 경험하는 하중이랑 닮았다고 했다. 인지하지 못한 채 내 몸이 매일 같이 견디는 무게.
흔들림 받아들이기
눈을 감고 몸의 하중을 서서히 왼쪽으로 옮겨간다. 오른쪽 발이 허공에서 뜨자마자 우리 몸은 흔들린다. 흔들릴 때마다 어떻게든 중심을 잡아 보려고 몸에 힘을 준다. 흔들리는 것이 두려울수록 몸은 딱딱하게 굳는다.
월담은 물 위에 떠 있는 사람처럼,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몸을 보여주며 말했다.
“균형은 고정된 상태가 아닙니다. 몸에 힘을 주는 일도 아닙니다. 그럴수록 경직되고 무너지기 쉬워요. 흔들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땅에 두 발로 서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정된 상태가 아닙니다. 매 순간 흔들리지요. 한 발로 서 있는 경험은 흔들림을 명확하게 경험해 보는 일입니다. 움직임을 수용하세요.”
우선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 숨이 들어올 때가 되면 들어오고, 나갈 때가 되면 나가게 둔다. 균형은 오히려 흔들림을 받아들일 때 말랑해지고 유연해진다는 것을 다시 되뇌어 본다.
리듬감, 플레이볼
마치 춤을 추듯, 스텝을 밟을 때 우리 몸의 무게는 어떻게 이동할까.
플레이볼을 파트너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상호 작용하는 시간이다. 이때 파트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움직임의 거리, 각도를 달리해야 입체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속도를 조절해 상대방이 지속 가능하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미세한 변화, 작은 숨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는 시간이다. 작은 노란 공을 따라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밝았다.
“파트너 움직여 주세요!”
“리듬을 호흡에 따라 바꿔주세요!”
“어떻게 하면 이 과정을 즐길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서!”
신나는 음악 속에서 월담이 보내는 메시지가 노래처럼 들렸다.
발 레벨에서 스윙하는데 머물러 있었다면, 골반이나 머리 레벨로 바꾸면 시선이 달라진다. 월담은끊임없이 구조를 변화시키고 자극을 다르게 하는 방법을 소개해 줬고, 그럴수록 사람들은 다른 몸의 쓰임과 시선을 느끼며 플레이볼을 가지고 놀 수 있었다. 한쪽 레벨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낮출 수도 있고 점프할 수도 있고 한계 없는 놀이에 다들 에너지가 올랐다. 상대방의 한계점 이상을 넘어가지 않고 속도를 맞춰 나갈 수 있다는 안전함을 느끼며 오랜만에 ‘놀았다.’
몸, 깨우기
1.짜 주기
벼랑 끝에 몰린,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들에게는 접촉이 필요하다. 그 접촉이 몸을 깨워주고, 그렇게 누적된 경험이 몸을 되살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팔의 굴곡을 느껴본다. 우리 몸은 전부 나선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바르게 하고 앉으라고 했을 때, 일직선의 모습을 생각하면 안 된다. 직선은 도달할 수 없는 균형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팔 또한 나선형이다. 팔의 무게감을 느끼며 곡선을 최대화하며 팔을 짜준다. 단순히 피부 위에서 미끄러지는 것이 아니라, 근육, 인대, 혈관, 신경계 등 여러 시스템이 얽혀 있는 네트워크를 다 잡고 짜준다고 생각해야 한다.
2. 가장 어두운 공간 고관절 만나기
팔을 짜준 뒤에는 가장 어두운 공간 고관절을 깊숙하게 청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관절은 잊고 지내기 쉬운 파트이다. 파트너가 끈을 잡아주면 그 끈에 기대어 천천히 내려가며 고관절을 연다. 발, 다리를 다양한 각도로 틀면서 골반 안쪽의 느낌을 깊숙하게 찾아간다. 단순히 스트레칭하는 느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관절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다각도로 움직이면서 다른 관절과의 연결을 충분히 느껴본다. 어느새 관절을 보호하는 윤활액도 순환되고 촉촉해 진다. 이 과정은 ‘씻는’일과 닮아 있다.
3. 털기
내 몸을 돌보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은 털기이다. 방법은 다양하다. 고관절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털기, 다리를 틀어서 던지기, 트위스트, 나선 등. 발을 시냇물에 담가서 턴다고 상상해도 좋다. 앞으로 던지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옆으로도 던져보고 뒤로도 던져본다. 내가 의식하는 다리가 무릎 밑이라고 한계 짓지 않고, 골반부터 내 다리라고 인식하면서 다리를 털 수 있다. 마지막은 뛰기이다. 전력 질주만이 뛰는 것이 아니다. 옆으로도 갈 수도 있고 다각도로 회전하면서 뛸 수도 있다. 장기를 털어주는 느낌으로, 무엇보다 내 몸을 마사지 해주겠어! 그 감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DAY 2]
지난 시간에 감각했던 5kg의 공을 다시 손에 들었다. 우리 머리의 무게를 실감하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닉네임과 수업이 끝난 뒤 얻어가고 싶은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원의 대형으로 서서 앞사람과 대각선에 있는 사람에게 공을 굴리며 바톤을 이어갔다. 개운함, 생기, 편안함, 가벼움. 우리가 늘 원하는 것은 서로 닮아 있고, 어쩌면 거창하지 않은, 하지만 잡히지 않아 막막해지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었다.
힘을 빼고, 서로의 균형을 찾아
먼저 자세를 잡아 본다. 파트너와 마주 보고 선다. 혼자서는 온전히 설 수 없는 거리를 찾은 뒤 몸을 살짝 사선으로 기울인다. 손으로 밀고 있는 상태지만 손과 어깨에서만 힘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머리부터 상체, 상체를 연결하는 골반, 하체가 하나의 연결된 채널로서 느껴지는 곳, 그곳을 찾아 자세를 잡는다. 우리는 이 자세에서 서로의 무게를 주고받게 된다.
“균형을 잡을 때 꼿꼿하게 서 있으려고 하면 잡을 수 없어요. 머리, 가슴, 골반의 흔들림 안에서 균형점이 맞아지면서 그때 균형이 잡히는 거예요. 지난 시간에는 그 과정을 혼자 했다면, 이번 시간엔 상대방과 힘을 주고받으면서 경험을 해볼 거예요.”
상대방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느끼며 나도 그에 상응하는 힘을 보내기 위해 끝없이 움직였다. 제일 어려웠던 점은 나의 무게를 상대에게 싣는 데 있었다. 내가 어디까지 기대도 되는 걸까? 이 무게가 상대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 그럴수록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기대는 일이 이렇게 힘든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걸 몸을 움직이며 알았다.
“밀어 보세요!”
밀어보라는 말은 중요한 키가 되어 주었다. 여기서 ‘밀다’는 상대방을 넘어트리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라는 걸 우리가 모두 알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건 물리적인 경험을 넘어서 경계 밖으로 나아가는 일이자 파트너와의 관계를 믿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몰입이 끝나자 사람들은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었다. 다들 얼떨떨하고 신기한 경험을 하고 나온 얼굴이었다.
균형점을 찾았다면, 이제 손을 앞뒤로 움직여 힘을 주고받게 된다. 내 몸을 고정시키지 않고 모든 관절이 열릴 수 있도록 움직여 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신체조건이 다른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이다. 단지 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보단 좀 더 섬세한 움직임이 요구된다. 상대방이 주는 힘을 느끼면서 부드러워져야 한다는 것. 유연함과 부드러움은 스트레칭처럼 늘리는 데서 오는 게 아니고 그런 연약한 곳에 집중하는 힘에 있다고 했다.
오른손을 뻗어 상대에게 내 힘을 전달했다. 파트너는 내 무게만큼 뒤로 갔다가 왼팔을 뻗어 다시 내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마주 잡은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힘과 손가락의 움직임, 팔꿈치의 각도, 무릎의 각도,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관찰했다. 이 움직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려면 힘을 빼고 점점 더 가벼워져야 했다.
“힘을 빼보세요.”
힘을 빼는 일에 능숙하지 않은 나는 엉뚱한 곳에 힘을 줬고, 월담은 마주 잡고 있던 손을 풀고 어깨를 내어주며 말했다.
“여기에 기대어 보세요. 더, 더, 더.”
세상이 기우뚱하며 기울어졌다. 나의 기울어짐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몸을 느끼며 나의 무게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느꼈다. 힘을 뺀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물리적인 지지를 받으며, 낯설 만큼 편안해진 몸을 느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몸 청소하기
지난 시간에는 가장 어두운 공간인 고관절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청소를 해 주었다면 이번에는 어깨이다. 파트너가 한쪽 끈을 잡고 서 있고 적절한 텐션을 유지한다. 파트너가 주고 있는 텐션을 느끼며 끈을 잡고 팔을 돌려보고 당겨본다. 무게감이나 저항력을 느끼며 힘있게 어깨를 움직인다. 갈비뼈 위에 양쪽에 얹혀져 있는 어깨뼈를 초점으로 구석구석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서서 하는 것뿐만 아니라 앉아서도 해볼 수 있다. 서 있을 때와는 다르게 내 몸이 바닥과 미는 관계가 되기 때문에 좀 더 색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정해진 동작과 규칙은 없다. 그저 내 몸의 느낌을 따라 바닥을 구르고, 팔을 접고, 펼쳐낸다. 어깨, 몸통, 팔이 어떻게 연결되어 돌아가는지 느껴본다.
직접 내 몸의 느낌을 찾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 몸의 구부러짐이나 펼쳐짐이 어떤 모습일지 의식하게 되고, 내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더 멀리 갈 수 있음에도 금방 한계 짓기도 한다.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때 더 섬세해져야 한다. 팽팽하게 텐션을 유지하다가도, 필요한 때에 내어줘 보기도 하면서 파트너와 나 사이에 연결된 힘에 따라 내가 필요로 하는 감각을 천천히 찾아갈 수 있다. 월담은 우리에게 어떤 관계 안에서 에너지를 받고, 쓸 수 있는지, 그 환경을 어떻게 세팅해 나갈 수 있을지 질문을 던졌다. 이 가느다란 선을 붙잡고 있는 이 순간이 대답이 되어줄 수 있을까.
나무처럼 서 있기
내 몸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젠가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활동을 시작했다. 젠가 두 개를 겹쳐 올려놓고 두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 순간 젠가가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흔들림과 그 미세함을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경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눈을 감고 서 있는 것이 충분히 익숙해지고 나면 천천히 앉기 시작한다. 앉는 순간 몸이 구조적으로 변화를 시작하는데, 그 순간을 빠르게 스킵하는 순간 젠가는 떨어진다. 무의식적으로 몸에 힘을 준다거나 어느 부위가 단절되어 있는데 열지 못했다거나 머리가 너무 앞섰다거나 느끼는 것을 멈출 때 젠가는 반응한다.
중요한 것은 젠가를 떨어트리지 않는 데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젠가는 그저 내가 느끼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는 도구일 뿐이다. 앉는 과정과 눕는 과정을 모두 충분히 느끼면서 해야 한다. 전혀 급할 것 없이 천천히. 파트너는 젠가가 떨어지면 주워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떨어트린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눈을 감자 손끝에서 젠가가 조금씩 진동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것은 두려움이 되어 신호가 되었다. 천천히 앉아본다. 무릎이 하나하나 땅에 닿는다. 아, 무릎이 땅에 닿으면 이런 느낌이구나. 딱딱하고 연약한 부위의 구부러짐. 빠르게 엉덩이가 바닥에 닿으려다 젠가가 떨어졌다. 잠시 기다림. 눈앞에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다시 젠가를 올려주러 다가오는 파트너의 숨. 몸으로 대신하는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몸이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흔들리는 젠가는 호흡하라는 신호가 되었다. 이렇게 천천히 누웠다 일어나 본 적이 있었나. 눈을 뜨자 내 앞에 선 파트너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무를 생각해 볼 건데요. 나무가 어떻게 중력을 이기고 가지를 뻗을 수 있을까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큰 뿌리 네트워크가 밑에 있기 때문이죠. 이런 질문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하면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우리의 뿌리 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선다. 평소에 의식적으로 서 있는 자세보다는 내 몸의 안, 밖, 앞, 뒤를 다 느끼면서 정면을 보면서 서 있도록 한다. 우리가 평소에 안 느껴보던 안쪽, 발의 아치, 바깥쪽이 느껴지는 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느껴본다. 확장된 척추에 가슴뼈가 매달려 있고 어깨도 매달려 있다는 것을. 그 상태에서 양손에 젠가를 든다. 확장된 나의 몸, 손부터 발까지 연결된 내 몸의 구조를 느낀다. 어깨 쪽에서 느낌이 차단되지 않게 하려면 활처럼 살짝 구부려 팔을 들어 올린다. 마치 세상을 안는 느낌으로 열린 상태로 가지를 뻗어본다. 발의 느낌도 잊지 않고 꼼꼼히 챙겨가고, 발에서부터 손까지 연결된 느낌을 찾아 지속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팔에 점점 무게가 쌓이게 된다. 압력이 쌓여도 수축되고 경직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쭉 뻗어나갈 것이다. 나무를 상상하면서. 발에서부터 손가락까지 쭉! 근육으로 버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인대, 힘줄, 작은 세포들의 힘을 찾아가는 것이다. 계속 확장하고 품으며 열려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능성과 한계 사이에서 씨름하다가 놓아줄 때가 됐다 싶을 때 천천히 팔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아주 길어진 내 팔을, 원래 갖고 있는 내 팔의 길이를 충분히 느껴본다.
세상을 안듯이 팔을 동그랗게 말고 선지 몇 분쯤 됐을까. 팔이 조금씩 아래로 떨어지려고 할 때, 어딘가로 뻗어 나가는 상상을 했다. 닿지 않는 곳에 닿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상상. 나를 지탱하고 있는 단단한 두 발을 믿고. 그러면 얼마간 더 세상을 품을 수 있었다. 흔들리는 파트너를 위해 가볍게 팔을 쓸어 주기도 했다. 더 멀리 갈 수 있어요, 더 확장될 수 있어요. 그런 마음을 담아 세상을 품고 있는 파트너의 팔을 하나하나 쓸어 주었다. 나중에 파트너가 내게 그게 참 좋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힘이 났다고.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이틀 동안 누비고 다녔던 공간을 각자의 속도로 뛰어다녔다. 그동안 우리는 흔들렸고, 그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평소 내가 알던 균형과는 다른 종류의 균형 속에서 헤매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유연한 곳, 어두운 곳, 미세하고 작은 세포 속에 있다는 것이 낯설어서 그랬을 것이다. 나무가 된, 자유로워진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어쩐지 지금은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을 빼고 있는 중인 것 같다고. 나의 무게를 타인에게 내어주고 타인의 무게를 지지할 수 있는 ‘몸’을 처음 만나고 있는 중인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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