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 심화상담소] 디자인보다 중요한 내용(feat.화려하지만 심플하게를 벗어나 보아요!)
"홍보에 필수 요소이자 담당자의 마음의 큰 짐인 디자인. 혼자 해도 어렵고 외주 업체에 맡겨도 어려운 디자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활동가의 마음을 공익활동 수요상담소에서 알아차렸습니다. 짧은 시간, 온라인에서 다루지 못해 아쉬웠던 디자인에 필요한 실무적인 기술과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심화 상담소를 활짝 열었습니다. 강사님의 사려 깊음과 활동가의 열정, 다정한 간식이 가득했던 현장을 초대합니다."

공익활동 수요상담소: 활동가의 공익활동 중 생기는 다양한 고민(설립, 세무&회계, 법률&노무, 모금, 연구, 홍보 분야)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매월 첫째주 수요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상담

 


이번 비영리 실무자를 위한 디자인 워크숍은 '실무자를 위한 디자인 수업'을 집필한 그림 작가 우영님이 강의를 해주셨는데요.
강사님은 디자이너가 없는 실무자의 두 가지 어려움에 답하고자 하셨다고 합니다. 
1.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어려워요(빠듯한 예산과 촉박한 시간).
2. 내부에서 디자이너 없이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 어려워요.
이 어려움을 풀어가는데 앞서 본질적으로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겠지요. 예쁘고, 세련되고, 힙한 것만으로는 우리의 활동을 담기는 어려우니까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위의 질문에 앞서 디자인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나누었습니다. 디자인이 부차적 업무인 활동가가 건드려보기 어려운 부분이자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죠. 한 번의 강의로 단번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우리 활동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 마음에 별을 다섯 개 그렸습니다.
 ‘자본주의를 기본값으로 이해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협력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저마다의 영역에서 던지는 공익활동가들. 디자인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나요?

디자인 혹은 마케팅 언어는 상품을 팔기 위한 언어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렇게 소비사회에서는 발생한 홍보 언어를 시민사회가 변환 없이 그대로 차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령 자본주의에서 설정한 값에서 홍보의 효과를 높이려면 많은 돈을 쓰면 해결됩니다. 하지만 예산이 없는 비영리단체는 홍보에 돈을 들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한, 속도감 있게 사안에 대응하고자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디자인 플랫폼(ex. 미리캔버스)을 활용하면 이미 모두가 사용하고 있어 우리의 메시지가 눈에 띄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질서 속에서 대안을 찾는 공익활동처럼 홍보도 자본으로 씨름하기보다 대안을 구해보기를 제안하셨습니다.

# 내용 > 기획 > 디자인
홍보와 디자인이 넘치는 세상에서 당장 디자인이 하나 예쁘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금방 잊힙니다. 사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라 하더라도 수용자로서는 번잡한 간판 중 하나일 것입니다. 끊어진 맥락에서 나온 넘치는 자극 중 하나일 테니까요.

디자인 자체보다는 우리만의 중심을 잡고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본적으로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질문이 필요하죠. 특별히 여러 제약이 있는 공익활동가들에게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우리의 관심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두어야겠죠.

그렇기에 어떠한 디자인이든지 탄탄한 내용과 촘촘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기획 없이 디자인으로 바로 넘어간다면 기획 의도가 사라지고 내용은 변질되어 양식으로 뒤덮일 수 있습니다. 기획 없이 디자인에 들어갈 때 미리캔버스에 의존하게 됩니다. 디자이너, AI와 협업을 할 때도 자신만의 생각이 없다면 소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획을 탄탄하게 한 후 이미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기획이 탄탄한 경우 디자인 시안을 보고 비평을 할 수 있습니다. 색깔, 글꼴과 같은 디자인 요소가 기획과 맞는지, 정보가 유효하고 가독성이 있는지, 전반적인 기획 의도와 맞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획 의도가 분명하지 않고 디자인에 대한 감상을 쏟아내면 호불호, 요즘 스타일의 여부, 힙한지에 대해 토의할 것입니다. 명확한 기획을 근거로 디자인의 방향성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길고 두껍게 전달하기
강사님께서 활동가들에게 제안한 기획 의도를 담아낼 전략은 ‘길고 두껍게’였습니다.

‘길게’는 단체의 브랜딩과도 관련이 있기에 자연스레 신경 쓰게 됩니다. 하지만 디자인적 요소만 고려한다면 미궁에 빠지기 쉽죠. 비슷한 톤으로 유지하다가 방향을 잃어버린 사례를 함께 살펴보았는데요. 여기저기서 탄식과 함께 ‘우리 단체도 저러는데….’ 하는 뜨끔해하는 반응도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중점이 아니라면 인스타 피드는 중구난방, 특색이 사라진 디자인의 향연일 것입니다.

‘두껍게’에서는 매번 모든 것을 디자인처럼 가야 한다는 당위가 있는데 활동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형식과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공익활동을 하면서 빈번히 사용하는 단어들은 대부분 추상적일 때가 많습니다. 대중, 특별히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 닿으려면 ‘번역’이 필요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언어로 번역한 후에는 어떤 방식이 가장 잘 닿을지를 고민해 봐야겠죠?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디자인은 사진과 그림을 활용하여 내용을 시각적인 형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미지를 쓴다는 것은 비유와 상징을 사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추상적이고 실체가 없는 단어를 많이 쓰는 비영리 특성상 비유를 사용한 것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이미 내부, 외부에서 우리가 하는 활동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이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그림과 사진 등은 소통하는 새로운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가 가진 힘이 있죠.

#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의 범위
우리가 홍보할 때 염두에 두는 미디어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정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SNS밖에 없을까요? 당장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보니 때로는 기획 의도와는 상관없이 SNS로만 한정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의 범위를 상상하고 디지털 세계 외의 지역사회에 직접 찾아가는 방법도 염두에 둔다면 우리의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당부하시기도 하셨습니다.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태도와 기술]
#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산으로 가는 디자인
현장에서 디자인과 관련된 고민과 이슈를 포스트잇에 붙여 나눠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결정권자의 취향으로 수렴하는 디자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상급자가 이 디자인을 좋아할까요?’
...

외주를 주는 상황에서 이러한 고민의 뿌리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기인하는 문제라고 묶어주셨습니다. 수직적, 수평적 구조의 문제가 아닌 것도 덧붙여주셨지요. 수직적인 구조의 경우 담당자에게 의사 결정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의사 결정권이 강한 사람이 결정하게 됩니다. 수평적인 구조에서도 회의 안건으로 모두에게 감상을 받으면 방향을 잃고 헤맬 수 있죠. 
디자이너와 소통하는 사람은 결국 담당자입니다. 담당자에게 제대로 권한을 줘야 디자이너도 용기를 가지고 창작에 열의를 보일 수 있죠. 담당자의 의사와 판단과 무관하게 수정된다는 리스크가 있다면 창작 욕구는 꺾일 수밖에 없고 추가 수정은 예산을 초과하게 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사람에게 90% 의사 결정권을 줘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때 실무단에서는 내용과 기획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이지 않은 기획은 창작자의 해석을 수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기획이 없는 경우 느낌적인 느낌만 있어 오히려 디자이너에게 혼란을 가중한다고 합니다. 기획이 튼튼하다면 어떤 결의 디자이너에게 맡길지까지 판단하는 과정 또한 기획에 근거했기에 내용을 이미지화하는 과정은 디자이너에게 믿고 맡겨야 합니다. 

디자인을 의뢰하는 것은 음식을 주문하는 것과 비유할 수도 있습니다. 떡볶이를 주문했을 때 내가 생각한 맛이 나 떡볶이가 나왔다면 단골이 되고, 비슷한 맛 혹은 아쉬운 떡볶이라면 다른 곳을 찾아야겠죠. 순대가 나오면 잘못된 주문이라고 사장님께 말씀드려야 하고요. 마찬가지로 우리는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노동이 있음을 인정하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획이 정확히 전달되었는지 확인하고 창작 결과에 대해서는 상대의 노동을 존중하며 인정해야 합니다. 

# 디자이너와 소통할 때의 노하우
 1.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때는 내부 기획안을 그대로 긁어서 주기보다는 맥락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재작성해 주세요. (원문은 참고용으로 첨부하면 좋습니다.)
 2. 래퍼런스를 첨부할 경우 의뢰하는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와 성향과 맞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3. 디자이너는 오타를 수정하지 않으니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용어가 있는가, 최종 탈고가 된 것인가 확인)
 4. 수정 가능 범위 [O : 구체적인 색 수정, 서체 변경] [X : 초안을 완전히 뒤집기, 일러스트 다시 그리기 (일러스트의 경우 현재 나온 그림을 활용해 보세요)]
 5. 한 디자이너와 6개월~1년 이상 시행착오를 겪어보기를 추천합니다.(장점: 브랜딩을 창작 파트너와 함께할 수 있어요, 현실적인 부분: 신인 작가의 경우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이기에 제안이 반가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한 건씩 맡기기보다 1년 치 작업물을 한꺼번에 의뢰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디자인한다면 주목!]
우리는 디자이너가 아닌 일당백을 해야 하는 활동가입니다. 새로운 자극에 맞서는 균일함, 꾸준히 촌스럽지 않은 ‘적정디자인’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좋은 예시: 마르쉐 채소 시장)

#우리 활동과 단체의 대표 이미지란?
현수막을 든 사진이 우리의 대표 사진일까요? 혹은 그 현수막 든 사진을 디자인의 요소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강사님은 맥락에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정보가 있는 사진,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결정적 장면과 같은 사진이 대표 사진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해외 의료봉사 단체라면 의료봉사가 진료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대표 사진으로 꼽을 수 있겠죠.
사진을 보고용으로 찍으면 많은 인원이 잡힌 구도, 교육장의 규모와 같은 것에 초점을 두게 됩니다. 이후에 디자인으로 가지고 오려 한다면 아무런 정보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가장 잘 표현하는 상징적인 사진을 찍는다면 향후 디자인 자산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사진을 디자인에 넣을 때 노하우
 1. 사진을 중요하게 사용하기. 색조는 양념처럼 사용해요.
 2. 사진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필요에 따라 잘라서 사용해요. (자르는 기준: 전달할 정보 외의 모든 것은 잘라내기)
 3. 무료 이미지보다 우리 단체만의 사진을 활용해요.해외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이질감이 들 가능성이 커요.
 4. 이미지에는 핵심적인 메시지만 넣고 나머지는 본문에 글로 작성해요.텍스트와 이미지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많은 내용을 모두 이미지에 넣어야 한다는 부담은 버려요.
 5. 활동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해 보세요. 핵심 활동이라면 더더욱 좋은 사진!
 6. 한 장면에 사진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읽히지 않아요. 1장만 사용하기를 추천합니다.
 7.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떠올리기 좋은 사진을 활용하세요.(이사와 관련된 컨텐츠라면 이사와 관련된 사진 활용하기)
 8. 강의 사진의 경우 나올 수 있는 장면이 뻔하죠. 강의 전체 스케치보다 강의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포착해요.(교육 도구, 참여자와의 교류 등)
 9. 질 좋은 사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사진이 필요할 때 추천하는 의뢰 단체(사단법인 바라봄: 비영리단체 촬영을 전문으로 해주세요.)
[실습으로 감 익히기]
오랜 시간 동안 단체에서 함께 해야 할 것을 오늘부터 시작해 본다고 생각하고 함께 실습을 해보았습니다.
#실습 1. 누군가에게 의뢰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활동, 기획, 프로젝트를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어떤 이미지(비유)로 표현하실 건가요? 단어로 떠올리고 그림으로 그려봅시다.
참여자들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계셨습니다. 우리의 활동 본질은 무엇인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인지, 어떤 그림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계셨을 텐데요. 디자인 수업에서 이런 걸 고민하게 될 줄이야! 컴퓨터를 켜기 전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한 번 더 고민해 보면 보다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말로는 참 쉬웠지만 주변에 있는 모습에 빗대 그리려니 멍해지더라고요. 아마 저의 활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저의 얘기를 들었을 때의 느낌이 그렇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았습니다.
#실습 2. 실습 1에서 그린 그림을 캔바에서 AI 이미지 생성해 보기
그림으로 그려본 이미지를 AI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핵심은 구체성인데요, 스스로 구체적인 상이 잡혀있지 않아 있으니 이미지는 어째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가 나왔습니다. 지금껏 구체적이지 않은 기획을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준 디자이너분들께 새삼 존경을 표하게 되었습니다. 
#실습 3. 우리 단체를 대표하는 사진 편집해서 활동 홍보 디자인 만들기
미리 선정해온 사진으로 단체를 표현하는 홍보 이미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30분의 시간도 모자랐죠. 각자의 결과물을 공유해 강사님께 적정 디자인을 찾아가는 조언을 받기도 했는데요, 강의 장면 사진을 편집해 보자며 줌인하다가 딴짓하는 학생을 포착해 와르르 웃음이 터졌습니다.

[마무리하며]

디자인 실력을 기르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한 자, 한 자 더듬거리며 읽겠지만 언젠가는 탄탄한 기획을 하는 것, 기획이라는 활자 언어를 디자인이라는 이미지 언어로 변환하는 것, 적정디자인을 만드는 것 모두 유창하게 구상할 그날을 응원합니다!

 

by 기록자 "전이슬"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작성일 : 2024-09-12 10:13, 조회수 : 178

코멘트를 달아주세요!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