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만두를 함께 만들었던 날>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충실히 하루를 살아낸 1인 가구원들이
금요일 저녁마다 직접 차린 저녁 밥상에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5주 간의 밥마실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첫 모임, 냉국수와 쌈>
1인 가구 16년차, 1인 자영업자 2년차를 맞이하여 삼시세끼 혼자 먹는 밥에 외롭다 못해 서러움이 느껴질 정도였던 저는 우연히 본 밥마실 모집글을 보고 고민 없이 신청했습니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일주일에 단 한 끼,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건강하게 차려먹는 밥상이 한 주를 살아갈 든든한 보약이 될 줄은. 칼질도 서툴고 요리에 능숙하지 않은데 괜찮으려나, 처음 본 사람들과 낯선 장소에서의 밥모임이 어색하면 어쩌지, 약간의 걱정안고 첫 모임에 나갔습니다. 밥을 먹으며 나눈 정 때문일까요? 7명의 모임원들은 밥을 매개로 금세 친해졌습니다. "밥마실 모임장 보리님과 영셰프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서툰 요리 실력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5회차에 걸친 밥마실에서는 못난이 채소를 활용한 감자 옹심이, 지금이 딱 제철인 아삭아삭 여름오이와 향긋한 표고버섯으로 만든 오이만두, 고소한 들깨로 맛을 낸 비건 버섯들깨탕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보통 1인 가구의 주방은 공간도 넉넉하지 않고, 조리 도구나 식재료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나 혼자 먹을 식사를 위해 1시간씩 요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럿이 모여 준비하는 저녁 밥상은 재미난 놀이 같았습니다. 일주일간의 에피소드를 나누며 누군가는 채소를 썰고, 그 사이 누군가는 육수를 내고, 또 누군가는 중간중간 정리하며 조리 공간을 치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근사한 저녁 밥상이 완성되어 우리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가공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밥상은 몸에도 부담이 없어 다들 국물까지 싹 비워내며 웃음 짓기도 했습니다. 혼자 끼니를 챙기는 일은 해야 할 ‘일’에 가까웠는데, 함께 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운 ‘놀이’ 같았습니다.
< 밥마실 모임을 통해 직접 만들어 먹었던 음식들 : 못난이 채소로 만든 감자 옹심이, 여름 분투 식량 오이만두, 고소고소 버섯들깨탕>
특히 밥마실 프로그램이 더 좋았던 것은 일상에서 나의 선택들이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유통하기 쉬운 규격화 된 형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버려지는 못난이 채소가 전체 수확량의 1/3이나 되고, 판로를 찾지 못한 못난이 채소가 그대로 버려진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습니다. 최근에는 못난이 채소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는 기쁜 소식에 저도 못난이 채소를 구매해보게 되었고, 더불어 언젠가는 집 앞 마트에서도 제각기 제 모양대로 생긴 자연스러운 농산물을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꿔보게 되었습니다.
<고소고소 버섯틀깨탕 밀키트를 만들어서 나누기>
<두런두런 함께 만드는 요리 시간>
그리고 복날이면 당연히 소고기, 오리나 닭 같은 육류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꼭 육류가 아니어도 몸을 보할 수 있는 비건 식재료가 다양하다는 것을 뜨끈한 버섯들깨탕을 먹으며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한 공장식 축산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고, 제 일상에서도 이왕이면 동물복지 달걀을 고르고, 일주일에 육류 섭취를 한두 번으로 줄이는 등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비건 보양식재료>
점점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이웃에 이렇게 밥을 나눌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혼자 사는 삶도 외롭지 않고 따뜻하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려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일상에 생기와 활력을 주는지 몸소 경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함께 나누는 밥상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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