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업무효능감 성장기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김고운
갖고 싶다, 업무효능감!
업무 효능감은 ‘자신이 가진 역량으로 맡은 업무를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느끼는 자신감을 의미’한다. 근무한 지 1년 반 정도가 지나갈 무렵, 전반적인 업무를 파악하고 나름대로 업무 역량이 쌓인 것 같았지만, 갈 길이 멀었다. 잘 해내고 싶은 열망에 비해, 어떤 일도 제대로 책임지고 끌고 나가지 못한다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사)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이하 전미협)는 현재 전국 42개 미디어센터가 회원센터로 가입된 비영리사단법인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세대별 미디어 교육 및 제작·상영지원, 공동체 미디어 교육 등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지원하는 미디어센터와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회원센터 간 교류·협력을 도모하는 워크숍·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미디어센터 설립 컨설팅 및 관련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에 가장 신경 쓴 업무는 회원센터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 기획·운영이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디어센터 스태프들에게 필요한 역량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기획 방향을 잡고, 각 센터에서 진행하는 미디어 교육 현황 파악 및 인공지능 관련 리서치를 진행했다. 다만, 교육 프로그램의 방향은 잡았으나, 세부 내용을 구성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었고, 기획을 매끄럽게 정리하고 프로그램 운영, 마무리까지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이어졌다.
그 무렵 사무국장님의 추천으로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나같은 신입은 여기서 경력을 쌓나’ 교육 과정을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다. 신입활동가를 위한 기획 및 문서작업 등 실무 역량 강화, 생성형 인공지능 툴 활용법, 동료 활동가와의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이 눈에 들어왔고, 제목 중 ‘나같은 신입’이란 표현이 마음을 당겼다. 왠지 나와 같은 실무를 잘 해낼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비슷한 참여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동료를 만나다.
첫 교육이 시작된 4월, 삼각지역에 있는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를 방문했다. ‘나같은 신입은 여기서 경력을 쌓나’ 첫 번째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모인 신입 활동가와 인사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교류의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어떤 참여자들이 모일지, 어떤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게 될지, 첫 만남에 대한 기대와 떨림을 가지고 교육장에 들어왔는데, 각자의 책상 위에 놓인 귀여운 부적카드와 프로그램 담당자인 ‘짜파’가 남긴 손편지와 선물을 발견했다. 내가 받은 부적에는 귀여운 그림과 함께 ’세상이 나를 돕는 부적‘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수첩과 친환경 필기도구도 선물로 준비해 주었다. 이토록 다정한 담당자의 환영 인사라니..! 세심한 환대에 감동하였다. (감동은 ’짜파‘와 ’바닷빛‘이 매 교육 차시마다 준비해 주는 달콤한 다과와 간식 감동으로 이어졌다..! >_< )
교류의 시간에는 참여자 자기소개 후 각자 업무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과 본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고 싶은 부분, 스스로 얻고 싶은 바람 등을 나누었다. 수업 전, 단체 오픈 채팅을 통해 각자 불리고 싶은 닉네임을 미리 적었는데, 나는 내일을 뜻하는 불어 발음인 ‘드망’을 적었었다. 이름과 직함, 소속 단체가 아닌 닉네임으로 부르며, 평어로 대화하는 것이 초반에는 어색했지만, 계속 대화하다 보니 어색함은 줄어들고, 연령대와 소속, 직함을 떠나 오히려 나라는 사람에 집중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참여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 사람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아직은 한 사람 분량의 일이 아닌 60%의 업무만 해내는 것 같은데, 언제쯤 다 해낼 수 있을까’, ‘업무 효능감을 느끼고 싶다’, ‘일도 해내면서 나도 잘 돌보고 싶다’ 등 비슷한 고민을 한 친구들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조금 더 상대방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고, 적극적으로 내 생각을 조심스럽지만 전하게 되었다. 업무 분야는 다르지만 ‘나와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여러 동료를 만나 반가웠고, 심적으로 의지가 되는 순간이었다.
내 변화의 시나리오
‘공익활동가’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위해 활동할까? <변화 기획자>를 주제로 진행된 박영선(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강사님의 강의에서는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시민사회 공익활동가’의 역할을 알아보며, 이 자리에 모인 신입활동가들은 스스로 공익활동가로 인지하는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각자가 업무를 통해 어떠한 변화를 기획하고 있는지 ‘변화의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사회 활동가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언급으로 ‘자신이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사회가 실제로 바뀌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것이 활동가라는 직업의 매력’ 이지만 ‘추진 사업이 시민들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면 그 책임이 간사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이 크고 야근이나 밤샘 작업이 많은 편이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2005)’는 부분을 살펴보며, 활동가에게는 늘 책임과 부담이 따르지만, 바라는대로 변화해가는 사회의 모습을 보면 그 보람의 달콤함이 활동가의 큰 원동력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디더라도 한걸음씩 변화를 기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운 시간이었다.
생성형 인공지능 업무툴을 배우고, 기획의 실마리 찾기
총 3회차로 진행한 <AI로 일 쳐내는 5가지 치트키> 교육은 그로스쿨 최기영 강사님의 강의로 진행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미지, 영상 등 콘텐츠 작업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활용해 본 적은 없었기에 궁금증을 가졌고, 내가 준비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주제와도 맞물려 있어 잘 배워보고 싶었다.
수업을 들으며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미지/영상/음악과 같은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데이터분석/해석 등 다방면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보게 되었고, 앞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방법 뿐 아니라,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비판적인 접근을 통해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겠다 느끼게 되었다. 고민하던 교육 프로그램의 구성안을 정리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었고, 미디어센터 스태프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강화 및 인공지능의 비판적/성찰적 이해를 주제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다.
쌓은 역량을 차근차근 발현하며,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지자!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우리 팀의 언어로 기획해 보기’ 등 참여한 매 회차 프로그램이 흥미로웠고 유익했다. 당장 업무에 적용되는 내용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알아두면 언젠가는 발현할 수 있는 역량일 거로 생각하며 배웠다. 또 다양한 분야 속 전문가들을 강사로 만나게 된 것도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
마지막 교육 시간, 처음 만난 교류의 시간에 함께 앉아 고민을 나누던 동료들과 다시 모여, 지난 9회 차의 교육 과정이 서로에게 어떠했는지, 9주간 인상 깊었던 시간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끝으로 담당자 ‘짜파’, ‘바닷빛’이 준비한 귀여운 화분에 참여자 각자가 적은 응원의 메시지를 붙여, 동료 활동가에게 전달하는 이벤트 시간을 가졌다. 내가 받은 응원 메시지는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정채봉 시인의 ‘첫마음’ 속 한 구절이었다. 나는 ‘지치면 쉬어가며, 잘 버티자’라는 응원 메시지를 붙여 전달했다. 모두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한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치면 쉬어가며, 깊어지고 넓어지면 좋겠다!
9주 동안 ‘나같은 신입은 여기서 경력을 쌓나’ 교육을 통해 다양한 역량을 쌓고, 배운 것을 업무에 적용해 보며 자연스럽게 전보다 깊어진 업무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비슷한 고민을 가진 동료 활동가들을 만나 서로의 활동을 지켜봐주고, 응원하는 시간을 가지며 든든한 연대감을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연차가 쌓이고, 업무를 진행하며 또 고민이 생겨나면,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들으며 넓게 성장해 나가고 싶다. 동료 활동가들과의 교류도 계속 이어갈 기회가 생겨, 각자의 영역에서 성장할 내일이 기대된다. 모두들 지치면 잘 쉬어가면서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길 바라며, 또 어딘가에서 반갑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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