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가 입문 교육과정] 교육 참여 후기 6.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9주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9주

공공교통네트워크 김훈배 

지금의 ‘나’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개인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텔레그램 방에는 회원 각자가 담당한 프로그램에 대해 홍보하거나, 참여를 독려하는 공지글이 가끔 올라오는데 마침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 신입활동가 입문 교육을 담당하는 짜파(김성영 매니저)가 참여자 모집 공지를 공유하면서 알게 되었다. 마침 진행기간도 다른 일정과 안 겹치는 4~6월이기에 선정되었으면 좋겠다 싶어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나는 신입 활동가라고 소개하기가 사실 애매하다. 현재 소속인 공공교통네트워크에서 정책위원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 5년째면서 상근자가 없는 네트워크형 조직이라 매일 통근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아침에 정기 회의가 있을 때만 용산역 근처에 위치한 사무실로 이동한다. 네트워크에서 유일한 청년이면서 여러 버스 현안을 담당하고 있다.

2017년~2018년에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 참여하며 교통 분야 정책을 제안하는 과정 중 전문가 인터뷰 때 지금의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교통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점이 마음에 드셨는지 네트워크에서 주최하는 토론회에 토론자 역할을 종종 맡겨주셨다. 그러다가 2년 후에 정책위원 자격으로 합류하게 되었고, 5년째 함께하고 있다.

‘공공 교통’에 대한 관심은 어릴 때의 성장 배경과 따뜻하던 추억에서 시작되었는데, 집 근처를 순환하던 당시 2220번 기사님들과 친하게 지낸 경험으로 청년이 된 후엔 모두에게 사랑받는 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현재는 꿈을 넘어서 기사님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정책적으로 개선하여 보답하겠다는 목표로 이어졌다. 마침, 네트워크의 활동 방향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고 함께할 수 있게 된 것도 크지만, 결과적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지금의 ‘나’로 성장시킨 바탕이자 원동력이었다.




교육도 좋았지만, 위로받는 순간이었다.
교육 과정을 신청할 당시 내용이 나에게 잘 맞을지 한편으로 고민했다.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나는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나는 활동가에요’라고 당당히 얘기하지 못했다. 지금의 단체에 정착하기 전 여러 단체와 팀을 옮겨 다니며 나랑 맞지 않다면 실망하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물리적인 이동이 빈번하듯이, 활동에 대한 가치관에도 변화가 많았다. 그나마 공공교통네트워크 활동에 정착하며, 나의 신념과 방향성을 적립하기 시작했지만, 또 다른 배움 혹은 자극이 필요했다.

‘나같은 신입은 여기서 경력을 쌓나’ 9주의 입문(신입)교육 과정 중 첫 번째 시간이 개인적으로 가장 울림이 있었다. 공익활동과 활동가의 개념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셨던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박영선 교수님의 말씀이 공감을 넘어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공익활동도 소위 덕후처럼 해야 오래간다.”라는 문장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 얼마나 특별한지 모르겠지만 활동의 시작을 다시 기억하게 해주어 감사했다. 나는 원래 교통분야 자체에 관심이 많고, 흥미를 느끼는 덕후다. 예전에는 교통 분야 자체가 수단으로 매일 이용하더라도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 그 속에서 따가운 시선을 적지 않게 받다 보니 그게 무서워 늘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지금 단체에 소속된 후 개인적인 신념과 단체가 원하는 미래가 일치했고, 개선을 위해 다 같이 고민하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활동도 덕후처럼 해야 오래간다’라는 문장이 의 상황과 복잡한 고민들에 대해 공감과 응원받은 느낌이었다. “훈배야, 지금의 너는 너만의 길을 잘 가고 있어!”라고 말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동지’ 활동가들과의 만남
아마 나를 포함하여 이번 교육에 참여한 대다수가 평소에 ‘다른 분야의 활동가를 만나기 어렵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소속된 곳을 넘어 미래에 다른 더 좋은 단체에서 실무를 맡게 될 순간을 대비하고자 수강한 이유도 있지만, 나와 함께 무언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지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실제로 9주간의 시간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유익했다. 평소 나와는 거리가 멀기도, 전혀 몰랐던 사실도, 잘못 알고 있던 사실 등을 배우고 깨달을 때가 많았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에게 교통이란 주제로 지역의 문제점이나 현안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고, 나의 분야와 상대방의 분야에서 겹치는 지점을 파악하여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이제야 활동가의 정체성을 찾았다.
올해부터 소속 단체에서 감사하게도 월마다 정기적으로 활동비를 받고 있다. 나는 늘 성장해야 한다는 점.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곳에서 내 분야로 일을 배우고픈 소망을 항상 간직한다. 때때로 기회가 주어지는 순간도 있었으나, 아쉽게도 타이밍이 안 맞거나 혹은 최종 면접 과정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불화가 생기기도 했다. 아마 다른 때 같았으면 혼자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 며칠 동안 속을 끓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신기하게도 며칠 안 걸려서 회복하거나, 또는 좋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발생한 분노를 네트워크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생겼다. 어쩌면 굉장히 단순하겠지만, 활동가로서 해야 할 일과 정체성이 정리되어 몰입할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9주 동안 교육 과정을 함께한 동지 활동가들과 친해지다 보니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다시 되돌아보니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신청한 교육이 9주 동안 많은 것을 안겨줬다.

뭐랄까. 열심히 활동하면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이제야 찾았다고나 할까. 교육에서 활동가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과 현장에서 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동지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 또한 용기를 얻은 모양이다. 이 글을 통해 9주 동안 유익한 교육과 함께 오랫동안 찾지 못한 활동가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센터와 담당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작성일 : 2024-08-22 16:16, 조회수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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