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당신 옆의 공익활동-모임 후기] 7월은 쓰다 : 일기와 일지 그 어딘가_쓰기만 한 것은 아니었던 7월

유난히 더웠던 7, '오늘 했던 일 중에 뭐가 활동일까? 쓰기 애매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머뭇거려진다' 는 한마디에서 출발한 모임. <7월은 쓰다 : 일기와 일지 그 어딘가> 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활동가의 일과 일상을 관찰하며 함께 회고하는 시간을 통해 활동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었는데요. '내 활동의 무엇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며 모임에 함께해준 나난님이 소중한 글을 남겨주셨습니다 :)

눈이 땡그란 아이와 쓰다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방학이면 생활계획표를 왜 작성하라는 건지 모르겠고, 일기도 잘 쓰지 않았어요. 그러니 일상 기록은 더욱 관심이 없었습니다. 1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건 업무만으로 족하달까.

 

이와 달리 올해는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같아요. 대체로 새해면 책을 많이 읽자’, ‘글을 쓰자목표 아닌 목표를 세우곤 하는데, 유독 올해는 지나가는 틈틈이 아쉬움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7월은 쓰다모임을 신청했습니다.
 

누구를 만날지 기대와 걱정이 적당히 버무려져 설레고 들뜬 상태로 모임에 나갔습니다. 예쁜 이름표가 책상 위에서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쑥스러운 미소에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참여자 분들과 인사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7월은 쓰다를 어떻게 진행할지 안내를 받았어요.

일기와 일지 그 어딘가의 글을 쓰는 것으로 알고는 왔지만 저는 나의 활동을 기록하려고 했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드는데 생각으로 사라져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활동하면서의 기록을 꼼꼼히 해볼 참이었어요. 업무 중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될 거라 예상했죠. 예상과 달리, 첫 번째 모임을 함께한 뒤 저는 매일 자정에 나의 하루를 모두 기록해보기로 결정합니다.
 



오래 전 어떤 분이
활동가는 퇴근해서도 활동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활동가는 못하겠다는 반감이 들었어요. 스스로 활동가라고 정체화 했을 때는 나는 활동할 때도 나난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였습니다.

 

활동할 때의 나와 일상의 내가 다르지 않은데 기록은 활동할 때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거죠. 단 한달의 기록으로 내가 활동을 잘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하루를 기록하며 나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첫 일주일의 쓰다로 알게 된 것은 내 생각보다 나는 늘 기분이 좋은 상태라는 것이었어요. 요즘 별일이 없긴 했지만 너무 매일 좋아서 일종의 가면일까 두 번째 주에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요, 저는 대체로 기분이 중상인 것이 맞습니다.

 

하루 중에 기분이 안 좋은 감정이 드는 순간들이 있죠. 근데 대체로 퇴근하면서는 업무를 잊기도 하고, ‘쓰다를 쓰는 자정 즈음은 씻고 이불이 가까이 있는 방안 이어서 더욱 평온한 상태였을 거예요. 하루를 되짚어 봤을 때 별일이 없으면 괜찮은 하루였습니다.

 

좋다/괜찮다의 역치가 낮고 나쁜 기분 상태에 오래 머무르지 않더라고요. 좋아하는 프로그램 한 편만 봐도 금세 기분이 올라왔어요. 하루의 좋았던 점과 배운 점을 많이 적었습니다. 스스로 시니컬하고 비판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단순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이었습니다.

 

또 저는 생각보다 더 계획이 없다는 알았어요. 주말에는 약속 외에는 쓸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정하지 않았을 뿐 일상을 꾸리기 위한 시간이 정말 많더라고요. 혼자 있는 날 더욱 바쁘고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을 해야 합니다!!) 


내 직관과 감정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이유(?)를 생각하면서, 막상 나에게 질문을 하라고 하니 턱하니 막혔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답변은 조금 쉽게 써졌는데 질문 자체가 어려울 줄이야!


 

3회차 온라인 모임에서는 3주간 기록을 통해 일과 일상에서 발견한 것이 있는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질문을 받고 동시에 각자의 칸에 열심히 답을 적던 우리를 보며 찐님은 누구나 질문을 받으면 생각하고, 회고를 할 기회가 있으면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네요라고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오랫동안 생각이 났습니다.
 



 

문제해결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내 몸과 마음을 잘 살피면서 스스로를 궁금해 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웃음).

 

쓰다를 한달하며 매일 하루를 기록해보니 좋은 점들이 많았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을 확인하고 의미를 더 찾게 됐어요. 기름이 떨어지면 출근길에 주유를 하던 일도, 계획칸에 적은 뒤에는 계획실행한 게 되니 자기효능감을 느꼈어요.

 

계획을 촘촘히 세우지 않더라도 내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일들의 목록을 쓰고 우선순위를 붙이고 오늘을 회고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 같아요.

 

모임 첫날, 인생의 나침반을 갖고 싶다고 적었는데 내 일상의 기록이 그 나침반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활동가라는 직업은 결과를 바로 알 수 없잖아요. 사람, 사회, 문화의 변화를 위한 활동인 경우에는 더더욱 우리의 활동이 눈에 띄지 않죠. 해변가에 모래 한줌 쥐는 것이 무슨 표시가 나겠어요.

 

현실은 현실적·비판적으로, 미래는 낙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활동을 할수록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어서 실망하거나 지칠 수 있어요.

 

매일을 기록하면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앞으로 무엇을 할 지 계획하면 미래가 조금은 선명해질 거 같아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산다는 감각은 중요하잖아요.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 다른 사람이나 상황으로 발생하는 변수는 어쩔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한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가요. 덤블도어가 말하잖아요. 타고난 능력보다 훨씬 더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선택이라고.
 



올해 울컥하던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쓰다 두 번째 주 회고 질문에 울컥하는 감정의 답을 찾고 싶다고 적었어요. 왜 울컥했는지 정답은 찾지 못했지만, 중요한 건 그냥 내가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는 거였어요. 질문이 어려웠던 것이 어쩌면 내 직관과 순간의 감정에 이유를 붙이려고 하는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부풀던 마음 그대로 8월이 끝나기 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려고 해요.

 

찐과 썬팀 덕에 새로운 일을 시도했어요. 나드, 댕댕, , 우개리, 유의, 잎싹, 피스피스 덕에 7월이 다채로웠어요.

성영님, 혜수님 늘 환대 받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7월은 쓰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지난 한 주중 가장 인상 깊었던 하루가 언제였나요?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나요?

뒷걸음 치는 것 같던 순간에도 결국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거예요.

 

작성 : 나난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재밌네하는 사람
별다른 이유 없이 굳이 건너가지는 않는 사람
건너갈 마음을 먹으면 휘적휘적 가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