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그럼에도. 반짝반짝. 인생
: 2015.9.7-10.17.서울시NPO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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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전화를 받았습니다.
천재작가의 작품이
사람들을 만나고싶어 한다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습니다.
작가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의 친구가 왔습니다.
내어놓은 사진 속에서
반짝반짝
작가의 인생이 말을 걸었습니다.
첫눈에
작품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몹시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쾌히 반짝반짝 그의 인생을 펼쳐놓기로 했습니다.
지금,
서울시NPO지원센터 갤러리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작가 이진의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Episode 2
몇 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함께 사시던 집에서 더 이상 못 사시겠다고 하셔서
다른 곳에 집을 얻어 드리고, 아버지와 함께 사시던 집을 정리해야만 했다.
많은 것을 버리고 정리해야 했었기에 일손이 모자라서 진이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버릴 것과 유품으로 남길 것 등등을 정리하고, 청소하다가 아버지의 옷장을 본 진이가 나에게 물었다.
“형아, 이거 내가 가져가도 돼요?”
아버지는 은퇴하시기 전까지 평생을 회사원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옷장에 있는 옷이라고는
집에서 입는 옷을 제외하고는 하얀 와이셔츠와 정장 그리고 넥타이뿐이었다.
진이는 잘 정리된 수십 장의 흰 와이셔츠와 수십 개의 넥타이를 가리키며 가져가도 되냐고 나에게 물었다.
어차피 아버지의 옷들은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져가고 싶은 거 다 가져가라고 말했다.
얼마 후 49제 즈음해서 나는 페이스북에 아버지를 기억하며 어떤 글을 올렸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임종을 보며 느꼈던 것을 썼던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들숨이 들어가는 순간에 내가 정확히 그 들숨이 마지막인 것을 알았고,
그다음 날숨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페이스북 글을 본 진이에게 메시지가 왔다. 이 글을 자기가 하는 전시 작업에 이용해도 되겠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러라고 했다.
그 작품이 이번 진이의 첫 번째 개인전에도 들어 있는 작품인 <들숨 날숨>이다.
허리가 구부정한 한 노인이 힘없이 어딘가에 걸터앉아 있는 유리로 만든 인형이다.
그리고 인형이 입고 있는 옷은 내 아버지의 와이셔츠와 넥타이로 만든 의상이다.
이 <들숨 날숨> 작업의 또 다른 한 작품은 지금도 내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다.
진이는 그렇게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내게 돌려주었다.
— 변정주/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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