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붉게 타오르다.
시인의 글과 그림 눈시울을 붉게 하다.
2017. 7. 10 ~ 8. 30
월~금 오전 10시 - 오후 5시
서울시NPO지원센터 <품다>
심장을 붉게 물들이는 시인의 이야기를 보러 오세요.
3년 전, 생애 첫 문인화 전시회 때 새 옷을 선물 받고 사진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작고 초라한 그림들을 걸었지만 많은 분들(주로 페이스북의 친구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셨어요. 두 번째 전시회 때 그림이 좋아졌다고 칭찬해 주셔서 막 좋아했었습니다. 그 사이 잠깐 한국작가회의 기금마련 김주대 문인화전을 하며 작가들의 글을 그림으로 그린 전시회를 한 번 한 적이 있고요. 이번이 제 글로만 그린 문인화 세 번째 전시회가 되네요. 헤아려보니 2년 만입니다.
광인처럼, 털 빠진 사자처럼, 때로 살쾡이처럼, 때로 형편없는 목소리의 상처 입은 새처럼, 울고 지저귀고 소리쳤어요. 시끄럽고 듣기 싫으셨을 소리들을 염치도 없이 고스란히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상식 없는 솔직함에도 박수를 쳐주시고, 가당치 않은 명랑과 웃기는 소리 웃기는 그림에도 응원을 해 주신 친구님들 덕분에 저는 또 주사를 부렸고요. 꽹과리 깨지는 것 같은 방자한 소리도 질러댔었지요. 술에 취해 살던 날이 많았어요. 술이 깨고서야 부끄러운 맘이 들어 내린 글들도 많았고요.
붓을 들고 나서부터, 또 친구님들의 댓글에 댓글을 달며 소통하면서부터 인간이 조금씩 바뀌어간 것 같아요. 욕설도 덜 하게 되고, 대낮부터 취해서 올리던 글도 덜 올리게 되고, 친구님들 눈치도 좀 보게 되고, 그렇게 되어갔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진지해지는 일이 제겐 소름끼치는 일이긴 하지만 가끔 좀 진지하게도 살아야 되지 않나 하는 성숙한(ㅎ)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친구님들 덕분이란 걸 잘 압니다. 이 곳 페이스북이 아니었으면 저는 아마 완전 주정뱅이로 지금도 거리를 떠돌고 있었을 겁니다. 학원 닫고, 차 뺏기고, 집 뺏기고, 아이들과 헤어지고, 실제로 정신이 오락가락 했었으니까요. 울기도 많이 울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혼자 길에서 소리치고 옷을 벗어던지고 행패를 부리던 완전 미친놈이 여기 페이스북에 와서 ‘완전(?)’ 나아졌어요. 지금은 누가 봐도 거의 정상인입니다.
형편없는 삶이나마 집도 절도 없이 길에 나앉은 이후 저를 지키고 4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페이스북과 문인화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을 시작한 3년 동안 매일 그리고 매일 찢고 매일 다시 그렸어요. 아이들 생각나면 그리고, 술 생각나면 그리고, 화나면 그리고, 즐거우면 그리고, 그리고 그렸습니다.
그러다가 촛불집회가 이어지던 지난 6개월 간은 거의 촛불 관련 글그림만 그렸어요. 전시회도 미루게 되었고요. 광화문 광장에 나가면 그림 그릴 때보다 더 마음이 편했으니까 그랬지 싶습니다. 친구들도 만나고, 예전에 지르던 소리(음주발광)와 다른 소리(박근혜를 구속하라)도 지르고, 늦은 밤에는 친구 선배 후배들을 만나 술도 마시고, 그게 행사처럼 이어졌었지요.
이제 그 모든 과정을 나름대로 열심히 담은 문인화 110점을 전시하고자 합니다. 아무나 누구나 막 오셔서 보시고,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또 술도 마시고 같이 그렇게 하십시다요. 특별히 누구를 초대하고 오픈식을 어떻게 해야 하고 그런 것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와인과 안주 좀 준비할게요. 맑고 가벼운 플라스틱 컵을 150개 정도 준비합니다. 화면으로 보던 그림과 실제로 보는 그림은 많이 다르거든요. 직접 보시고 또 시집 두 권 분량의 글 혹은 시도 읽으시고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주십시오. 조마조마 했는데 좋은 새 정권이 탄생한 것도 기념할 겸 오셔서 한번 즐겁게 취하시기를요.
코멘트를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