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묻고 작가가 답하다⑤>박영호 작가가 묻고 지희킴 작가가 답하는 '새벽드로잉'
by NPO지원센터 / 2019.10.02
서울시NPO지원센터 <품다>를 비롯한 1층 공간은 사람과 삶을 고민하는 작품들로 채워지는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예술가들이 사회문제에 공감하여 공익의 영역에 발을 담그고공익의 영역이 예술의 기법을 받아들여 은유적으로 문제를 나눔으로써 예술과 공익활동의 능력을 키워내는 새로운 형태의 협업공간입니다.

  
* <작가가 묻고 작가가 답하다>는 전시를 이어가는 작가들이 릴레이 형태로 다음 전시 작가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우리 모두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나보는 프로젝트입니다     


지희킴 작가와 박영호 작가. 두 사람은 각자 공부한 영국과 독일의 작가들과 예술 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작업의 키워드는 기억

 

 

박영호 : 일단 작가의 소개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
지희킴 : 드로잉이라는 방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한번도 직업란에 작가라고 써본 적이 없다. ‘예술가입니다, 작가입니다 ’라고 말하기가 쑥스럽다. 작업의 과정 자체를 강조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얘기하는 편이다. 내 작업의 키워드를 말한다면 ‘기억’이다. 메인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북드로잉 시리즈이다. 이미 인쇄된 활자에 나의 기억여행을 통해서 걸러진, 소환되어진 순간을 덧대어서 표현하고 있다. 활자와 활자 위에 이미지가 겹쳐진 형태이다. 내 기억으로부터 비롯된 타인의 기억을 듣고 거기서 이미지들을 아카이빙 하고 다시 나의 작업에 영감을 받는 걸 중요시 한다. 요즘에는 거기에 집중을 하고 있다. 
 

북드로잉. 왼쪽 Actual shadow. 오른쪽 Unfriendly current.

 

박영호 : 이번 전시에는 반복의 이미지가 많은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지희킴 : 반복적인 이미지를 의도하진 않았다. 이번 전시는 관심사를 연속적으로 모아보니 반복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전시된 작품을 보면 다 프레임이 되어 있다. 정리된 사각의 형태 안의 이미지에 매료되는 편인데 사실은 살짝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제한적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호 : 색상을 보면 전체적으로 느낌은 모노톤인데 칼라를 선택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지희킴 : 어떤 이미지를 그릴 때 억제를 많이 하는 쪽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필터링을 하는 편인데 색상을 쓸 때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이고 그 순간 마음에 드는 색상을 제한없이 자유롭게 쓴다. 거기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색상을 선택하고 배열하고 화면에 발랐을 때 느끼는 희열을 좋아한다. 굳이 말하자면 모노톤보다는 컬러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다.
 
박영호 : 전체적인 작업의 주제는...
지희킴 : 보통은 소환된 이야기들, 소환된 기억이다. ‘오늘밤 태풍이 온다’는 낯선 곳에서 만난 태풍을 시발점으로 과거의 일련의 기억을 소환해 표현한 것이다. 작년에 타이페이에 3개월 동안 머물면서 작업을 할 기회가 있었다. 도착하는 날, 태풍이 같이 왔다. 처음 가보는 나라의 낯선 숙소에서 태풍을 만나서 방안에 갇혀 있다시피 한 상황이었는데 그날 밤 정전이 되었다. 그 태풍이 기억 여행의 방아쇠를 당겼다. 내가 어렸을 때는 정전이 흔한 일이었다. 그래서 집에 항상 양초랑 성냥이 구비되어 있었다. 아버지와 둘이 더듬거려서 성냥이랑 초를 찾아서 불을 켜는 순간의 작은 동작을 생각해냈다. 그래서 그 순간에 대한 순차적인 시퀀스 드로잉을 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이번에 전시된 ‘오늘밤 태풍이 온다’는 그 중 30점을 추려서 전시를 한 것이다.
 
박영호 : 기억과 소환이 주된 메시지라고 보면 될까..
지희킴 : 예전에는 작업에 강한 메시지를 갖고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어떤 이야기를 헤쳐 놓으면 거기에서 관객이 본인이 원하는 걸 취해서 자기의 이야기로 소환을 해서 이해를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오늘밤 태풍이 온다

 

하나의 단어에서 출발해 엉뚱하고 우연적인 기억의 사고연쇄를 통해 드로잉에 다다른다

박영호 :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작업을 하는데 특별히 영향을 미친 문학이 있는가.
지희킴 :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굉장히 책을 많이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작업이 책이라는 오브제와 가깝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학에 대한 관심까지 이어졌다. 극적이고 어두운 얘기에 끌리고 실제로 작업에도 표현이 많이 된다. 한국 작가 중에는 김영하 작가를 좋아한다. 작품을 모두 읽었는데 굳이 꼽자면 단편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가 너무 좋고 최근작 중 ‘오직 두 사람’을 좋아한다. 외국작가 중에는 줄리안 번즈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미셸 우엘백의 ‘지도와 영토’,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좋아한다. 북드로잉 각각의 작품의 디테일에 그런 어두우면서 강렬한 문학들이 많이 삽입이 된 것 같다.
 
박영호 : 북드로잉 작업에 대해 듣고 싶다. 기존 문학의 내용보다 드로잉을 덧칠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작가로서 재해석 하는 것 같다.
지희킴 : 북드로잉 작업은 텍스트에서 하나의 단어를 발췌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재학했던 학교 도서관과 지역 도서관에 편지를 썼다. ‘더 이상 아무도 빌려보지 않거나 폐기하려고 결정한 책들을 나한테 기부해줬으면 좋겠다’. 300여권의 책을 기부 받을 수 있었다. 책을 기부받으면 작업에서 어떤 걸 쓸 수 있을까 고르는 작업을 먼저 한다. 하나의 책을 고르면 쭉 살펴보면서, 들여쓰기와 띄어쓰기로 행간의 형태가 조형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페이지에서 멈추고 알고 있는 단어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단어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mother’라는 단어를 선택하면 그것을 시발점으로 나의 기억여행을 시작한다. ‘mother’라는 단어에서 엄마랑 같이 갔던 하와이로, 하와이에서 본 조개목걸이로, 조개목걸이를 좋아하셨던 할머니로, 할머니가 즐겨 입으셨던 원피스에까지 다다르는 것이다. ‘mother’에서 시작했지만 다소 엉뚱한 우연적인 기억의 사고연쇄를 통해 원피스라는 마지막 단계에 멈추게 되는 거다. 원피스를 이 페이지 위에 그리면 재미있겠다, 조형적으로 아름다움이 발생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그 마지막 단계를 ‘mother’라는 페이지 위에 그려내는 형식이다. ‘mother’는 관객이 봤을 때 힌트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제목이 된다. 그 페이지의 기억 여행의 출발점이 각각의 드로잉의 제목이 되는 것이다. 주어진 단서로 내 개인의 서사를 통해서 전혀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드로잉만큼 재미있다. 내가 만났던 사람, 처했던 상황, 순간, 들었던 음악, 이런 게 다 포함되어 있는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북드로잉 과정을 기록해 둔다. 나의 기억 여행의 루트를 통한 드로잉을 보면서 관객이 공감을 하고, 자신에게 있는지도 몰랐던 잠재적인 기억을 꺼내서 기뻐하고 교류할 때 희열을 느낀다. 그런 것에서 나의 작업이 작동하고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로잉 워크숍>내 드로잉을 통해서 잠재적인 기억을 꺼내고 펼치고 교류한다

박영호 : 작업을 통해서 대중들하고 공감, 소통하는 것인지
지희킴 : 솔직히 교감, 소통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통이라는 단어가 너무 남발되는 것 같아서 내 작업에까지 그 단어를 가져오고 싶지 않다. 그것을 넘어서는 표현이 있을 것 같다. 그냥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어떤 작동을 하게끔 하는 작업이 힘이 있는 작업이고 그런 지점에서 내 작업이 활성화 된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영호 : 소통과 교감이라는 단어가 너무 많은 이미지들이 떠올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독일어에는 아인클랑(einklang)이라는 단어가 있다. 공감과 비슷한 단어인데 하나의 울림이라는 뜻이다. 

 
박영호 : 영국에서 공부한 걸로 알고 있다. 개인적 느낌이긴 한데 예술에 있어 새로운 건 영국에서 많이 시작되는 것 같다. 사진도 그렇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칼라 사진이 예술사진에 속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영국 사람이 칼라 코닥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영국은 독특한 뭔가가 있다. 영국하면 뭔가 선구자 같은 느낌이 있다. 영국작가들, 작품들과의 괴리감은 없었 없었나.
지희킴 : 괴리감보다는 다름으로 인식했다. 런던은 경제적인 것 빼고는 예술가들이 살기 좋은 곳이다. 주말마다 매주 다른 전시를 볼 수 있다. 그만큼 현대 미술에 대한 인프라가 단단하다. 삶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었다. 그 환경 자체가 너무 좋았다. 시민들은 다양한 현대미술을 가까이 접할 수 있고 관심이 있다. 런던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한다. 굉장히 강력한 시간이었다.

박영호 : 마지막 질문. 이곳에서 전시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지희킴 : NPO지원센터는 나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다. 2013년 말에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서 2014년 개관 전시 때 이곳에서 머물면서 작업했다. 북드로잉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를 준 공간이다. 전국에서 보내준 책에 작업을 해서 작은 갤러리 선반을 채워 나갔다. 이곳에서의 작업을 시작으로 북드로잉을 심화시킬 수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개인전 기회를 갖게 되어 똑같은 작업보다는 다른 색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북드로잉은 2점, 애니메이션과 다른 작품들을 전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개방된 공간이라는 특성이 작년 말부터 하고 있는 <드로잉 워크숍> 작업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런던, 대만에 이어서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2차에 걸쳐 열린 <드로잉 워크숍>

지희킴 Jihee Kim
 
2013 골드스미스 대학교 대학원 순수미술 석사과정 졸업,런던
2008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졸업,서울
2006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졸업,서울

수상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
2017 캔 파운데이션 명륜동 작업실 입주작가
2016 15회 금호영아티스트 선정,금호미술관
2017 송은아트큐브 개인전 지원 선정,송은아트 스페이스
2016 예술창작 지원(예술작품지원),서울문화재단
2016 문화예술진흥기금 국제예술교류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6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타이페이,타이완(7월-9월)
2015-2016 인천아트플랫폼 6기 장기 입주작가
2014-2015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2013 소마 미술관 드로잉센터 아카이브 등록 작가
2013 골드스미스 대학 Wardens Purchase Prize 수상
2009-2010 서울 시립미술관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 4기 장기 입주 작가
2009 예술표현 활동 지원, 서울문화재단
2009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미술 창작스튜디오 5기 단기 입주 작가
2007-2008 금호미술관 금호창작스튜디오 3기 입주 작가
2008 제8회 송은 미술대상전 입선

작품소장
2016 Live Forever Foundation,타이중,타이완
2015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2014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과천
2013 골드스미스 대학교, 런던, 영국
2011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과천
2010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2009 제주 도립미술관, 제주
2008 하나은행 본점, 서울

아티스트 토크, 워크숍
2017 Reading, Sharing, Drawing 워크숍, 서울시 NPO지원센터,서울(forthcoming)
2017 Reading, Sharing, Drawing 워크숍,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타이페이, 타이완
2017 Reading, Sharing, Drawing 워크숍, UCL대학 ,런던
2016 Reading, Sharing, Drawing 워크숍, 디스위켄드룸, 서울
2016 Friday Night talks,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타이페이, 타이완
2013 Jihee Kim's Artist talk, 연세대학교, 서울
2013 The bluest eyes, 주영 한국문화원, 런던, 영국
2012 HOUSE PT, Alpha Art Association, 런던, 영국

개인전
2017 새벽을 헤엄치는 드로잉, 서울시 NPO 지원센터,서울(forthcoming)
2017 오늘 밤, 태풍이 온다, 송은 아트큐브, 서울
2016 영혼의 지도,Art Corner, National Taichung Theater,타이중, 타이완
2016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디스위켄드룸, 서울
2014 Between the lines,cueB Gallery, 런던,영국
2013 Daytime Sleepwalking, The Crypt Gallery, 런던, 영국
2009 Sleepless Night,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2007 Finding my other self ,진흥아트홀, 서울

그룹전
2017
드로잉이 아니다, 유아트스페이스, 서울(forthcoming)
까페 소사이어티, 서울 미술관, 서울
공공연한 디자인,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수원
책, 예술작품이 될 자유, 교보아트스페이스, 서울
2016
The end of 2nd floor,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타이페이,타이완
Local Enough?,Barry Room /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타이페이,타이완
“□”, A+ Contemporary 기획, Asia Art Center Taipei I + II, 타이페이,타이완
말하는 사물들, Space K, 대구
Flower Blossom,신세계 갤러리,인천,
뉴 드로잉 프로젝트,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 양주,한국
Muses,Galerie DOHYANG LEE,파리,프랑스
2015 SeMA Collection Showcase,북서울시립미술관,서울
2015
소마 드로잉_무심 無心,소마미술관, 서울
PLATFORM b.,아마도 예술공간/연구소,서울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존재들의 비평행적 진화,인천아트플랫폼,인천
주목할 만한 시선, 금호미술관, 서울
사물이색, 경남도립미술관,창원
2014
The Great Artist, 포스코 미술관, 서울
파국이후의 삶, 서울시NPO지원센터,서울, 테이크 아웃 드로잉 기획
누구나 사연은 있다, 경기도 미술관, 안산
Perfect Skin_지희킴&전상옥 2인전, 샘표 스페이스, 이천
헬싱키 물산_ Summer,Thrusday,Library,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2013
The Pool Exhibition,골드스미스 대학, 런던,영국
2012
Off the s{h}elf , 스톡웰 스튜디오, 런던,영국
Interim Show, 골드스미스 대학, 런던, 영국
Works on Paper, GX 갤러리, 런던, 영국
2011
여성 작가전, 제주 도립미술관, 제주
2010
Korea Tomorrow, SETEC, 서울
21세기의 첫 십년, 서울 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서울
2009
서교난장, 텔레비전12, 서울
NO,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News, K옥션, 서울
2008
INTRO, 국립 고양 미술창작스튜디오 ,경기
송은 미술 대상전 ,인사아트센터, 서울
A's Paradise, 성곡 미술관, 서울
 
협업
2013 Flow District, (로와정&지희킴 협업) 서울 스퀘어 미디어 파사드, 서울, Curated by 김성우

 


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9.10.02, 조회수 :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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