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의힘 인터뷰] 균열난 대학, 잠수함 토끼들
<모임의힘 인터뷰12>
균열난 대학, 잠수함 토끼들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자유인문캠프
자유인문캠프를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중학대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술운동단체라고 정의를 하고 싶어요. 중앙대가 전국 모든 사학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좋게 말하면 대안대학. 나쁘게 말하면 엇나가는 대학의 모델로 자리잡는 것 같아요. 가장 대학 기업화를 전국에서 가열차게 추진하고 있는 학교에요. 우리가 생각해왔던 대학의 역할이나 이런 것들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대학이라고 생각하는데. 2008년에 두산이라는 대기업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했고. 그 이후로 여러 가지 변화들이 압축적으로 있었어요. 2009년 말에는 학교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진보적인 교지에 대해서 총장을 조롱하는 만화를 실었다는 이유로 배포한지 몇시간 만에 전량 수거해버렸고. 그 이듬해 겨울에는 아까 강제수거됐던 중앙문화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리고. 그리고 또 몇 달뒤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전국 대학중에서 최초로. 말그대로 백지위에 그린다는 마인드로. 그런 구조조정이 학교는 그런 의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평가지표라던가 그런게 취업률같은 기업적인 가치를 잣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진거에요.
폐과되는 과들이 있나요?
2010년에는 폐과된 학과는 그렇게 많진 않았는데. 기존에 학과로 있던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과 이런 학과들을 전공으로 축소시켜서. 유럽문화학부라는 이름아래 전공으로 축소시키고. 정원을 딱 반으로 줄였어요. 인문학 전체에서 50%만큼 줄었어요. 그리고 그런거에 반대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고. 정학을 하거나 퇴학을 시키고. 그런 일들일 두산그룹이 학교를 인수한 이후에 빈번하게 일어난 거에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학교 안에서 목소리가 줄어들고. 나도 징계당할 수 있겠다라는 분위기가 생긴거죠. 이런 목소리를 지켜보던 학부생과 대학원생 몇 명이 우연찮은 계기로 트위터에서 얘기를 했어요. 워낙 학교에서 나서서 했던 친구들을 학교에서 퇴학을 시키고 징계를 먹이니까. 다들 거기에 대한 문제의식들을 가지고 있는데. 입박 때문에 말을 꺼낼수가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진거에요. 누구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트위터로 알음알음 그 상황이 좀 문제지 않느냐라는 친구들이 모여서 우리가 뭘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시작했죠. 다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차마 입밖으로 낼 수 없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런 친구들을 모을 수 있는 뭔가를 해볼수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시작한거에요.
제일 처음 한 건 뭐에요?
제일 처음엔 6개월 동안 모여서 계속 회의만 하고 얘기만 하다가. 강연을 열어볼까. 그런 이야기만 했어요. 이름 뭘로 정할까 고민하다가 “잠수함 토끼”라고 이름을 정하고. 2010년 가을부터 자유인문캠프 공개강연을 열면서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학교 안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받았죠.
중앙대 교수님들도 평가도 심해지는 상황에서 같이해주시기 힘들지 않았나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이런 활동을 지지해주시고 학문적인 양심이나 실천을 병행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그런 분들이 특히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그런 분들 도움을 받아서 2010년 가을에 공개강연을 열었거든요. 근데 그게 인산인해를 이뤘던 거에요. 그 당시에 “과연 이게 될까”라는 회의감이 많았었는데. 생각보다 대학교 안에서 구조조정이나 기업식 대학화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뭔가 공부를 하고 싶고, 학문을 하고 싶고, 좋은 선생님들과 교류하고 싶은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라는걸 확인했죠. 평가받는 방식으로 공부하는게 아니라. 정말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구나. 가능성을 본거죠.
커리큘럼이나 이런 것도 정말 잘짜시던데. 노하우가 있나요.
선생님들한테 맡겨요. 좋은 선생님들에게 (웃음) 선생님들에게 이런 주제나 방향으로 짜달라고 먼저 말씀드리고. 저희가 또 의견을 내서 수정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학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커리큘럼이 나오는 것 같아요.
두산이 인수하기 전에 학교가 평범했는데, 두산이 들어오면서 확 바뀐건가요?
그 전에는 변화가 없었죠. 재단이 투자를 안해서 전입금이 1000원인가. 1000원재단 이었어요. 학교에서 투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문제였지만. 그걸 해결하는 방식으로 극단적인 방식으로 한거죠. 워낙 오랫동안 투자를 안하니까 두산이 처음 들어올 때 내부구성원들이 동의를 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이전 재단이 워낙 개판이었기 때문에. 근데 막상 학교가 두산이 들어오고 나니까. 뭔가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었고 아차싶었던거죠. 단순히 기업이 학교에 들어온다는게 투자를 하고 건물이 좋아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뼈져리게 느끼게 된거죠.
작년에 중앙대 갔을 때 청소노동자분들 천막을 봤는데. 총학생회에서는 학교 이미지 떨어뜨린다고 자보를 붙이셨더라구요. 학교안에서 분위기가 두산이 들어와서 취직도 잘되고 좋지 않냐라는 분위기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다수죠. 일반적인 정서.
취업률이 높아지거나 그런게 실제로 있나요.
입학점수는 올라갔어요. 그리고 취업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죠. 취업률에서 불리한 학과들을 정원을 줄이고. 취업률이 많이 나올수 있는 학과를 늘리고. 아예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야간대학과정을 새로 신설해서. 인문학에서 빠진 인원만큼 더 뽑는거에요. 이 사람들은 이미 취업을 했으니까. 취업률이 잡힐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식으로 지표를 올리거나 하는거죠.
얼마전에 중앙대학교 학생의 자퇴선언을 봤었는데. 몇 년전에 김예슬 선언같은 경우에는 “내가 대학을 거부한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분을 보니까 정말 “하다하다 못하겠다” 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학교 안에서 옛날에는 현실에 대한 모순이나 이런 거에 참여를 한다고 하면 그런 친구들이 인정을 받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제가 06학번인데. 저때만 해도 하다못해 그런건 있었거든요.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봤을 때 우리는 이런 거에 관심을 못가지는데 나서서 활동을 하는 훌륭한 친구들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불과 몇 년사이에 뒤집어 진거에요. 쟤네들은 학교의 발전을 가로막는 애들이다. 이런 식으로.
학교안에서 안좋게 보는 분들이 많겠네요?
저희는 그런 학교 안에 분위기나 합의같은 걸 바꾸고 싶은거죠. 학교 안에서 공개강연 이런 걸 계속 열고. 3월에는 새내기 교양학교 열고. 새내기들 계속 만나고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은 그 친구들이 굉장히 큰 뜻이 있고 이런 건 아니더라도. 그런 작은 계기를 통해서 자기 삶에서 균열 같은걸 계속 만들 수 있도록 하는거죠.
활동하면서 인상적인 사례같은 건 있나요?
지난 여름강좌에서 한 졸업반인 디자인학과 친구가 진행단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진행단을 했었어요. 정은영 선생님 강의를 들었는데 자기가 4년동안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4강에서 배운게 더 많다라는거에요. 저희는 항상 수업하면 강의를 하고 평가받는게 아니니까 자기가 자발적으로 열심히하고. 항상 선생님이랑 뒤풀이하고 물어보고 싶은거 물어보고 이렇게 진행하거든요. 근데 그 친구는 자기가 처음 대학에서 그런 걸 경험해봤다는 거에요. 그게 되게 놀라우면서도 이제 점점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진짜 공부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없구나라는게 섬뜩하더라고요.
제가 오늘 07학번 선배를 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들었는데. 그 선배가 다닐때만 해도 운동단체도 많았고. 학술행사 한다 뭐다 그런것도 많았는데. 지금보면 그렇게 행사를 크게 하고 사람들이 와주는 단체가 이제 진자 중앙대에 자캠밖에 안남은 것 같다. 자캠은 운동적인 성격에 대중적인 감성도 가미되어있는 것 같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대학 안에서 대안적인 활동하려는 분들도 없고. 그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자캠이 그나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자캠활동보고 주위에 자캠활동을 잘 모르는 친구들은 뭐라고 하세요?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스펙을 쌓기 위해서 또 하나의 대외활동을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죠. 대안적인 활동이라기 보다는 스펙쌓으려고 한다. 저거하면은 취업잘되니까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인문학 강연이라는게 엄청 정치랑 거리가 멀어보이잖아요. 강연회 여는 단체를 하는구나 이정도.
어떻게 보면 그게 저희의 전략이죠. 대외적으로 친구들이 봤을 때 부담감없이 올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활동을 하는걸 아는 사람은 “열심히 하네”. 활동을 모르는 사람은 “너 지금 뭐하니” (웃음)
활동하는 것 보면 라인을 잘 잡으시는 것 같아요. 주제 잡는 것도 그렇고.
포스터도 최대한 이쁘게 하려고 하죠 (웃음). 디자인이 이상하면 행사가 좋아도 많이 안오잖아요. 처음할 때부터 디자인을 신경을 썼어요. 워낙 비슷한 행사들이 디자인 때문에 보지도 않고 그러니까. 이름 정하는 거나 이런 부분에서 형식이 되게 중요하다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얼마전엔 저희가 포스터 붙이고 있는데. 한 장 딱 붙였는데 눈에 띄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붙이자 말자 사람들이 모여서 보더라구요 (웃음). “포스터가 눈에 띄는가보다” 그런 생각을 했죠.
역시 디자이너의 손길이 가야 하는건가요 ㅎㅎ
근데 디자인이 예뻐서 보는 부분도 있긴 한데. 학교에서 포스터를 붙이거나 플랑을 달고 있거나 하면 사람들이 되게 신기하게 쳐다봐요. 요즘 대학교에서는 그런 활동들이 없기 때문에 플랑을 달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게 쳐다보고. 플랑의 광고효과가 가장 탁월할 때는 플랑을 붙이고 있을 당시인 것 같아요.
자유인문캠프 분들은 졸업하고 진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졸업후 진로는 요즘 고민중이에요. 원래는 고민없이 한길로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해왔어요. 입학했을 때부터 작년까지. 하지만 요즘 들어서 조금 고민이 들더라구요. 제가 그걸 못할 것 같다거나 사양산업 이라던가 그것보다는 글로 뭐를 바꿀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직업을 갖는게 아니라 그 직업을 통해서 어떤 사회적 의미가 가치를 만들고 싶어서 기자가 되고 싶었던 건데. 기자라는 직업이 그런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되면 이걸 희망하는 것도 바꿔야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던지, 선생님도 해보고 싶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
저도 대학와서 쭉 올해까지 똑같이 생각했는데. 기자쪽으로. 근데 저도 요즘에 고민이 엄청 많이 들어서. 같은 고민이기도 하고. 저는 제가 하고 싶은일이 맞나라는 생각도 있어요. 어쨌든 직업일 뿐이잖아요. 수단이니까. 여러 가지 범위를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원래 현실정치에서 뭔가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생각에 정외과 갔고 그런 고민을 했었는데. 이것저것 고민을 하다가 작년에 청소노동자 파업이 있었고. 지금도 자주 뵙고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자캠 수업 중에서도 노동에 관련된 수업도 많이 듣고 했었어요. 졸업하고 노무사 시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 자캠에게 공익활동이란?
결국은 공익이라는게 공공에 이바지한다는 뜻이잖아요. 결국은 저희가 활동을 하는게 학술운동이니까. 학문의 의미가 뭘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공부는 단지 자기 개인의 이익이나 스펙으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주체로 거듭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위치하고 자기가 하는 활동이나 행동이 사회와 어떻게 영향을 맺고 있고. 그런 것들을 깨닫고 실천하는 도구를 학문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잘 깨닫게 하고 그런 기회를 마련하는 게 어떻게 보면 공공에 이바지 하는게 아닐까. 학문의 공공성을 복원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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