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센터] "옳은 일 하고 싶은 맘 숨기지 마세요"_한겨레 서울&

“옳은 일 하고 싶은 맘 숨기지 마세요”

2016-03-17 

서대문 지역의 소소한 일에 관심을 갖고 주민을 위한 감시자 역할을 하는 ‘별별모니터‘ 회원들이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물을 질문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대문 지역의 소소한 일에 관심을 갖고 주민을 위한 감시자 역할을 하는 ‘별별모니터‘ 회원들이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물을 질문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지역 감시모임 ‘별별모니터’ 회원 김희정씨
아이가 다니는 학교 인근의 공사로 통학길이 위험하고 아이들이 먼지와 소음에 시달린다면? 대부분의 학부모는 걱정과 불평을 하면서도 발 벗고 나서길 주저한다. 학교가 알아서 대처하길 기대하거나, 괜히 나섰다가 아이가 선생님들 눈 밖에 날까 봐 몸을 사리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희정(35)씨도 이전엔 여느 학부모들과 비슷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김씨는 생각이 바뀌었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그냥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알게 되었어요.” 지난해 봄 중학생인 큰아이의 학교 뒷산인 궁동산 자락 ‘개나리언덕’이 고급빌라 건축 용도로 파헤쳐졌다. 아이들 학습권과 안전을 위협하고 환경을 훼손한다는 연희동 궁동산 주민들의 항의 속에서도 공사는 계속됐다. (관련기사 <한겨레> 2015년 9월8일치 ‘학생보다 부동산업자 배려하는 교육청’)

 

김씨는 우선 서대문 지역주민들과 뜻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첫째 아이와 10년이나 터울이 지는 늦둥이 둘째를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에 보내며 알게 된 이웃들에게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 봤다. 혼자의 고민이 지역 주민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전업주부, 식생활 강사, 지역활동가 등 10여명이 함께하면서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 이름은 지역의 소소한 일에 관심 갖고 주체적으로 감시자 노릇을 한다는 취지를 담아 ‘별별모니터’로 지었다.

 

모임은 만들었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김씨는 별별모니터 회원들과 구의회를 참관했다. 주민이 지역의 주인이라고 말은 하지만 참관자들을 보는 의회 직원들의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참관 온 주민들이 구의회 주차장을 쓸 수 없는 것도 이상했다. 구의회에서 사용하는 행정용어도 알아듣기 힘들었다.


회원들이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공부를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마침 회원 한 사람이 서울시엔피오지원센터에서 주민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인 ‘미트쉐어’를 소개했다. 이 사업에 참여해 150만원을 지원받아 교육비로 사용했다. 회원들은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을 초대해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강의를 두 차례 받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찾아 간담회도 했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이해를 높인 뒤 별별모니터 회원들은 실행에 옮겼다. 궁동산 개발 상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주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1차로 서울시, 서대문구, 서부교육지원청을 대상으로, 2차로 구청의 관리와 조치 사항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사실 지역에서 모니터링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두 사람만 건너면 서로 아는 사이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레 움츠러들기 일쑤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주민들은 “무슨 일 하세요? 왜 그렇게 알려 하시죠?” 등 공무원이 던지는 질문에도 괜스레 위축되기도 한다.

 

하지만 별별모니터 회원들은 궁동산 지키기에 나선 연희동 주민들의 활동을 도우면서 연대의 힘을 느끼며 변해 가고 있다. “궁동산 주민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당당하게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소심함이 용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김씨는 말한다. 다행히 작은 성과도 거뒀다. 현재 궁동산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얼마 전 교육청이 개발업체를 환경훼손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주민 증언 채택 등 문제가 남아 있어 사태 해결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별별모니터는 지난 10년간 궁동산 관련 공공기관 자료를 찾고 정보공개 청구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별별모니터 회원들은 올해 더 많은 지역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새 일을 도모하고 있다. 다가오는 4월 총선에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 한다. ‘구글 투표’(구글 문서도구를 이용한 간단한 전자투표)로 주민들이 후보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 10가지를 뽑고 후보자들의 답을 받아 주민들이 주권자로서 제대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질문은 궁동산 개발, 면세점 주차문제 등 지역 사안에 대해 후보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고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건지, 주민의 목소리에 어느 정도 귀 기울일 건지 등이다.

 

별별모니터 회원으로 2년째 활동하고 있는 김희정씨는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을 자처한다. 그리고 시민이 움직여야 사회가 나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나서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투표도 하지 않고 사회문제에 귀 닫으려 한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를 지키려면 시민들이 공익활동에 나서야 한다. 누구나 사회가 좋아지는 데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런 마음을 숨기지 말고 꺼내 펼쳤으면 좋겠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기사 원문 : http://www.hani.co.kr/arti/society/ngo/735613.html
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6-03-18 16:29, 조회수 : 4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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