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속센터] 기부 선진국 英 비결… 정부와 NPO 협력에 있었다

[Cover Story] 英 민관 협력 현장을 가다 (上)

자선단체·사회적기업 등에 영국 국민 절반이 활동 중
비영리단체 등 통합 지원하는 '제3섹터청' 2006년 설립
기부 활성화 제도 만들고 관련 법안 개선 주도 역할

한국에서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 '제3섹터'는 정부로부터 홀대받는 영역이다. 행자부·외교부·복지부 등 부처별로 허가를 받아야만 비영리단체를 설립할 수 있고, 제3섹터를 전담하는 부처가 없어 세부 업무별로 권한과 책임이 쪼개져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예산과 정책도 들쭉날쭉이다. 기부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은 어떨까. 영국의 자선단체는 총 17만곳. 사회적기업 19만5000곳까지 합하면 제3섹터에 고용된 직원 수는 2382만명으로, 영국 국민의 절반(3100만명)이 관련 분야에서 활동한다. 제3섹터의 전체 자산 규모는 약 318조원으로, 올해 한국 정부 예산(387조원)과 맞먹을 정도다. 영국은 2006년 제3섹터를 총괄하는 부처(청)를 설립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비영리와 금융을 연결하는 기관을 설립하거나, 각 자치구가 협력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지난 5월 말 서울시 NPO지원센터와 동행한 '민관 협력 및 시민사회 지원 시스템'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 정부와 제3섹터 간 최신 동향을 3회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

혼자 힘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영국은 정부, 제3섹터, 주민들이 소통하며 함께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나간다. 런던의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타워햄릿 자치구는 아홉 달 동안 모든 가구에 설문을 돌리고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통합 도서관 ‘아이디어 스토어(Idea Store)’를 건립했다. 이곳은 직업 훈련, 보건 교육, 심리 상담 등 복합 공간으로 활용되며 런던 최고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 타워햄릿 자치구 제공

"영국은 관대한 나라입니다. 국민의 75%가 한 달에 한 번씩 기부나 자선 활동에 참여하고, 매년 '기부의 날'엔 1분에 60만파운드(약 10억1035만원)씩 모금됩니다. 제3섹터를 지탱하는 힘이죠."


영국 '제3섹터청(OCS)'은 런던시 재정경제부(HM Treasary) 빌딩에 있었다. 샘 지나두(Sam Jinadu) 제3섹터청 정부와 이해관계자 소통팀(Ministerial and Stakeholder Engagement Team) 담당자는 OCS를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곳"으로 소개하면서 "지역 스포츠 프로그램에 기부하면 25%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제도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중간 지원 조직을 통해 지자체 및 지역 단체가 협업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실제로 제3섹터청의 소셜액션팀은 활동가 6500명을 양성해 마을 400곳에서 주민 10만명과 사회문제를 발굴했다. 올해 2월엔 중간 지원 조직을 위해 약 340억원 규모로 '지역 지속 가능 펀드(Local Sustainability Fund)'를 조성했다. 기관별로 역량 강화 교육 및 컨설팅 비용이 약 1억1800만원 제공될 예정이다.

◇부처 설립 과정부터 제3섹터와 논의… 기부 확산 위한 법제도 개선까지

영국의 제3섹터청은 설립 과정부터 화제였다. 영국 노동당 정부가 350개 지자체, 2만5000개의 제3섹터 조직과 정책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면서 시작됐기 때문. 그 결과 영국은 1998년 세계 최초로 정부와 제3섹터 간 파트너십 협약인 '콤팩트(Compact)'를 체결했고, 2006년엔 내각부 안에 자선단체·사회적기업·공동체이익회사(CIC·Community Interest Company)·공익재단·기업 사회공헌·자원봉사단체 등을 총괄하는 제3섹터청(The Office of Third Sector, OCS의 전신)이 설립됐다.

제3섹터청의 규제팀(Regulation)은 캐머런 총리에게 직접 조언하며, 자선단체 관련 법안 및 제도를 개선한다. 2006년 기부 및 비영리단체 보호를 위한 비영리재판소(Charity Tribunal)를 설립한 것이 대표 사례다. 비영리재판소는 비영리단체 자산 보호나 기부 관련 소송을 빠르게 조정 및 처리하는 역할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비영리 투명성과 윤리를 강조하는 '제3섹터 보호와 사회투자법'이 시행됐다. 이는 자선단체 이사의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정부가 개입해 인사권을 발동하고, 자선단체가 사회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다. 앞으로 영국의 자선단체 이사들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거나, 해당 단체를 범죄나 테러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된다. 벤 해리슨(Ben Harrison) 제3섹터청 규제팀 관계자는 "지난해 기부를 요청하는 단체들로부터 한 달에 메일 수백 통을 받은 한 여성이 압박을 못 이겨 자살한 일이 있었다"면서 "자선단체를 악용해 테러 자금을 확보하거나 1억7000만파운드에 이르는 조세를 회피한 이사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국회의사당의 시계탑 빅벤(Big Ben). 이곳에서 영국 법안의 제정이 이뤄진다. / 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

◇자치구가 함께 사각지대 해소… 주민과 직접 지역 도서관 문제 해결도


영국 런던엔 32개 자치구 대표(구청장)들이 모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이 있다. 자치구들이 함께 비용을 모아 노숙인, 성학대, 실업자 빈곤 등 사각지대를 발굴한다. 각 지역 자원을 연계해 4년 단위로 해당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1995년 설립된 런던협의회(London Council) 이야기다. 런던협의회는 자치구 의견을 대변하는 조직이자,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인식 개선(애드보커시) 활동을 하는 싱크탱크 기관이다. 정치, 종교, 성별을 떠나 정부 간섭을 받지 않는 중립적·독립적 협의체다. 1년 예산은 5억파운드(약 8398억원). 그중 95%가 각 자치구가 자발적으로 낸 멤버십 비용이다. 32개 자치구 대표들은 매달 만나 기존 사업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고 방향성을 논의한다. 닉 레스터 데이비스(Nick Lester Davis) 런던협의회 대표는 "연고 없이 지역을 떠도는 노숙인이나, 성학대나 가정 폭력 피해 여성에겐 지역별로 긴급 구호처가 필요하다"면서 "협력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엔 런던시 외곽에 위치한 타워햄릿(Towerhamlets) 자치구로 이동했다. 런던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던 타워햄릿이 최근 주민 참여형 모델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 타워햄릿 인구는 28만4000명. 75% 이상이 다인종이고, 방글라데시 인구가 33%에 이른다. 2013년 타워햄릿 자치구는 9개월간 모든 가구를 상대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FGI)를 진행했다.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고 싶었던 것.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통합형 도서관 ‘아이디어 스토어(Idea Store)’다. 원래 있던 도서관 12곳을 허물고, 직업 훈련·보건 교육·심리 상담 등 통합형 서비스가 이뤄지는 도서관으로 개관했다.

타워햄릿 자치구에 있는 통합도서관 ‘아이디어 스토어’의 모습. / 타워햄릿 자치구 제공

아이디어 스토어 총 5곳은 현재 영국 역대 왕들의 대관식 거행 장소인 웨스트민스터 사원, 국회의사당의 대형 종(鐘) ‘빅벤’ 등 런던의 유명 관광지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정도로 명소가 됐다. 타워햄릿은 1200개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지역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도 한다. 매년 예산 4억파운드(약 6718억원)가 제3섹터를 위해 사용된다. 로빈 비티(Robin Beattie) 전략
기획 총괄은 “자선단체 대표자와 실무자별 워킹그룹을 따로 구성해 지역 문제를 발굴하는 등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3섹터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공익재단, 자원봉사 단체 등 민간 영역을 통칭하는 말.

[원문기사_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13/2016061301673.html]



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6-06-14 09:19, 조회수 : 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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