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NPO지원센터 2층에는 NPO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이 모인 협업공간 ‘엮다’가 있습니다. 6개월에서 1년 동안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NPO와의 협업 프로그램을 하며 ‘NPO지원센터 안의 NPO지원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입주기관들을 만나봅니다._편집자 주
기업처럼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 이익을 공공 선(善)을 위해 쓰는 조직을 제4 섹터라 부릅니다. 제1 섹터를 정부, 제2 섹터를 영리 기업, 제3 섹터를 비영리민간단체로 구분하는 기준에 맞춘 것입니다. 최근에는 플러럴 섹터(plural sector, 다원적 분야)라고 구분하기도 합니다.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 입주기관 ‘더 브릿지’(홈페이지 www.thebridgetogether.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hebridgetogether/?ref=settings)를 설명하는 열쇳말입니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시민의 자금을 모아 사회 변화를 모색하는 개발도상국 현지 기업가에 투자해 그들의 꿈을 응원하는 글로벌 사회적기업입니다.”(황진솔 더 브릿지 대표)
한 마디로 설명한 더 브릿지의 핵심 활동입니다.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국제개발협력과 세계시민교육과 함께 기부자들과 개발도상국 기업을 연결해 자립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임팩트 기부를 실천하는, 작지만 목표가 분명한 단체입니다. 임팩트 기부란 재무적 투자와 기부가 결합된 개념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과 함께 기부금의 일정 부분을 환급받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홈페이지에 가보면 ‘더 브릿지의 생존방식’이란 카테고리가 나옵니다. 모금액의 100%를 기부하고 자립이 이뤄지면 기부금의 50%를 환급받아 더 브릿지의 수익으로, 나머지 50%는 임팩트 포인트로 적립해 다른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선순환 활동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과정은 홈페이지를 통해 낱낱이 공개됩니다.황진솔 대표에게 임팩트 기부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선한 자본의 흐름을 통해 개발도상국 시민들의 잠재 가능성과 존엄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기부자와 대상자가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서로 경험하고 세계시민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상호 변화를 지원하는 것, 더 브릿지의 활동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 것 같습니다.”
자립과 상생, 공존의 임팩트 기부
더 브릿지는 지난 3년여 간 캄보디아의 시골지역에 태양광 패널로 전깃불을 밝혀주는(Solar Home System) 사회적 기업 ‘LES'(Lighting Engineering Solutions)를 지원해 자립을 일구도록 했습니다. 인구의 80%가 살고 있는 캄보디아 농촌 지역의 전력보급률은 16% 정도에 불과합니다. LES는 총 2,500개의 태양광 패널을 보급해 12,000명 이상의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오는 2020년까지 25만명 캄보디아 농촌지역 주민에게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더 브릿지는 지난해 설립한 미국법인을 통해 LES 활동을 더 확산시킬 대규모 펀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태양광 패널 보급 LES 사업 이야기 자세히 보러가기]
이처럼 더 브릿지는 환경과 지역 공동체를 훼손하지 않고 자립 가능성이 높은 개발도상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별해 임팩트 기부를 합니다. 앞서 전한 것처럼, 임팩트 기부의 핵심은 사회적 가치 창출입니다. 캄보디아 LES의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친환경/저비용 에너지 보급은 화석연료 사용 감소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나아가 현지인들의 역량 강화 및 고용창출이라는 변화를 만들어 간 좋은 사례입니다.
더 브릿지의 임팩트 기부 프로젝트는 이외에도 계속됩니다. 우간다 학교 위생 캠페인, 네팔 지진 피해 재건, 네팔 인신매매 피해자 자립 지원 프로젝트 등이 그 것입니다. 더 친근하고 가까운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생일 선물을 기부금으로 바꿔 나눔을 실천하는 ‘생일 기부 캠페인’도 하고 있습니다.
[생일 기부 캠페인 동영상 바로보기]
국내 NPO용 소셜임팩트 프레임워크 연구·공개
“NPO들이 어렵고 힘들 때 치료 처방을 찾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변화를 위한 용기는 더 중요한 바탕일 거 같아요.”(김순종 더 브릿지 사업개발 선임연구원)
더 브릿지는 임팩트 기부를 통해 창출된 사회적 가치를 임팩트 보고서를 통해 기부자에 전달하고 기부를 통해 만들어진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임팩트 기부를 개발하고, 보고서를 만들면서 축적된 노하우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 함께 국내 NPO를 위한 '소셜임팩트 프레임워크 후속연구 보고서' 발간으로 연결됐습니다. 또 'NPO의 소셜임팩트 프레임워크 가이드북‘을 만들어 NPO가 보다 쉽게 자신의 사회적 가치창출 활동을 정의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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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브릿지와 NPO스쿨 공동주최로 지난 4월 서울시NPO지원센터 강당에서 개최된 소셜임팩트 프레임워크 가이드북 설명회]
비영리 섹터의 내부 조직의 건전성 및 지속가능성을 통한 소셜임팩트 가이드라인을 이재현 NPO스쿨 대표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생각보다 내부 건전성이 단체의 사회적 가치 증명을 위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임을 이번 연구에서 느꼈다고 황 대표는 전합니다.
그리고 현재 각 기관이 핵심사업을 통해 외부적으로 창출한 소셜임팩트를 시계열 방식으로 자가진단하고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셜임팩트에 관심은 있지만 단체 활동과 운영에 쫓겨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내부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고 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문제는 미뤄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황 대표는 그렇다고 외부 컨설팅에 의존하기보다 각 NPO 담당자가 주도적으로 소셜임팩트를 분석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NPO 스스로가 누구보다 사회적 가치와 사명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임팩트 프레임워크 가이드북과 같은 기본 지표를 참조해 내부에서 분석하고 설계하는 계획을 차분히 세워보길 추천합니다. 자문과 궁금한 부분에 대한 문의는 언제든지 더 브릿지가 열어 두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사회변화의 선순환에 기여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건 모든 대학생의 로망 아니었겠습니까(웃음) 그런 생각을 가지고 기후변화정책, 기업 탄소배출권 등 CSR(기업지속가능전략) 컨설팅을 하는 미국의 기관에서 근무하다 정부와 기업 차원이 아닌 시민이 주도가 되는 국제개발협력, 그중에서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모델에 꽂혀서 더 브릿지를 만들었습니다.”(황진솔 대표)
“남아공에서 13년간 학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남아공에 대한 국제 지원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사람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죠. 그들이 스스로 설 역량을 지원해야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다다랗고, 더 브릿지를 만나 함께 생각을 실천하려 하고 있습니다.”(김순종 선임연구원)
[사진 오른쪽 황진솔 대표, 왼쪽 김순종 선임연구원]
더 브릿지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실험과 도전의 펼쳐가는 젊은 기관입니다. 도전과 실험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 자체만으로 시민사회의 새로운 변화 사례를 확장하고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 브릿지의 구성원들은 단체명에 빗대 ‘다리질’(황 대표는 어감이 썩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을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영리와 비영리 중 어떤 것이 더 뛰어난지 따지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위해 서로 영향을 미쳐 선순환을 이룬다는 생각과 행동이 더 많이 전염됐으면 좋겠습니다.”
“비영리와 관련한 다양한 전문가들과 실무자,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가장 좋았습니다. 회의 공간이나 휴식 공간 등 업무환경도 좋구요. 개인적으로는 젊은 조직에 주변 협업공간 입주 선배들이 잘 챙겨줘서 좋은 이야기와 영향을 받을 수 있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 서울시NPO지원센터에 입주하게 될 기관들에게는, 가만히 있지 말고 협업공간 입주기관과 센터와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황진솔 대표)
“서울시NPO지원센터가 왜 우리를 챙기는지 처음엔 의야 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외부 사람들이 센터를 찾아오면 서울시NPO지원센터가 무슨 일을 하고, 센터 사업이 어떤 것이 있고, 저 공간은 어떤 곳인지 설명해 줄 정도가 됐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의 활동에 대해 몸으로 긍정하게 된 것이죠. NPO와 시민 들이 센터를 더 잘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더 바란다면, 협업공간 입주기관끼리 상호 더 긴밀한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라운백 미팅’(간단한 점심식사를 곁들인 토론모임) 같은 것을 정례적 으로 한다던지, 서로 활동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만남과 네트워킹이 강화됐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도 서로 다양한 영향과 도움을 주고받고 있지만 조금 더 많이.
아, 그리고 간장게장 같이 먹으려고 센터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아무도 안 먹어서 서운했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김순종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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