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카이브랩, NPO 아카이빙 ICT 지원센터가 되다.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 입주기관 인터뷰_아카이브랩

 

서울시NPO지원센터 2층에는 NPO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이 모인 협업공간 엮다가 있습니다. 6개월에서 1년 동안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NPO와의 협업 프로그램을 하며 ‘NPO지원센터 안의 NPO지원센터역할을 수행하는 입주기관들을 만나봅니다._편집자 주 


 사진 왼쪽부터 이승일, 전혜영, 안대진 아카이브랩 아키비스트

 

대체로 무해한 연구소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여행안내서에서 지구를 대체로 무해함이라고 재미있게 정의한 게 인상적입니다. 아카이브랩 팀원이 입을 모아 한마디로 정의한 아카이브랩도 이와 같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공공/민간 분야에서 외부 컨설팅을 하다보면 아카이브가 생소하고 어렵기도 해서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낯설긴 하지만 아카이브를 만들어 놓으면 무해하다, 그 이상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전혜영 아키비스트)

어느 단체에게든 대체로 괜찮은 연구소이고자 하는 아카이브랩의 바람은 단체의 지향점을 만들었습니다. 소수의 사용자만을 위한 최상의 사양에 복잡한 시스템보다는 단체에 맞는 적정한 시스템을 갖춘 아카이브를 만들고자 한다는 아카이브랩. 대체로 무해한 연구소란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 아카이브 

 

4.16기억저장소 등 사회적 기억들이 정체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아카이브랩은 민간영역 아카이빙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전문기관입니다
. 아카이브는 영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들을 모아놓은 곳이기도 하지만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안대진 아키이브스트는 말합니다. 아카이브랩이 민간영역 아카이빙을 위한 시스템과 자원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와 맞닿아있기도 합니다.
 

세 분은 한국기록연구원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공공영역 아카이빙은 법제 마련을 통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반면 민간영역의 아카이빙은 정체돼 있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저렴한 시스템과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인데요. 전혜영 아키비스트는 민간영역 아카이빙의 부재는 당시 사회상을 제대로 볼 수가 없게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아키비스트이자 시스템 전문가 3인이 모인 소셜벤처 아카이브랩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오픈소스시스템을 활용한 민간영역 아카이빙 활성화
 

민간 아카이브쪽은 시스템이나 자원이 부족했어요. 저렴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려면 아카이브 시장도 만들어지고 해야 하는데 없어요. 시스템이 너무 고가니 민간은 절대 엄두를 못 내고 정체돼 있는 상황이었어요.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하다가 오픈소스 시스템을 생각하게 됐어요. 외국의 오픈소스 아카이브 시스템 중 쓸 만한 걸 뜯어보고 적용도 해보면서 보급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전혜영 아키비스트

 

 < 김세진이재호기념사업회가 열사 30주기를 맞아 사업회 기록, 열사 개인기록, 가족 및 동문 기록, 구술기록 등을 생산수집한 

 

아카이브(기억저장소)를 구축하고 있다. 12월 공식 오픈 할 예정. http://snu.osasf.net>
 

아카이브랩은 민간영역 기록관리 확산을 위해선 저렴하고 사용편의성이 보장되는 아카이브 시스템 보급과 확산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AtoM, Omeka 등의 오픈소스소프트웨어를 발굴해 공동체, 문화예술계, NPO, 기억기관 등 각 영역의 특성에 맞는 아카이브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민간 영역에선 416 기억저장소와 올해 30주년이 된 서울대 김세진, 이재호 분신사건 기억저장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민간영역 아카이빙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레 NPO영역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사회 문제를 다루고 이슈를 던지는 의미 있는 활동들이 모이지 않고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맥락을 보는데 한계가 있을 거란 우려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의 인연으로 이어졌습니다.

 

NPO 아카이빙 지원체계의 필요성으로 연결

 

 “NPO는 아카이빙의 필요성와 유효성이 매우 높은 영역이에요. 단체의 정체성을 정립해가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역사 기록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걸 잘 남겨두면 그게 활동의 결과가 되는 거고요. 마찬가지로 우리 활동을 외부에 우리가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기록관리를 하거나 아카이빙이 필요한 거죠.” (전혜영 아키비스트)

 

NPO영역에서의 아카이브 필요성은 NPO현실과도 연결돼 있다고 전혜영 아키비스트는 말합니다. NPO는 활동가 역량에 굉장히 좌우되는 곳이라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중요 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업무가 이어지지가 않는 등 문제가 생깁니다.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라도 아카이빙이 필요하다는 전혜영 아키비스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나아가 초기 기록들이나 이후의 의사결정 과정이 잘 남아 있어야 시민 활동가분들이 정체성을 잘 이어갈 수 있는 거라는 아카이브랩의 판단은 서울시NPO지원센터와의 협업으로 연결됐습니다.
 

비영리조직을 위한 아카이빙 자문프로그램

현재 아카이브랩은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비영리조직을 위한 아카이빙 자문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어떤 팀들이 가장 많이 오는지 전혜영 아키비스트에게 물었습니다.
 

두 가지였던 거 같은데요. 한국여성의전화나 아름다운가게 같은 경우엔 기록이 모아져 있는 거예요. 만들어진 지 오래됐으니깐요. 모아진 기록을 보존해야겠다는 필요성이 있으셔서 하게 된 경우인 거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곳이에요. 그래서 생산해내는 기록을 어떻게 하지란 고민을 안고 있었어요.”
 

이처럼 역사기록을 정리하려는 단체와 지금 생산되는 것을 관리하려는 단체로 나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컨설팅 방식도 조금 다르다고 하는데요. 그럼 기록을 정리하는 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느냐 물었습니다.
 

선별 기준은 기관마다 강조하는 지점에 따라 다 달라요. 기관 역사성을 강조할 수도 있고 희소성을 강조하는 곳도 있을 수 있고요. 그렇다고 내부에서 독단적으로 리더가 정하지 않아요. 그럼 안 되기도 하고요. 평가위원회나 선별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정해요.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공유되는 가치들이 있는데 그게 기준이 되는 거죠.” (전혜영 아키비스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익숙하게 하고 있는 세 분은 과연 어떤 동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걸까요. 신기하게도 아카이브랩 구성원 모두 우연히 아카이빙에 발을 들어놓았다고 합니다. 아카이빙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지 묻는 질문에 이승일 개발자는 민망한 듯 웃으며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왼쪽부터 전혜영, 안대진, 이승일 아키비스트]
 

사명감을 가지고 발을 들인 건 아니고 문헌정보에요. 역사정보 혹은 문헌정보를 한 학과가 기록을 많이 공부하러 오거든요. 선배나 교수에게 이런 게 있다는 걸 듣고서 정말 우연히 하게 됐어요. 공공기록관리법이 2000년도 초반에 만들어지고 했기 때문에 그때 대학원들이 설립이 됐어요. 당시에는 기록관리가 뭔지도 몰랐고 초창기였어요. 단지 문헌정보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공부를 하게 된 거죠.” (이승일 개발자)
 

이승일 선생님이 초창기에 발을 딛었죠. 저는 공공기관에 배치되고 2007년에 늦게 대학원을 갔는데요. 그 당시 아우슈비츠 아카이브 관련된 논문을 봤어요. 논문 소속이 명지대 기록학과인 거예요. 그때 이런 학문이 다 있네 하고 알아봤더니 집에서도 가깝기도 해서 대학원에 덜컥 돼 버린거죠.”(전혜영 아키비스트)
 

두 사람은 단순한 흥미로 시작했지만 기록관리를 통해서 이 기록이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돕는 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이 매우 가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아니지만 의지를 가지고 임하고 있다며 부끄러운 듯 이승일 개발자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아카이브에 대한 열망에 불씨를 만들고 싶어
 

우연히 시작했지만 아카이브에 대한 철학이 분명한 아카이브랩입니다. 그런 아카이브랩이 장기적으로 꿈꾸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합의된 건 없지만 각자 다 있을 거라며 전혜영 아키비스트는 이승일 개발자를 -’ 쳐다보았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기록관리가 국민 누구에게나 쉬운 뭔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기록관리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좋겠는데요. 기록관리가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거든요.” (이승일 개발자)

이를 위해 읽어볼 만한 기록관리 대중서가 필요하다며 대중서를 만드는 작업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이는 전혜영 아키비스트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이어보기: http://blog.naver.com/snpo2013/220817949116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작성일 : 2016-09-22 10:07, 조회수 : 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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