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언어 역량을 바탕으로 NPO와 청년들의 변화를 지원합니다”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 입주기관_ⓘ국제청년센터

 

  서울시NPO지원센터 2층에는 NPO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이 모인 협업공간 ‘엮다’가 있습니다. 6개월에서 1년 동안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NPO와의 협업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NPO지원센터 안의 NPO지원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입주기관들을 만나봅니다._편집자 주

 

  “생각해볼까요? 나도 모르게 남성을 지목할 때는 ‘그 사람’, 여성에게는 ‘그 여자’라고 하는 경우가 많죠? 언어 민감성을 키우면 성차별이 보입니다. 언어 민감성은 곧 인권 민감성이기도 합니다.”

 
  지난 8월 17일 서울 서소문 인근 강의장. 국제청년센터(www.us-isrc.orgwww.facebook.com/intcenterfu/?fref=ts) 주최로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양은호 한국성소수자문화인권연대 대표, 아웅틴툰 이주노동자방송 전 대표 등이 강사로 나선 ‘모이고, 떠들고, 꿈꾸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십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36명의 국제청년센터의 자원봉사활동가들이 봉사 현장이 아닌 교육장에서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원봉사활동가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더 넓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시작했죠.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청년들의 봉사활동이 어떻게 바뀔지 벌써 기대됩니다.”

 

  김인수 국제청년센터장의 답변입니다. 단순한 봉사 활동자가 아닌 민주적 역량을 키우는 퍼실리테이터로 자원봉사활동가들을 세우고 싶다는 바람이 묻어있습니다.

 


유학생 권익 보호로 시작한 자원봉사 기반 단체

 

  국제청년센터는 ‘세계 청년들과의 국제교류 증진과 나눔 활동의 확대를 통한 국제사회 기여’라는 원대한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근자 2명의 작은 규모지만 지난 2년여 동안 1,400여명의 국내외 유학생들이 찾아와 다양한 봉사활동을 수행한 자원봉사 기반의 단체입니다.

 

  “대학 총학생회장 시절에 별명이 ‘황비홍’이었습니다. 이유는 따로 묻지 않으셔도···. 지금은 ‘머슴’으로 불리길 원합니다.”



사진 왼쪽 김인수 국제청년센터장, 오른쪽 NPO국제교류지원단 박주영 지원단장.

 

  김 대표가 규정한 자신의 위치입니다. 단체 설립 이유와 과정을 물으니 단체 이름과 미션만큼 글로벌합니다. 국제청년센터는 지난 2010년 미국에서 설립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활동을 한 것은 2014년부터입니다.

 

  “저는 말하자면, 탈남(脫南)자 출신이었습니다. 90년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시작한 직장 생활에서 부조리한 모습을 정면으로 맞고 절망감에 돌파구를 찾은 것이 미국 이민이었죠.”

 

  남아 있던 절망감에 처음엔 LA 한인사회와도 거리를 두고 우리나라 유학생 에이전시 사업을 했습니다. 비싼 미국 학교만 소개하는 다른 유학업체에 신물을 느껴 ‘돈으로 장난치지 않고 꼭 필요하고 적합한 학교를 찾아주겠다’는 사업 철칙을 지켜왔다고 합니다.

 

  기반을 닦고 이제 여유를 찾을 법도 한데, 김 대표는 사업을 넘어 선 활동을 벌이게 됩니다. 교환학생 출신 고등학교 유학생이 미국 가정에서 성추행을 당한 소문을 듣고 고객이 아니었지만 팔 걷고 해결에 나선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뒤로 숱하게 발생하는 사설유학원에서 환불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신해 싸워주는 일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어느 순간 사업과 활동의 경계에서 선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0만여 명의 우리나라 해외유학생의 권익을 지원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미국에서 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외국 유학 전 해당 나라의 관련 법률과 제도에 대한 정보를 모아 국내에 소개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한국에 있었다면 더 많은 유학생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덜어 줄 수 있고, 나아가 10만여 명의 국내 거주 해외유학생들과 함께 더 많은 공익활동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20여 년만의 귀환을 결정하게 된 또 다른 동기가 있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미 남가주 추모위원회 사무총장으로 한인사회에 합류한 이후 다시 자각하게 된 삶의 지향과 가치를 어떻게 실천에 옮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용기의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국내 활동 2년 만에 NPO 통번역 활동으로 주목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취지와 목표에 공감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란 믿음 하나로 국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고등학생 대상 나눔교육, 서울시 궁궐교실, 서울시김장문화제 영어 봉사 봉사활동 등으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에는 자원봉사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인정받아 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 자원봉사관리자 상을 받았습니다.


  국제청년센터는 각 나라 외국인 유학생들이 자국의 다양한 문화를 한국사회에 알리게 하는 ‘세계문화홍보단’,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하는 ‘나빌레라’, 해외 유학생들의 활동 리포트와 국내 공익활동 동영상을 촬영해 웹진 형태로 발간하는 ‘월드클래스’, 인문학을 통한 사회 취약계층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 ‘바이스하이트’, 기관의 활동을 홍보하는 ‘홍보국’ 등의 활동과 사업단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사회와 자문위원회가 있지만 프로젝트의 기획과 사업단의 구성, 운영 방향은 모두 각 사업단과 사업단장이 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프로젝트, 사업단 이름 모두 여기서 만들어졌습니다. 3개월에서 1년여 동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자원봉사활동가 중 선출된 사업단장들은 일주일에 한번 모여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서울시NPO지원센터와는 자원봉사활동가들의 언어 역량을 통해 NPO 국제교류지원과 국내외 NPO의 자료 및 홍보물을 번역하거나 통역을 해주는 ‘NPO국제교류지원단’ 활동을 펼치며 연을 맺게 됐습니다.

 

  공모를 통해 이뤄지는 NPO 통번역 활동은 2015년 15회, 2016년 현재까지 24회에 달합니다. 개별 문의를 통해 진행된 사례도 7건이 있었습니다. 올해 지원을 받는 단체는 이주노동희망센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위드헤브론, 일상예술창작센터,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한국여성의전화, 롤링주빌리, 사)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남북나눔, 비영리IT지원센터, 서울혁신센터, (사)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 아프리카인사이트 등입니다.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소통과 자율, 가치 공유의 기회

 

  “큰 규모의 글로벌 단체들은 제 주변 친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비영리단체는 그렇지 않죠.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말 큰 힘인데···. 통번역 봉사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단체를 알리는 작업을 한다는데 보람을 가집니다.”


  호주 유학 경험이 있는 국제청년센터 내 NPO국제교류지원단 박주영 지원단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기 활동을 이어가다 ‘나서지 않는 성격’임에도 2개월 전 단장을 맡게 된 이유를 말해줬습니다.

 

   “번역 지원 신청 단체에 다녀오고 단체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너무 좋았습니다. 주어진 일에 대한 보상을 공공의 이익에 두는 것이 저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시민단체와 국제청년센터의 조력자로 역량과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대학교 4학년. 혹시 ‘스펙’ 때문은 아닌지 굳이 물어봤습니다.

 

  “흔히 말하는 기존의 스펙에 크게 부합하진 않아요(웃음). 스펙 때문만 이라면 프로젝트 종료 이후 다시 센터를 찾는 비율이 30%나 될까요? 학생 자원봉사활동가가 대부분이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서부터 통번역 결과물의 출처를 자원봉사활동가로 명시하는 등 자율성과 성취감을 줄 수 있는 것이 센터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동기 부여가 다르죠. 저 개인적으로 이런 소통과 협업의 경험이 성장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때 묻은 눈으로 던진 말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날 당일에도 제법 큰 단체에서 ‘어떻게 봉사자가 이렇게 많이 찾느냐’는 질문과 노하우 상담이 왔다고 합니다. 이유는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통번역 자원봉사 활동은 대부분 팀을 이뤄 분담한 후 취합해 결을 맞추고 전문 용어 등을 감수하는 ‘팀플’의 과정입니다. 어느 한 명이 이탈하면 사고로 이어지는 시스템이지만 박 지원단장도 놀랄 만큼 각자 역할에 충실하다고 합니다.

 

  “국제청년센터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청년들의 나눔과 교류를 위한 단체입니다. 단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경계를 허물고 사회변화를 이끄는 청년들의 성장을 돕고 싶습니다.”

 

  교육 중간 짬을 내어 이야기를 나눈 후 행사장으로 돌아가는 김 대표는 ‘머슴’이라는 자임이 참 잘 어울려 보입니다.

 

   
   “혼자라면 풀기 어려운 과제, 협업으로 기회 제공”

   
    국제청년센터가 바라 본 서울시NPO지원센터

 

     “무엇보다 국제청년센터가 그 전에 가지지 못한 비영리단체와의 네트워크가 협업공간에 입주하면서 늘어나고, 지속가능     한 관계를 맺게 된 것이 좋았습니다. NPO와 국제청년센터의 국제교류지원사업 연결고리가 더 단단해 진 것이죠.

 

     또 서울시NPO지원센터의 다양한 교육/컨설팅 프로그램을 옆에서 지켜보고,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단체 운영을 하는데 많     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단체가 홀로 있을 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굉장히 만족하고, 특히 공간을 활용하는데 있어 안정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앞으로 서울시NPO지원센터가 NPO     를 지원하는 NPO와 공간 및 사업 공유 이상의 더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협업기관과 함께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   를 합니다. 네트워크와 협업의 연결고리를 더 많이 만들어 자원을 공유하고 다양한 시너지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입주할 기관과 단체들도 이 점을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국제청년센터도 앞으로 서울시NPO지원센터와 함께     협력에 기반 한 활동의 성과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작성일 : 2016-08-22 13:22, 조회수 : 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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