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의성과 집단지성의 불을 켜는 소셜 퍼실리테이터”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 입주기관 인터뷰_스위치온

 

서울시NPO지원센터 2층에는 NPO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이 모인 협업공간 ‘엮다’가 있습니다. 6개월에서 1년 동안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NPO와의 협업 프로그램을 하며 ‘NPO지원센터 안의 NPO지원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입주기관들을 만나봅니다._편집자 주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 입주기관 ‘스위치온’의 자리에는 ‘출장 중~ 어디선가 불 켜고 있는 중입니다’라는 메모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입주기관 중에 전기공사업체가 있는 건 아닙니다. 방화범을 연상하면 더 곤란합니다.

 

스위치온에는 자칭 ‘불 켜는 여자’가 있습니다. 공익활동가와 시민들이 가진 공공선(公共善)과 시민성의 동기를 강화하고 실천에 옮길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일을 하느라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일종의 방화범이긴 하군요.

 

창의적 인간, 잠재된 리더십에 불 지피기

 

스위치온은 설립된 지 채 1년이 안됐습니다. 구성원도 김난희 대표 한명 뿐인 1인 단체입니다. 하지만 단체의 미션과 대표의 내공은 만만치 않은 포스를 내뿜고 있습니다. 우선 스위치온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들어볼까요?

 

스위치온은 사회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창의성과 고유한 리더십을 가진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며 주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경영학의 ‘구루’ 고 피터 드러커의 ‘경영의 최고 목적은 자기 경영이다’란 말에 빗대어 구성원 각자의 리더십을 통해 자기주도적 행동을 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아울러 사회와 조직은 다양한 문제를 가진 동시에 그것을 해결할 내부의 능력이 있고, 문제의 해결은 구성원들이 지혜를 공유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목합니다.

 


[창의적 리더십과 집단지성의 발휘를 촉진하는 소셜 퍼실리테이터 ‘스위치온’의 ‘불 켜는 여자’ 김난희 대표]

 

‘창의적 인간, 잠재된 리더십’, ‘자기경영’, ‘집단지성’. 이 세 가지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스위치온의 사명입니다. 사회는 구성원 개개인의 리더십 발휘를 돕고, 구성원은 주도적 자세로 사회의 성장을 도모해 서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자원봉사 ‘운동가’의 정체성과 다양한 경험

 

“정치외교학과 학생이었고,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첫 사회 경험을 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웠죠.”

 

지난 1996년 NGO에 입문한 김 대표는 한국여성정치연구소와 함께 경륜 있는 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가 급속히 성장하는 시기와 과정 속에 있었지만 시민단체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고, 실무자들은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창의성과 자발성, 자기 리더십의 공백 상황···. 김 대표 역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습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앞일도 마찬가지였지만) 1999년 일본 도쿄로 건너갔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막 소개되며 주목을 받던 일본의 마치즈쿠리(마을공동체만들기)도 살펴 볼 겸, 재충전을 위해 기한 없는 ‘자체 안식년’을 만들어 훌쩍 떠난 것이었죠.”

 

생각보다 생활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마침 한국주택은행 동경지점에 파트 타임 일자리가 있었습니다. 아이엠에프 직후여서 할 일이 많았고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생활 1년 반이 지나자 익숙해져가는 일과 유학의 병행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선배의 제안이 왔어요. 볼런티어21이라는 자원봉사단체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죠. 일본에 있는 동안 망가진 사회안전망을 복원하는데 시민의 자원봉사가 대안이자 첫 번째 실천이며 운동 과제라고 보고 느끼던 차에 흥미를 느껴 다시 돌아왔습니다.”

 

볼런티어21에서 자원봉사 ‘운동가’로 활동한 김 대표는 2002년 국무총리실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홍보전문요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005년부터는 지역 행정 및 조직가로 다시 변신합니다. 서초구자원봉사센터와 서초구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실무위원 및 자원봉사분과장의 업무를 맡게 된 것입니다.

 

“일본에서 짧지만 영리의 생리를, 돌아와서 정부와 지역 행정의 일을 하면서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사회로 퍼지며 여론이 형성되는 상호작용의 흐름을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자원봉사가 시민성을 회복하고 시민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시작과 촉매 역할을 하는 소프트한 시민운동이란 생각을 굳히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영리와 비영리 부문, 정부와 행정에서 두루 경험을 쌓아가며 자원봉사 운동가라는 자기 정체성은 더 단단해졌습니다. 주변에선 김 대표의 기질과 스타일을 보며 ‘더 화려한 일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두 번째 자체 안식년을 계획하고 무작정 미국 뉴욕으로 갑니다.

 

“조직 생활에 지쳤던 게 사실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자원봉사 운동가로서 사람의 성장을 돕는 길에 점점 더 확신을 가지게 됐지만 나 자신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펼쳐나갈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일단 뉴욕에서 신나게 놀았죠. 미 동부를 샅샅이 돌았어요. 지역 봉사단체나 환경단체에 무작정 들어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일 년 반의 자체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와 김 대표는 한국자원봉사문화(구 볼런티어21) 사무처장으로 활동을 하다 2015년 12월 스위치온을 설립합니다.

 

그동안 숙성된 고민과 경험을 진화시켜 공익활동가와 시민이 각자 다양성을 존중받으며 성장하고 사회 변화에 참여하는 스위치를 킬 수 있도록 촉진하는 ‘소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과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소셜 퍼실리테이터’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40여개 기관과 100여건의 교육과 워크숍 및 미팅 등을 진행했습니다. 대략 2,000여명을 만난 셈이네요. 이러다 쓰러지면 부고 잘 써주세요.(웃음)”

 

별로 안 웃긴 농담이었지만, 스위치온과 김 대표가 그동안 해온 일들을 들어 보니 넘치는 에너지와 사명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 청년인턴들과의 비전 및 미션수립 워크숍, 청소년·대학생·주부·시니어·직장인 대상 자원봉사 리더십 훈련 강의(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서울시한강사업본부, 성남시자원봉사센터 등), 조직 강화 및 팀빌딩 워크숍(수지장애인복지관), NGO 자원봉사관리자 매니지먼트 역량강화 교육(한국자원봉사협회,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하남시자원봉사센터, 경기북부지역아동센터지원단, 은평구자원봉사센터 등),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개발 워크숍(서울시자원봉사센터, 경기도자원봉사센터, 한국자원봉사문화 등)과 같은, 열거하기 숨 찰 정도의 활동을 벌였습니다. 심지어 몽골 인터내셔널 울란바토르 대학교 학생들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봉사 강의, 한국수출입은행 사회공헌활동 협력 사업까지 국경과 경계를 넘나들며 소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NPO의 성장을 지원하는 서울시NPO지원센터 안에 또 다른 n개의 지원센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스위치온은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비영리민간단체의 민관협력 역량강화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참여 단체 실무자 150여명을 대상으로 민관협력의 이해를 증진하고 역량 강화를 함께 모색하는 워크숍을 진행한 것입니다.



[비영리민간단체 민관협력 역량강화 프로젝트 워크숍 장면]

 

“올해 처음 진행 된 워크숍인 만큼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올해는 민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인만큼 반쪽인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나 민관협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사회적 이해와 요구에 발 맞춰 민과 관이 서로 필요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를 고민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꽃 피우는 개인과 조직의 비전·미션을 위해

 

김 대표가 진행하는 워크숍과 강의는 지식의 전달이 아닌 ‘그 안에 모인 사람들의 생각과 조직의 지혜를 끌어내는’ 것을 지향합니다. 그리고 개인과 조직의 변화와 발전이 사회적 공명을 일으킬 수 있도록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개인의 비전이 변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조직이 필요하죠. 다만 개개인 한 명 한 명의 꿈이 조직 내에서 조화를 이뤄 사회에서 실현하는 모습을 원합니다. 그래서 조직과 개인의 균형 잡힌 미션과 비전의 공유가 중요합니다. 매몰되는 개인이 아닌 꽃 피우는 개인이 조직이 만날 수 있는, 창의성과 집단지성을 촉진하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낼 수 있는 동기는 김 대표의 삶의 궤적에서 나온 화두이면서 숙제와 같아 보였습니다. 방학 마지막 날 몰아치는 부담되는 숙제가 아니라 공익활동가·시민들과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함께 해보고 싶은 자유(自由)에 근접해 보입니다. 핵심은 ‘사람의 성장’이었습니다.

 


 

“자원봉사가 복지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사회에 참여하는 관문으로 의미를 찾고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저 역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과 뿌듯함을 가지게 됩니다.”

 

‘호적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스위치온은 아직 홈페이지와 SNS 소통 채널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만일 조직과 구성원, 시민들과 함께 자기주도성과 집단지성을 통해 갈증을 해소할 답을 찾아 비전과 미션의 불을 켜고 싶다면 ‘유레카!’를 기억하면 됩니다. 김 대표의 이메일 주소는 ‘eurekat40@daum.net’입니다.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
 

   스위치온이 바라 본 서울시NPO지원센터

 
  “스위치온을 설립하고 혼자 서야 했을 때 단체의 비전과 미션에 공감해 주며 유연하게 협업공간에 들어오게 한 것에 대해 우선 고마움이 큽니다.

1인 단체에게도 도전의 기회를 주고 ‘내가 하는 일이 외롭지 않구나’란 느낌을 갖게 해 줬습니다. 스타트업 단계의 공익활동가나 단체들에게 좋은 회와 자원을 제시해주는 중간지원조직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활동을 하면서 협업공간 내 다른 입주기관이나 센터를 통해 영감과 자극을 얻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단순히 사무공간을 제공받는다는 차원에서 서울시NPO지원센터의 협업공간을 바라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입주기간이 6개월에서 1년까지라 금방 지나가구요. 태중의 아이처럼 필요한 영양분을 받고 복중에서 바깥소리를 들으며 말 그대로 인큐베이팅을 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협업공간 입주기관들과 센터와 서로 열린 마음으로 자극을 받고 시너지를 만든다는 그런 기대와 설레임을 갖고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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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6-09-27 09:46, 조회수 : 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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