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 전문가를 꿈꾸며:
머니 콜렉터(Money Collector)가 아닌 프렌드레이저(Friend-raiser)로
- 서울시 공익활동지원센터 ‘퇴근길 공익활동’ 삼각지 강연을 듣고 -
퇴근길 공익활동, 삼각지 강연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생생한 강연 후기를 전달합니다. <두 번째 공익활동> - 주제: ‘공’과 ‘사’ 구분 좀 못하면 어때? - 소비만 잘해도 공익활동이 됩니다.
- 연사 : 심현보 대표(사회적기업 아립앤위립 대표)
- 후기 작성자: 황진명(국제백신연구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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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고 있을 때, ‘공익활동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을 위한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곧 인턴십을 시작하게 될 국제백신연구소(IVI,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는 개발도상국의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연구와 보급을 수행하는 국제기구다. 공익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추상적이던 내게 이 강연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배치될 팀은 IVI의 정부협력/공보팀으로 대한민국 정부, 공공기관, 기업, 개인 후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관계 유지를 담당하며, 기관의 인지도 제고, 언론 홍보, 콘텐츠 기획, 그리고 공적 모금 활동을 아우른다. 그중에서도 요즘 나의 주요 관심사는 공적 모금 활동 지원이다.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메시지로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까? 나는 그 해답을 강연에서 얻고 싶었다.
강연하고 있는 심현보 대표
강연자는 ‘신이어마켙’의 설립자, 심현보 대표였다. 이 브랜드는 시니어 세대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청년들과 함께 일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21년 SK텔링크를 시작으로 보건복지부, 카카오, 스타필드, 다이소, 배달의민족 등 수많은 국내 기업들과 협업해왔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이 많은 파트너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사용하셨나요?”
그런데 그의 답은 뜻밖이었다. "한 번도 아웃바운드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모든 협업이 기관 측의 제안, 즉 인바운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강연을 듣고 있는 참여자들
놀라웠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답은 그가 직접 보여준 한 편의 짧은 영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화면 속에는 꽃분홍 옷을 입은 할머니들이 등장했다. 서툰 말투지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잘될 거여, 무엇이든 해낼 거여”라고 말하는 그 응원은, 투박하지만 따뜻한 응원은 마치 아랫목의 보리밥처럼 마음을 데웠다. 처음 보는 할머니들이었지만, 내 할머니가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단 몇 분 만에 참여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그 힘은 ‘할머니의 사랑’이라는 감정, 그리고 진정성이었다.
문득, IVI의 대표 캠페인 ‘땡큐 코리아!’가 떠올랐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대한민국을 향해 “고마워요”라고 외치는 이 캠페인은 나에게 국제기구의 역할과 모금 활동의 의미를 처음 체감하게 해주었다. 이후 나는 이 캠페인을 기획한 손미향 전 홍보개발부장이 쓴 『사람이 답이다』를 읽게 되었고, 그 안에서 중요한 문장을 발견했다.
“What is fundraising? It is friend-raising.”
“단체의 미션을 사랑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모금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신이어마켙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심현보 대표
프렌드레이징. 친구를 만드는 일.
단체의 철학과 진심에 공감하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과정.
신이어마켙 역시 이걸 누구보다 잘 실천하고 있었고, 그 본질은 IVI의 메시지와도 닿아 있었다. 모두가 공감하고 연결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진짜 공익이 아닐까.
참여자들의 질의응답을 받고 있다.
나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마케터가 아닌, 공감과 연대를 이끄는 프렌드레이저(friend-raiser) 가 되고 싶다. 공익을 위한 마음을 연결하고, 좋은 뜻이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
그것이 내가 꿈꾸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자원개발 마케터의 모습이다.
이 강연은 그 시작점을 보여주었고, 내 마음속에 ‘좋은 모금’의 기준을 심어주었다.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신이어마켙의 심현보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퇴근길의 짧은 한 시간이, 나의 진로와 가치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