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가들이 사업을 기획하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NPO스쿨의 이재현 대표가 ‘활동가의 사업기획 ABC’를 주제로 연재합니다.
[연재 목차]
(1) 공익활동가를 위한 사업기획의 기초
- 공익적 관점으로 구상하는 사업기획
- 기획서, 계획서, 제안서의 차이
- 좋은 사업기획, 나쁜 사업기획
(2) 단체의 미션·비전과 사업의 연결
- 단체의 미션·비전을 연결해야 하는 이유
- 미션·비전과 사업의 브릿지, 전략목표
- 공익활동을 기획한다는 진짜 의미
(3) 명분과 타당성을 부여하는 분석 기법
- 기획서를 돋보이게 만드는 분석 기법
- 사업포트폴리오 분석 방법과 도구
- 개별사업 분석 방법과 도구
(4) 활력있는 사업의 실행과 평가
- Plan-Do-Check의 순환고리의 비밀
- 성과관리 이론과 성과평가 이론 비교
- 논리체인으로 적용하는 평가측정의 실제
(5) 결과보고서 작성법과 사례
- 좋은 보고서는 좋은 기획서로부터
- 설득력 있는 기획서 및 보고서 작성법
- 실무에 바로 적용가능한 보고서 탬플릿
(3)-1 명분과 타당성을 부여하는 분석 기법(사업 포트폴리오 분석)
앞선 글에서 전략목표 설정을 완료했다면 각자 담당한 개별사업이 어떠한 중장기적 방향성을 가지는지 연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큰 방향성 속에서 개별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존재적 이유가 있는지, 분석이라는 행위를 통해 기획의 설득력을 향상시키는 작업이 그것입니다. ‘기획을 잘한다’는 의미가 ‘문서를 뽀대나게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시각적으로 훌륭한 문서를 일부러 기피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기획서에 등장하는 다양한 분석 기법이 비단 시각적 전달력을 높이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흩어진 주관을 객관의 프레임으로 정리하여 문서의 설득력을 올리는 것이 진정한 취지입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컨설팅이 하나의 업(業)으로 등장하며 컨설팅업체도 생겨났습니다. 그중엔 잘 알려진 맥킨지 교수의 맥킨지 컨설팅 컴퍼니도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컨설팅이 더욱 체계화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1950년대 이후 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의 도구(tool)와 프레임워크가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는 SWOT 분석은 60년대에, BCG 매트릭스는 70년대에, 밸류체인과 BSC는 90년대에, 디자인 씽킹,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2000년대에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사기업의 컨설팅 도구가 곧바로 비영리 현장에 이식되기란 어렵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영리 영역에서 적용되어 왔던 도구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며 기획안을 더욱 풍성하고 설득력 있게 만드는 기본기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꽤 오래된 전통적 도구들이기에 도구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도구가 지닌 논리와 체계를 탐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도구는 유행과 같아 계속 바뀝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사고의 힘이고 사고의 힘을 키우는 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려는 창의성입니다.
오늘 챕터에서 살펴보려는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 기법은 분석의 대상이 개별적인 단위 사업이 아닙니다.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이란 조직이 주관하는 모든 사업의 기초 전략 방향을 도출하며 각 사업의 경중을 가늠해 보는 일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잘 되는 사업은 투자를 더 하고 안 되는 사업은 발을 빼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모든 사업이 대상이라 담당자보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담당한 개별사업이 전사 차원에서 어느 위치인지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적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에 비영리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 도구를 소개합니다. 시장, 경쟁력, 신사업, 가치적합성의 분석 기준으로 구분하니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분석기준에 의해 구분한 사업 포트폴리오 접근>
<표 출처> 건강한 비영리경영, 이재현, 한국문화사, 2024
시장 분석으로 전략을 도출하고자 할 때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은 BCG 매트릭스가 흔히 사용됩니다. 보스턴컨설팅에서 개발한 BSC 매트릭스는 시장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조직의 사업을 4개 분면으로 분류합니다. 비영리 언어로 환치하면 시장성장률은 영역확장성, 시장점유율은 단체영향력이 가능하겠습니다.
<BCG 매트릭스>
<표 출처> 건강한 비영리경영, 이재현, 한국문화사, 2024
시장성장률도 높고 시장점유율도 높다면 별의 영역으로 봅니다. 별의 영역에 있는 사업은 수요도 높고 늘 성공적입니다. 자원을 투입할수록 그만한 성과가 기대됩니다. 따라서 이 영역은 확대/확장하는 방향이 기본 전략이 됩니다. 다음은 문제아(골칫거리로 순화함이 좋을 듯합니다.) 영역의 사업입니다. 시장성장률은 높은데 단체의 점유율이 낮다면 계속해야 할지 접어야 할지 고민스러울 것입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점유에 대한 확신이 없어 선별하는 조심스러움이 요구됩니다. 판단이 어려운 영역이라 문제아 혹은 의문스럽다 하여 물음표로도 불리는 이 영역의 기본 전략은 확대나 철수, 혹은 투자는 하지 않고 물러나는(pivot) 수확이 선택지입니다. 다음 시장성장률은 멈췄으나 단체의 점유율이 높은 현금젖소의 영역입니다. 시장은 작아도 호응도가 높고 실속 있는 사업들이 여기 있습니다. 투입을 더 하지 않아도 늘 성과가 도출됩니다. 기업에서는 흔히 현금출납기로도 비유됩니다. 그러므로 기본 전략은 현상 유지가 적합합니다. 끝으로 개(짐짝으로 순화..)에 비유되는 영역은 시장 성장도 낮고 점유율도 낮은 영역이라 수확하며 철수를 검토해야 하는 전략이 권장됩니다. 이상 4개의 영역에 사업을 적용해 보며 사장 상황에 따른 개괄적 큰 그림을 구상해 볼 수 있습니다.
<BCG 매트릭스의 결과 활용>
<표 출처> 비영리단체의 컨설팅 가이드북, 이재현, 한국문화사, 2020
다음으로 알아볼 GE(제네럴일렉트릭사)-맥킨지 분석은 앞선 BCG 매트릭스의 간편 버전입니다. 시장 매력도와 시장 경쟁력의 매트릭스로 3분면을 구성하며 사업을 배치해 보는 접근으로, 앞선 BSG가 시장의 기준을 강조했다면 GE-맥킨지 분석은 단체의 경쟁력에 방점을 찍습니다. 세로축 시장 매력도는 시장 규모와 성장률, 경쟁 기관 상황, 수익률이나 호응도, 정치사회적 변동 상황 등을, 가로축 사업경쟁력은 시장점유율과 성장률, 사업 경쟁력, 브랜드 인지도, 확산 능력, 투입 비용 등을 뜻합니다. 먼저 시장 매력도와 사업 경쟁력이 모두 높은 그린존은 유지 혹은 육성 전략이 권장됩니다. 반면 두 개의 기준이 모두 낮은 레드존은 수확 혹은 철수 전략이 적합합니다. 그 중간에 위치한 옐로우존은 선택적 유지나 선택적 육성이 적합하며 때로는 수확이나 철수가 검토되어야 할 영역입니다. GE-맥킨지 분석은 복잡한 분석을 3개 영역으로 단순화시킴으로써 사업의 경쟁력 기준에서 볼 때 나아갈 것인지 멈출 것인지를 판단할 때 유용합니다.
<GE-맥킨지 분석>
<표 출처> 건강한 비영리경영, 이재현, 한국문화사, 2024
세 번째 소개할 도구는 Ansoff 매트릭스로 조직이 신규사업을 구상할 때 유용합니다. Ansoff 매트릭스는 우선 시장과 사업으로 크게 두 축을 구분하며 그 하위 기준으로 다시 기존 사업인지, 신규사업인지를 구분함으로써 4분면을 구성합니다. 기존 시장에 기존 사업이라면 시장 침투가 기본 전략에 해당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기존 참여자도 있으니 매우 경쟁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기본 전략은 시장에 침투하여 타 기관의 참여자를 뺏어오거나 아니면 시장 자체를 키우는 쪽으로 구체화됩니다. 만일 기존 시장에 신규사업을 론칭한다면 기본 전략은 신사업개발 전략으로 명명됩니다. 이미 진출해있던 유사사업과 무엇이 다른지 차별성을 강조함으로써 기존 이용자에게 신사업을 판매하는 방식이 핵심입니다. 기존 사업이지만 새로운 시장이라면 새로운 이용자를 찾아야 합니다. 신규 대상자를 발굴하기 위해 이용자 세분화 분석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이 기본 전략입니다. 끝으로, 신규사업인데 시장도 신규라면 다각화 전략이 적합합니다. 이는 기존 사업과 관계없는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라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에 속합니다. 따라서 다각화 전략이란 선택과 집중이라는 모험을 피하라는 권유에 해당합니다.
<Ansoff 매트릭스>
<표 출처> 건강한 비영리경영, 이재현, 한국문화사, 2024
<Ansoff 매트릭스의 결과 활용>
<표 출처> 비영리단체의 컨설팅 가이드북, 이재현, 한국문화사, 2020
마지막 포트폴리오 분석도구는 맥밀란 분석입니다. 맥밀란 분석은 사업의 가치적합성을 바탕으로 사업의 매력도가 높은지 낮은지를 분별함으로써 사업이 지닌 가치를 현실적 경쟁력과 연결시키는 분석입니다. 지면 관계상 하나만 예를 들어 봅니다. 가치적합성이 높고 역량과 잠재성도 높지만, 사업 매력도가 낮으면서 경쟁자까지 많다면 이 사업의 기본 전략은 경쟁자를 지원하는 간접투자가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즉 이 사업을 직접 주관할 중차대한 이유가 없다면 타 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성취하는 방향이 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맥밀란 분석은 단체가 지향하는 가치가 실제 시장에서는 어떠한 경쟁력의 역동으로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자 할 때 효과적입니다.
<맥밀란 분석 및 결과 활용>
<표 출처> 건강한 비영리경영, 이재현, 한국문화사, 2024
이상 4개의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 기법을 살펴봤습니다. 사업의 담당자로서 자신이 담당한 사업을 포트폴리오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해석해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요? 조직 전체의 사업의 경중을 가늠하는 도구들이라고 해서 관리자들만의 업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담당자가 넓은 시야를 가질 때 사업의 차별화도 탄력을 받습니다. 넓은 시야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바라볼 때 엣지있는 기획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시야를 좁혀 개별사업의 분석 기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