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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 3선

작성자 정대웅 등록일 2025-12-03 조회수 18
활동직무 홍보/IT 활동분야 시민사회일반
자료출처 기관/단체 자료형태 문서

왜곡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 3선

 

 

지금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 중에는 오해의 역사가 있는 것이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했기에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런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이 나옵니다. 나아가선 배신감도 느끼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입니다. 많은 사람은 이 작품을 원주민의 공주인 포카혼타스와 영국 탐험가 존 스미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 포카혼타스(본명 아모누테 또는 마토아카)는 영국의 식민정책 과정에서 이용된 소녀였고, 그녀의 삶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식민 폭력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녀는 ‘문명화된 인디언 여성’의 상징으로 만들어졌지만, 이 이미지는 제국주의적 시선이 만든 ‘편리한 오해’였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예로,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입니다. 영화 속에서 황제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검투사에게 ‘죽여라’라고 명령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제스처는 ‘Thumbs down = 죽음’이라는 강렬한 상징으로 대중에게 각인되었지만, 사실 로마 역사에서 그러한 의미로 엄지를 내렸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오히려 고대 로마에서는 엄지를 감추는 동작이 ‘검을 넣어라’, 즉 ‘살려주라’는 뜻이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이 두 사례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통해 가공된 왜곡 정보를 접한 이후 우리가 ‘그럴 것이다’라고 믿어온 문화적 이미지가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원래 그렇다’, ‘다들 그렇게 안다’는 인식은 종종 사실보다 더 강력한 진실처럼 작용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왜곡되어 온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은 참 어렵습니다.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당연함’을 해체하고 새 시선을 제시하는 사회적 실험이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어떠한 캠페인보다도 오랫동안 쌓여온 인식을 바꿔나가는 캠페인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쌓여온 시간만큼이나 해체의 시간도 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과거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일반화되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과했던 인식의 변화를 만드는 시작한 3가지 캠페인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사례 1. 모두의 드리블 — 이동약자 인식 개선 캠페인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은 K리그와 하나은행, 사랑의열매 등이 2020년부터 협력해 진행한 이동약자 인식 개선 프로젝트로, 경기장에 가는 과정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경기보다 더 거대한 도전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동약자, 즉 휠체어 이용자, 노인, 유모차 사용하는 부모 등은 일상적인 이동조차 쉽지만은 않은데, 그 불편은 경기장처럼 대규모 시설에서는 더욱 극대화됩니다.

 

 

이 캠페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의식을 전개했습니다. ‘드리블하며 갈 수 있는 길이라면, 휠체어로도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질문에서 캠페인은 출발했고, 축구 팬이 실제로 GPS 센서가 장착된 공을 드리블해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측정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팬이 직접 참여하고 몸을 움직여 길을 체감하게 함으로써, 이동약자가 매일 마주하는 환경적 장벽을 ‘나의 경험’으로 재구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편의 시설의 부족을 지적하는 광고형 캠페인이 아니라, 참여자 자신이 ‘내가 들고 드리블한 공의 경로’가 곧 이동약자 루트 개선을 위한 데이터로 쓰인다는 구조적 메시지를 담은 것입니다.

 

그 결과 이 캠페인은 단순한 퍼포먼스 이상의 의미를 만들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평소 아무렇지 않게 걸었던 길이 실제로는 좁거나 경사져 있거나, 턱이 지나치게 높아 휠체어로는 통과가 어렵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체험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전혀 불편할 것 같지 않았던 길이 누군가에게는 벽이었다”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이는 캠페인의 목표였던 ‘감각 기반의 공감’을 정확히 건드린 결과였습니다. 

 

이 캠페인이 똑똑하다고 포인트는 그동안의 이동약자 캠페인과는 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캠페인이 이동약자들의 이동이 어렵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눈을 가리거나 휠체어를 타는 등의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드리블’은 장소에 맞는 아이템(공), 이동약자를 ‘도움의 대상’이 아닌 ‘함께 경기장을 향하는 팬’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특색 있는 캠페인이 되었습니다. 이 캠페인은 국내외 광고제에서도 수상하며 커뮤니케이션적 측면에서도 인정받았으며 무엇보다 이동 환경 개선을 위한 실제 지도로도 활용될 만큼 실효성이 높았고, 스포츠 문화 안에서 공감의 장을 넓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례 2. “딥페이크 성 착취물! 고개를 돌려 거부합니다” — 디지털 성범죄 인식 전환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딥페이크 기술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성 착취 도구로 악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의 얼굴을 도용해 음란물에 합성하거나 허위 영상을 제작·유포하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주지만, 많은 시민은 이 문제를 아직도 ‘신기한 기술의 부작용’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그냥 봤을 뿐인데 무슨 문제냐”라는 시선입니다. 

 

 

2023년 여성가족부·법무부·경찰청이 함께 진행한 “고개를 돌려 거부합니다” 캠페인은 바로 이 ‘관찰자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단순한 설명이나 경고가 아니라, 유명 인사들이 고개를 단호하게 돌리는 짧은 동작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시각화한 방식에 있었습니다. 이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보는 행위 자체가 피해자를 배제하는 폭력에 가담하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감정적으로 전달하고, 누구든 행위로서 참여할 수 있게 만든 행동 기반 캠페인입니다.
 

캠페인 영상들은 SNS와 OTT 광고에 확산되며 단기간에 수백만 조회를 기록했고, 시청자들이 해당 콘텐츠를 공유하며 “나는 고개를 돌린다”라는 선언적 행동을 따라 하게 되는 파급효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가 기존 성범죄보다 인지적 장벽이 낮다는 문제점을 겨냥해, ‘이건 범죄입니다’라는 문장을 넘어 ‘이건 우리가 거부해야 하는 사회적 폭력입니다’라는 집단적 감각을 조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후 실제로 경찰청과 관·언론이 딥페이크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시청자 행위 역시 가담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 캠페인은 기술 윤리에 대한 공공의 논의를 촉발했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책임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 AI 기술의 발달은 더 빠르고 정교해지면서 더욱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딥페이크 성 착취물! 고개를 돌려 거부합니다” 캠페인은 단순한 공익 캠페인을 넘어, 우리 사회가 새로운 위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례 3. 뇌사 장기기증 인식개선 캠페인

 

한국 사회에서 장기기증은 오랫동안 ‘희생적인 선택’, ‘죽음의 확장’, ‘가족에게 부담을 주는 결정’ 같은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뇌사 장기기증은 특히 오해와 두려움이 혼재된 영역이었는데, 제도적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은 “괜히 잘못되는 것 아니냐”, “가족이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와 같은 불안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오랜 인식 왜곡을 바꾸기 위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기존의 방식처럼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담아내는 ‘관계 중심’ 접근법을 택한 것입니다. 즉, 누군가의 죽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단순한 의학적 절차가 아니라 인간적·감정적 관계의 연결이라는 점을 스토리로 전달한 것입니다.

 

 

캠페인 영상에서 유가족들은 기증을 결심하게 된 마음, 기증 이후 제공받은 심리지원 체계, 그리고 누군가의 삶을 살렸다는 사실이 가져온 위로를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흔히 ‘기증은 상실감만 남긴다’고 생각하던 시선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동시에 장기기증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상세히 안내해, 무지·두려움에서 비롯되던 오해를 걷어내려는 실질적 노력이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장기기증을 ‘죽음의 마지막 선택’이 아니라 ‘생명을 잇는 관계적 행위’로 재해석한 점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는 한국 사회의 기증 문화가 좀 더 성숙해지는 데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대기자는 늘어나고 기증자는 크게 늘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마무리

 

위의 사례들을 정리해 보면 ‘참여·체험·공감’의 3단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 사례의 공통점은 “인식은 설득으로 바뀌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모두의 드리블은 직접 몸으로 느끼게 했고, 딥페이크 캠페인은 사회적 부끄러움을 ‘행동으로 표현’하게 했으며, 장기기증 캠페인은 감정 공감을 통해 죽음의 이미지를 바꾼 것입니다. 그래서 포인트를 재정리하면 성공적인 인식 전환 캠페인은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참여 — 참여자가 관객이 아니라 행위자로 만드는 설계

2. 체험 — 머리보다 몸과 감각으로 이해하게 하기

3. 공감 — 결국 타인의 감정을 나의 이야기로 바꾸는 정서적 전달

 

당연함을 의심할 때 변화가 시작된다.

포카혼타스의 로맨스도, 글래디에이터의 엄지손가락도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진실처럼’ 작동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닌 이야기와 이미지가 만들어 낸 ‘인식의 프레임’ 이었습니다. 분명 좀 더 오랜 시간을 진실보다는 왜곡된 이미지로 지낼 것입니다. 거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도 이와 비슷한 프레임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장애는 도움의 대상, 딥페이크는 호기심의 대상, 장기기증은 두려움의 대상이 그 예일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린 캠페인은 이런 틀을 뒤집는 행위입니다. 한 사람이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바꾸며, 결국 사회적 규범이 달라집니다. 결코 항상 실패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식 전환 캠페인의 본질은 ‘홍보’가 아니라 일종의 ‘업데이트’이며, 그 출발점은 “당연하다고 믿은 것을 의심해 보는 용기”와 “어긋난 사실을 받아들일 용기”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보 출처]

배경1. : 한겨레21, 포카혼타스 로맨스의 뒤안엔

링크 :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0336.html

배경2. : blog@what the : 검투사와 엄지손가락

링크 : https://blog.naver.com/apple488/220820663643

 

사례 1. 모두의 드리블 
1) 이동 약자 품은 K리그 '모두의 드리블' 홍보영상, 국제광고제 수상

- 링크 : https://www.nocutnews.co.kr/news/5810350
2) 이동약자 체험 '모두의 드리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성료

- 링크 : 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718616


사례 2. “딥페이크 성착취물! 고개를 돌려 거부합니다”
1) 딥페이크 성착취물! 고개를 돌려 거부합니다

링크 :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37808

2) '몸을 돌리는' 행위만으로 더 큰 변화를 유도한 캠페인의 힘

링크 : http://www.iconsum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27320

 

사례 3. 뇌사 장기기증 인식개선

1)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장기기증 홍보 캠페인 나서

링크 : https://www.goodnews1.com/news/articleView.html?idxno=441042

2)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링크 : donor.or.kr

 

[이미지 출처]

사례 1. 모두의 드리블 
1~2) 이미지 : K리그 공식 유튜브 캡쳐

-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2kG2Rwxdc7Q
 

사례 2. “딥페이크 성착취물! 고개를 돌려 거부합니다”

1~2) 이미지 : 대한민국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m3KJjQEV5DI

 

사례 3. 뇌사 장기기증 인식개선

1~2) 이미지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홈페이지 캡쳐

링크 : https://www.donor.or.kr/home/business/promotion02.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