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21. 동물실험 없는 세상을 향하여
스토리 / by NPO지원센터 / 2019.04.09
'퍼스트 펭귄 캠페인'은 펭귄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검은 바다로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에게 용기를 주는 ‘퍼스트 펭귄’과 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처음 목소리를 낸 시민들과 '공익단체'들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퍼스트 펭귄’들의 스토리가 연재됩니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본 기획연재는 카카오같이가치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동물실험 화장품이 있다니 충격이야
"화장품 만들 때 동물실험하는 거 알아?"
"무슨 소리야? 동물로 무슨 실험을 해?"
"사람 눈에 해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토끼나 개를 이용하는 거지. 어떤 건 원숭이에게도."
사람에게 해가 없는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유해 성분을 실험하기 위해 사람들은 그동안 동물에게 화학약품을 주입하거나 피부에 발라 실험을 거듭해왔습니다. 실험실에 갇힌 동물들은 철장에 갇혀 꼼짝없이 실험 대상이 되었습니다. 좀 더 아름답고자 하는 사람의 욕망을 채우고자 죄 없는 동물들이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생명의 존엄성을 누리지 못하고 실험 대상이 되었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활동가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11년경이었습니다. 화장품을 쓰더라도, 동물실험하지 않는 화장품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동물실험 화장품 회사 조사에 나서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동물들의 생명권을 위해 앞장서는 단체입니다. 흔히 우리는 동물보호단체가 버려진 동물에게 반려인을 찾아주고 죽어가는 동물을 치료하거나 보호소로 되돌리는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카라에서는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동물들의 권리에 주목했습니다. 어떤 생명도 인간의 욕심과 목적에 의해 희생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요.
대부분의 화장품이 동물실험을 거친다는 것을 알게 된 카라는 동물실험을 하는 화장품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화장품을 만들 때 꼭 동물실험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동물실험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했습니다.
동물실험에 관한 정보를 보고 있는 시민들
카라는 공개된 정보가 부족한 것을 알아차리고 몇몇 화장품 회사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일일이 조사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곳부터 물었는데 대부분 '그런 걸 왜 묻느냐'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화장품 완제품에 대한 동물실험 여부 확인은 쉬운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 여부는 확인이 무척 복잡했습니다. 한 가지의 화장품을 만드는데 수십 가지의 원료가 들어갑니다. 이 원료는 만들어지는 곳이 달라 원료 모두를 검토해야 합니다.
다행히 카라의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고 개별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 여부를 확인해주는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카라는 이 회사들의 성의 있는 답변과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생명윤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12년 4월 24일 '동물실험 화장품을 만들지 않는 착한 회사' 목록을 만들게 됩니다.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를 위한 노력]
동물실험 화장품 리스트업!
카라는 '착한 회사' 캠페인을 시작하며 화장품 동물실험이 왜 불필요한지 알리는 지하철 광고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화장품 회사들의 문의가 늘어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착한 회사'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는지 물었고 필요한 조건도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카라는 이런 회사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카라의 '착한 회사' 목록은 처음에는 30곳이었지만 계속 늘어나 2017년 9월에는 두 배가 넘는 81개 회사의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카라의 '착한 회사' 목록은 매년 새로 만듭니다. 매해 이름을 올리는 회사가 늘어났지만 그에 대한 책임도 무거워졌지요. 검증하는 절차는 화장품 회사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처음 이 목록을 만들 때는 매년 질문서를 보내고 답변서를 받기로 했는데 간혹 매년 조사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깜빡한 회사들도 소비자들의 문의가 쇄도해 요건을 맞췄으니 다시 등록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죠.
'착한 회사'로 남으려는 용기
중국으로 수출하는 화장품은 모두 동물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수입화장품의 동물실험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동물실험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중국으로 수출하려면 동물실험을 해야만 하는 거죠. '아로마티카'라는 회사는 처음부터 '착한 회사' 목록에 들어있던 곳입니다. 중국 수출을 모색하던 이 회사는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중국 수출을 포기하기까지 합니다.
중국의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카라
작은 회사에서는 그 정도 규모의 수출이 매출에 큰 영향이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로마티카'는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에 동참하고 선도하는 회사로서 당연히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상대측 업체에서도 준비를 많이 해온 터라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지만 중국 정부에서 법을 바꾸기 전까지는 중국 수출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하게 전달했습니다.
모든 회사가 '아로마티카'처럼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진 못했습니다. 자기 회사의 원료가 동물실험을 거치는 것을 몰랐던 회사는 원료를 바꾸지 않고 '착한 회사' 목록에서 빠져나가기도 했습니다. 칠레에서는 한국화장품이 많이 수입된다며 동물실험 목록이 있냐는 문의를 해오기도 했습니다.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생명윤리 존중을 알리기 위해 카라는 '착한 회사'목록 영문판을 만들게 됩니다.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시위중인 카라 회원들
모든 생명은 똑같이 소중합니다
2013년 카라는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 동물실험에 반대해온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과 파트너십을 맺고 화장품 동물실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합니다. 70%의 응답자가 동물실험을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2015년 문정림 국회의원이 화장품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로써 한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화장품의 동물실험이 금지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화장품동물실험 금지법을 위한 노력
화장품 동물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은 연간 10만에서 20만 마리에 이릅니다. 많은 숫자지만 전 세계에서 실험 대상으로 사라지는 동물들의 숫자에 비하면 아주 적은 것입니다. 카라는 화장품 뿐 아니라 산업 전분야에 걸친 동물실험을 반대하고 이를 금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이 아닌 대체실험으로도 충분히 원료의 유해성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동물실험이 꼭 필요할까요? 카라는 시민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동물실험은 살아있는 한 개체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가 계속된다면 결국 그 폐해는 나 자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진짜 예뻐지는 방법이라는 걸 모두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 기획 : 서울시NPO지원센터, 현장연구자모임 들파
| 스토리 : 김현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활동가)
| 글 : 이하나 (hana@allmytown.org)
| 삽화 : 이한비 / 인포그래픽 : 문화공동체 히응
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9.04.09, 조회수 : 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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