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문해력
현안과이슈 / by 세종시 고라니 / 작성일 : 2024.05.17 / 수정일 : 2024.05.20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서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에 문제는 없죠. 본질적인 문제는 일상의 영역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 낮은 문해력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요즘 유튜브는 우리의 필수품입니다. 저도 유튜브를 많이 봅니다. 대표적으로 슈카월드, 빠니보틀, 곽튜브, 너덜트, 중년게이머 김실장, 무비띵크 등등 다양한 장르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죠.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 많은 정보도 얻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제가 즐겨보는 유튜브인 너덜트에서 배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모집 인원은 ‘0으로 표기했더군요. 당연히 저는 10명 이내에서 너덜트의 신인 배우를 뽑겠다는 공고문을 올렸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는데, 이런 영상이 올라오더군요. 제목을 보고 흠칫했습니다. 설마 심심한 사과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논란일까?? 생각하며 영상을 보았는데 정말이더군요. 심지어 뉴스까지 나온 것을 보고 너덜트 멤버들이 재미로 만든 영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 너덜트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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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영상의 시대라지만, 이건 조금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슈카월드에서도 문해력과 관련된 영상이 올라오더군요. 심지어 제목은 멸망하는 취미, 독서였습니다. 저도 공적인사적모임에서 발간하는 뉴스레터에서 글을 쓰는 필진이고, 항상 글 말미에 세 줄 요약을 넣는 것이 처음에 이상했는데... 이제서야 공사모 대표가 세줄 요약을 제시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영상을 보자마자, 공사모 대표에게 "다음 멤버 모집할 때 모집인원 0명으로 모집 공고 내보자"라고 말했습니다(공사모야 이름을 널리 알려보자).


그런데 왜 문해력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까요? 단어 몇 개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이 안 통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수학 공식 몇 개 모르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서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에 문제는 없죠. 본질적인 문제는 일상의 영역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 낮은 문해력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큐레이팅은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해보고자 합니다.

 

문해력의 정의

네이버 국어사전에 찾아보니까 문해력은 문자로 된 기록을 읽고, 거기 담긴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합니다. , 책을 읽고 저자의 의도와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이죠. 우리는 한글이라는 고유의 언어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장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과정에 큰 문제가 없죠. (세종대왕님 만세!)


그런데 왜 문해력 문제가 나타날까요? 왜냐하면 우리말은 한자어에서 많은 부분이 파생되었습니다.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의 저자 현병호 선생님은 경향신문의 기고에서 문해력의 기초는 어휘력이다. 우리말 어휘의 태반이 한자어다. 개념어는 더욱 그렇다.”라고 말합니다.

 

경항신문 오피니언

한글 전용 세대와 문해력(현병호)


정말 맞는 말입니다. 특히 고급 지식을 익히는 대학 전공서의 경우 우리 단어로 쓰였지만, 한자어의 의미를 알아야만, 그 의미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습니다. 더욱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한자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면, ‘명일’, ‘OOO 배상’, ‘OOO 귀하등의 단어들을 심심치 않게 사용하게 되죠.
 


출처: dmitory.com

물론 한글 기반의 언어 비중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증가했지만, 한자어의 축약 된 의미는 한글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점에서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말과 글은 한글만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한자어까지 알아야 깊이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죠.

 

문해력 시장의 등장

저는 20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아빠입니다. 요즘 부모님들 사이에서 독서 육아가 인기입니다. 독서라는 것이 좋은 습관인데, 갓난아기들에게 독서라니...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겠지만, 그림책을 보면서 어휘를 익히는 과정이죠. 그런데 이 현상만 보면 갓난아기 시절부터 책을 읽는데 왜 문해력에 문제가 생길까?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이죠. 이름은 스마트를 표방하지만, 움직이는 바보 상자라고 말해도 무방합니다. 한국교육원대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처음 스마트폰을 마주하는 연령은 25~36개월입니다. 2~3살 사이의 아이들이고, 더 이른 개월 수에 스마트폰을 마주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를 들면, 식당에서 아이와 함께 외식을 나온 부모님들을 관찰해보세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놀거나 혹은 얘기하기보다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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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갓난아기 시절부터 책을 가까이 접해주더라도 스마트폰의 영향력, 자극을 쉽게 이길 수 없죠. 오죽하면 육아하는 엄마 아빠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의 첫 스마트폰은 언제 사주어야 할까? 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로 인하여, 문해력을 익히기 좋은 어린 시절부터 책과 글씨가 아니라 영상과 소리에 익숙한 모습으로 성장합니다. 이 추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성인이 되어서도 조금은 긴 글과 복잡한 문장 구조를 어려워하는 경우로 이어지죠.



출처: 슈카월드 

그래서 우리에게 신기한 시장이 등장합니다. 바로 문해력 관련 도서죠. 개인적으로 저는 문해력마저 책으로 공부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왜냐하면 문해력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책, 신문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과정이었으니까요. 물론 우리의 생활 방식이 급격히 변화했고, 기존의 종이책을 대체하는 대체재(: 스마트폰, e-book)가 등장했으니까요.



문해력의 상실에 이은 글쓰기의 실종

저는 요즘 영상보다 책과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노력 중입니다. 누군가는 디지털 디톡스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영상을 통해서 보고, 듣는 과정은 매우 쉬운 과정입니다. 왜냐하면 제3자가 말하고, 보여주는 것을 보고, 듣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런 점에서, 유민상씨는 쌤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좋은 강의를 듣고 나서, 집에 갈 때 돈(출연료)을 주더라고요! 라는 말을 듣는데...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제3자가 말하고, 보여주는 것을 듣는 과정은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타인이 만든 콘텐츠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이는 피상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그치게 되죠. 심지어 글이 아니라 말과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단어의 뜻, 문장의 맥락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굳이 내가 생각하지 않더라도 제3자가 풀어서 설명해 주니까요. 결국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모두 생략됩니다.


저는 이 과정이 매우 무서운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천천히 잃어버리는 과정이라고 느낍니다. 오죽하면 제가 어렸을 때 TV는 바보상자라는 별명이 붙었을까요? 반대로 지금은 고도화된 바보상자가 똑똑함을 대표하는 스마트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글을 쓰고, 생각하는 과정보다 영상으로 만드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영상을 만드는 일이 글쓰기에 비해서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이 들어가니까요.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창작자로서의 입장을 서서히 잃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글쓰기는 우리가 창작자로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학교 문학 시간에 배우는 모든 명작도 글을 통해서 탄생했죠. 우리가 존경하는 많은 사상가의 철학도 글을 통해서 전수 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어렵습니다. 지금 큐레이팅 원고를 쓰는 과정도 적게는 1시간에서 많으면 2시간 이상 생각하고, 자료도 찾고, 글을 쓰는 과정이 무한 반복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글을 쓰기 위한 동력으로서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글을 통해서 나만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영역이 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콘텐츠를 찾고, 연구하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쩌면 적절한 어휘를 생각하고, 글에 녹여내는 것은 글쓰기의 기본이라 할 수 있죠. 결국 좋은 문해력을 갖추어야만, 좋은 글을 완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콘텐츠는 거들어줄 뿐이죠.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은 혼잡한 도로를 정리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운전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도시를 꼽으라면 부산이 독보적입니다. 그래서 교통 정리가 매우 중요한 과제이죠.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편해지려면, 의식의 흐름대로 쓰면 됩니다. 그러나 이 글은 글쓴이만 읽는 일기장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의 글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계속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출처: [모닝 스브스] 꼬불꼬불 6거리..악명 높은 부산 도로의 비밀

한 권의 책, 한 장의 신문, 보고서를 읽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다른 글쓴이가 마련해 둔 표지판을 따라가면서 읽으면 되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에 어떤 관계와 의미가 있는지 계속 생각하면서 따라가야 합니다. 그 과정이 생략되면 나에게 남는 것은 없지요.


이런 맥락에서, 문해력의 상실은 단순히 학습의 문제를 넘어서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보입니다. 더욱이 직장인으로서 혹은 직장을 나와서 독립을 꿈꾸고 있다면 문해력과 글쓰기 능력은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될 겁니다.


추천하는 글

120%를 수주하라 1인 기업의 자기계발(개발마케팅연구소, 김용빈 소장)



문해력 위기, 웃어넘기지 맙시다.

문해력 위기를 가볍게 풀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무겁게 끝나는 것 같네요. 참고로 이 글은 세 줄 요약 없습니다. 지루한 글을 모두 읽기 위해서 여기까지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문해력의 위기는 재미와 풍자의 영역을 넘어섰습니다. 앞으로 더 큰 문제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물론 지하철에서 책과 논문보다 슈카월드를 더 많이 보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락 중인 독서량 그래프를 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통계청




작성자 : 세종시 고라니 / 작성일 : 2024.05.17 / 수정일 : 2024.05.20 / 조회수 :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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