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르겠는 개발협력...''커피챗은 어디서 해...? 정보는 어디서 봐?''비영리 종사자들(내 동료들)의 인생은 어떨까...?''다른 이들의 생각이 궁금해...'
학부 시절부터 개발 협력을 꿈꿔왔지만, 정보와 커뮤니티의 부족으로 '일단 부딪혀보는' 식으로 해당 업계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정에서 배움도 많았지만, 시행착오도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요.
어찌저찌(?) 현직자가 된 지금도 답답할 때가 제법 많습니다.
'개발협력'이란 게 곧 사람으로 시작되고 사람으로 끝나는, 사람이 중심에 놓이는 일인데 정작 제 주변 동료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모 축구 선수가 남긴 말, "답답하면 너희들이 뛰던가"
네, 답답하고 궁금하니까 직접 해봅니다..! 월 1~2회 주기로, 취미같은 소소한 이야기부터, 때로는 인생 철학이나 업계 전반의 이야기같은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까지 최대한 다뤄보려고 합니다. 특히 과거의 저처럼 관련 정보에 목 말라 있던 꿈나무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럼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인터뷰의 영광스러운 첫 주인공은!!! (두구두구두구)
함께 하기만 해도 기분 좋은 "수쟈비"님입니다.
제 앞자리에서 언제나 파이팅 넘치게 흥을 북돋아 주시는, 팀 내 응원단장이자 에너자이저이십니다.
수쟈비님의 진로나 이직 계기 등 경력에서부터 인생관과 취미 등 일상 내용까지...!
충실한 인터뷰 내용, 지금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 현장감을 위해 구어체를 혼용하였음을 서두에 밝힙니다.
콜드브루: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닉네임과 키워드를 통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수쟈비: 음... 초장부터 매우 어려운 질문이군요. 제 닉네임은 '수쟈비'입니다. 키워드로는 '투머치토커'와 '갯과동물'을 뽑고 싶어요. 투머치토커인 점은 잘 아실 것이고, 갯과 동물인 이유는 제가 사람을 정말 좋아해요. 또, 무리 지어 활동하는 것을 좋아해요.
콜드브루: 네 두 키워드 모두 왜인지 그 이유를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그래도 닉네임인 수쟈비는 더 궁금해지는데요? 수제비 좋아하세요? 그게 아니면 설명 한 번 해주실 수 있어요?
수쟈비: 음.. 버디버디 아시죠?
*버디버디는 2000년대 초·중반 인기를 끌던 온라인 메신저였다.
이후 네이트온(싸이월드)에게 차츰 자리를 내주다 카카오톡 등장 2년 뒤 2012년, 서비스가 완전 종료되었다.
콜드브루: 네, 알죠. 그래도 저 초등학생 때까지는 잘 쓰였던 것 같아요. 설마?!?
수쟈비: 제 버디버디 아이디가 수쟈비였어요. 친구들도 그렇게 부르다보니 자연스레 수쟈비가 별명처럼 굳어졌어요. 별 뜻은 없습니다. 하하
콜드브루: 제가 처음 픽한 인터뷰이세요. 혹시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절대 쉬워서는 아닙니다.
수쟈비: 만만한 사람 중에 경력직이라서?
콜드브루: 에이~ 아니에요. 절대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엄근진). 결혼, 이직, 생활 모습 등 표면적으로 제 기준에서 가장 신기하고 궁금한 사람이었어요. 결혼하고 이 분야를 떠나는 분은 많이 봤는데, 이 분야로 들어오시는 분은 제 경험에서는 처음이에요. 인터뷰를 기획하는 순간부터 제 머릿속 1순위! 특히 이직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간호사를 하다가 오셨잖아요?!?
수쟈비: 미국 국제 간호사 면허증도 가지고 있답니다.
콜드브루: 그러니까요... 그래서 더 신기했어요. '간호사'라는 직종이,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인정받는 전문직인데요. 사회적 인식이나, 급여면에서나... 저였으면 이직을 안 했을 것 같은데...
수쟈비: 저는 일할 때 주체성(자기주도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무언가를 선택할 수 없다면 흥미도 급격히 떨어져요. 여기에 뭐, 간호사의 주 근무지인 병원은 시스템이 정해져 있고, 의사를 비롯한 이해 관계자들이 정말 많아요.
콜드브루: 음... 개인 성향과 이런 저런 어른들의 이야기가 안 좋은 쪽으로 겹치게 된 거군요.
수쟈비: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고... 돌이켜보니 학교 다닐 때도 사람을 다루는 사회 과학적 성격이 깃든 과목이 더 재미있었어요. 간호학을 예로 들면, 국제보건이나 지역사회 보건이요.
콜드브루: 저도 본 전공은 인문학이었지만, 복수 전공은 사회과학 쪽이었거든요. 확실히 사람에 관해 배우는 게 재미있어요. 저희가 하는 일과도 더 밀접하고요. 약간 질문을 비틀어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본인의 주체성을 잘 살리는 일인가요?
수쟈비: 네. 아직 전부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사업 기획부터 관리·운영 곳곳에서 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잖아요.
콜드브루: 일부 동의합니다. 저는 타 직무나 분야 경험 없이 바로 비영리 활동가로 들어온 케이스이기 때문에, 사기업 인턴은 해봤지만 내가 생각하는 '주체성'과 회사가 생각하는 '주체성'을 Tune In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가령, 보고 체계라든지 최종의사결정권이라든지...일을 한지 꽤 된 것 같은데 여전히 Tune In 중이고요. 이 시기가 나름의 스트레스였는데, 견해 차이를 깨닫고 나니 그 외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히 제 주체성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결국, 커리어를 선택할 때 최우선순위가 주체성인 건가요?
수쟈비: 주체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1순위는 '이타성'인 것 같아요. 의사나 간호사... 모두 기본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이잖아요? 이타적이지 않으면 오래 못하는 일입니다. 지금 발들인 국제개발협력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저는 일로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사람이에요.
콜드브루: 흥미롭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의 재미가 직업 선택 1순위였거든요. 타인을 세우는 일이기에 이타성 정말 중요하지만, 그렇기에 더 소진에 대해서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 없으면 언제든 떠나겠다.'는 생각이 가슴 한편에 있죠. 또 다른 한 켠엔 '정말 재미있어 선택한 일이니 내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콜드브루: 원론적인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뭐에요?
수쟈비: 저 코이카 일반봉사단 출신인 거 아시죠?
학부 때 교내에 코이카 봉사단 홍보 포스터가 있었는데, 그걸 본 뒤부터 마음 한 켠에 국제개발협력이 자리하게 된 것 같아요. 또, 담당 교수님께서 코이카 봉사단 심사위원이셨어요. 이 제도 정말 좋다고 나중에 꼭 봉사단 나가보라고 추천해주신 것도 분명 큰 영향이었습니다.
콜드브루: 저도 학부 때 개발 협력에 처음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특히 꿈나무 시기, 즉 초기에는 주변 멘토의 성향이라든지, 이를테면 누구에게 배우고 영향을 받는지도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제 교수님은 코이카 등 한국 공공영역에서 벌어지는 국제개발협력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셨어요. 쉽게 말하면, K-ODA는 선진국 대비 한참 뒤떨어졌다는 거죠. 제도적으로나 관행적으로나...(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제 비판적 시각 역시 학부에서부터 형성된 것 같아요.
수쟈비: 저는 그래도 고등학생 때도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국제개발협력이라는 건지는 몰랐지만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들을 보면서.. '오 멋있다. 나도 나중에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간호사 선택에까지 큰 영향을 주었는지는...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네요 (웃음). 고등학생 수쟈비의 감정과 생각이 코이카 봉사단 활동 선택에 큰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해요.
또, 제가 봉사단 당시 활동하던 지역에 많아야 중학생,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아이는 학교도 가지 않고 종일 먼 친척 집에서 식모 개념으로 일만 하더라고요. 가정 형편이 안 좋으니 집안에서는 신경 쓸 겨를이 없고, 친척집에 얹혀살면서 노동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는 셈이죠...(중략) 어떻게 한 번 같이 해보았는데,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는 외부인으로서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나지만, 이 아이에겐 이게 일상인 거에요. 학교도 가지 못하고요..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진짜...
콜드브루: 그렇죠... 세계엔 아직도 저희가 할 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이게 단순히 출생지 차이, 소위 말하는 '운빨'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불합리이자 부정의라고 생각해요. 효과성, 책무성, 재원 다양화 등 관련 담론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에게 개발협력은 그 도리 중 하나이고요.
또 이후 봉사단을 직접 다녀옴으로써 개발협력 분야 진출을 결심한 인터뷰이
콜드브루: 지금 다니는 회사 입사 계기는 무엇인가요? 국제개발협력을 하는 단체가 여기 말고 수백 군데는 더 있잖아요. ODA 사업하는 NGO만 해도 최소 100 여 곳 이상은 될텐데요.
수쟈비: 먼저 코이카 커리어센터에서 제 전공과 그간의 경험을 연결 살릴만한 곳 몇 군데를 추천해줬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곳의 ㅇㅇㅇㅇ팀이었어요.
*코이카 커리어센터: 해외봉사단이나 YP 등 코이카 인재개발사업 참가자 대상으로 컨설팅, 회사 추천 등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해준다.
콜드브루: 저도 YP 끝나고 커리어센터 채용정보는 요긴하게 썼던 것 같아요... 확실히 저희 팀이 해당 분야 ODA 사업을 정말 많이 하죠. ODA뿐만 아니라 자체개발사업도 정말 많고요.
수쟈비: 그리고 사실, 저는 해외 파견직을 먼저 지원했어요.
콜드브루: 선생님도요? 저도 해외 파견직 썼다가 이곳에 오게 된건데...
수쟈비: 뭐 이런저런 일 때문에 제가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당시 담당자셨던 분이 정말 정성스럽게 탈락 안내 메일을 보내주셨었어요. 그 메일을 받고 속으로 '탈락자에게까지 큰 신경을 써주다니...이렇게 따뜻할 수가 있나?' 싶기도 하고, 따라서 기관에 관한 호감도도 같이 올라갔던 것 같아요. 정확히는, 더 궁금해졌다고 할까요? 이후 경력직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합격해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콜드브루: 감성과 인정이 넘치는 선생님다운 사연이네요.
콜드브루: 좀 가벼운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취미나 일상 이야기 공유해주실 수 있으세요?
수쟈비: 제 취미는 헬스에요. 매일 출근 전 헬스장에 7시까지 가서, 헬스를 하고 옵니다.
콜드브루: 저 진짜 궁금했는데, 안 힘드세요? 몇 시에 일어나세요?
수쟈비: 6시 25분에 일어나서 10분 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지하철 급행을 맞춰 타면 7시까지는 헬스장에 갈 수 있어요. 어차피 헬스 끝나고 씻으니까 괜찮아요.
콜드브루: 헬스를 하신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매일이라니... 문자 그대로 '미라클 모닝'을 살고 계시는군요. 멋있습니다 진짜...
수쟈비: 매일은 아니죠, 주 5회만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왕왕 빼먹기도 한답니다. 그렇게 대단한 삶을 사는 것 같지 않은데, 주변에서 다들 대단하다고 하니까 가끔은 어색하기도 해요. 6시 반 정도에는 다들 일어나시지 않나요?
수쟈비: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것 같아요. 정말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서 스트레스의 근원이 생각 안나게끔요. 저 자신을 몰아치면서 생활을 한답니다.
콜드브루: 인터뷰가 막바지에 다다랐어요. 좀 뜬금없는 질문이기는 한데, 수쟈비님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수쟈비: 되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저는 저로서 남고 되고 싶어요.
콜드브루: 그러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계획은요?
수쟈비: 그런 것도 없어요. 제 인생에서 거대한 대전제를 두고 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자녀에 관한 기대나 꿈은 있어요. '제 자식은 본인이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한 걸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콜드브루: 오~ 이거 완전 전데요? 저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존감-자신감 둘 다 하늘을 찌르는 남자잖아요. 험난한 세상, 본인이 본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긴 하죠. 중요한 태도에요 정말.
수쟈비: 그 외에 잘하고 싶은 건 있어요. 수영이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기억이 3번 있어요.
또, 아이와 남편보다 일찍 죽고 싶어요. 그들보다 나중에 죽으면 못 견딜 것 같아요.
콜드브루: 어떤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콜드브루: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 글을 봐주실 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비영리 소셜섹터-개발협력분야 꿈나무나 동료일 수도 있고, 일반시민분들일 수도 있겠어요. 제 경험상이긴한데 대학생분들이나 비영리섹터 꿈나무-주니어 분들이 많이 보시는 것 같더라고요?
수쟈비: NGO에서의 일은 지갑은 가볍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 많아 좋습니다.
콜드브루: 동의합니다.
퇴근 후 치킨을 뜯으며 나눈 가벼운 인터뷰였지만, 인간 수쟈비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또, 전혀 다른 시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국제개발협력과 상생'이라는 동일 목표를 보고 움직이는 게 참 아름답다고 별안간 느꼈습니다.
사람이 좋아 이 일을 선택했다는 수쟈비님, 지금처럼 그 따뜻한 마음씨로 항상 주변을 밝게 빛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드네요.
첫 활동가 인터뷰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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