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는 왜 생겼는가?
국내 출산 미등록 아동 20,000명 / 출생 미신고 영유아 2,267명 / 유기영아 1,397명 / 미확인 814명
(출처 : 출생 미신고 2236명... 베이비박스에 1000명, 나머지는, 중앙일보, 2023.06.2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1983#home
대한민국에서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고, 그로 인해 사회적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아동의 통계다. 태어났지만 태어났는지 모르는 아동들의 대부분은 유기, 사망, 심지어 불법 인터넷 입양거래까지 진행된다.
(출처 : “환영받지 못한 아이도 기회 주는 국가라면 저출생 극복가능하겠죠”, Mediaus, 2023.10.27)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758
왜 이 아동들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거나 죽거나, 위험에 처할까? 위기영아의 근본적인 문제는 곧 위기 임산부 문제다. 위기임산부가 불안정한 경제 상황, 심리상태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유아 살해의 80% 이상은 10대~20대의 어린 임산부이고, 그 주요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위기임산부들이 영아 유기, 살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지 않도록, 2024년 7월 19일 공식적으로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가 시작되었다.
2. 위기임산부는 누구일까?
위기임산부는 말 그대로 임신, 출산, 양육에 위기를 겪는 임산부를 뜻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자면 청소년 임산부, 장애인 임산부, 이주민 임산부, 가정폭력 피해 임산부를 포함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제적, 심리&신체,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들이다.
청소년 임산부의 경우 청소년으로서의 성장과 부모로써 양육의 단계를 동시에 겪으면서 교육의 기회가 줄어들게 되고, 원가정의 무관심 혹은 학대에 노출될 수도 있다. 사회적 기술이나 지식, 경험이 부족하여 임신/출산의 정보도 부족하며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서비스의 접근성도 낮다.
장애인 임산부는 장애인 맞춤 임신과 출산의 인프라 부족, 장애인이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 지적장애 임산부의 경우 잦은 임신과 출산의 반복으로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주민 임산부는 대표적으로 언어적 장벽과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서 오는 양육의 어려움을 겪는다. 자국어로 된 임신과 출산 정보를 얻기 힘들어 다양한 지원 혜택을 받기 어렵다. 그리고 난민/미등록 외국인 출신일 경우 낙후된 노동환경과 건강보험 미적용에서 오는 경제적 부담으로 의료 혜택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또한 외국인 미혼모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영아는 한국에 출생신고를 할 때 한국인 아버지의 협조가 필요한데 협조가 잘되지 않아, 인지 소송을 하는 동안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미등록자로 되기도 한다.
가정폭력 피해 임산부는 임산부와 태아에 대한 위협이 크며, 폭력과 동반되는 경제권 박탈에 대처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폭력을 피해 이혼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부모로써 아동을 양육할 자신이 없어서 이혼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부모/미혼모 정책에서 제외된다.
<위기임신출산 지원사업 토론회 자료집(2022)>에 따르면 다양한 유형의 위기임산부에게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 미혼 위기임산부 제도권 지원 : 미혼모자기본형지원시설(국가 지원), 미혼모자공동생활가정(국가 지원), 미혼모부자거점기관(지역사회 지원)
2) 이혼/사별/가정폭력/취학 전 기존 자녀 동반 위기임산부 제도권 지원 : 미혼모자기본형시설에만 입소 가능(국가 지원)
3) 기혼 빈곤/혼외/사실혼/다문화/외국인 위기 임산부 : 국가 지원 없음
4) 독립생활 가능 안되는 노숙/정신&발달&신체장애&심한 지적장애 위기임산부 : 일부 미혼모자기본형시설에서 입소 지원
그래서 2019년~2022년 동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사각지대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를 11개 지역(서울3, 광주, 대구, 대전, 목포, 용인, 창원, 춘천, 제주)에 운영했다.
이런 위험에 처한 위기임산부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만, 위기영아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즉, 위기임산부가 겪는 다양한 편견, 사회적 불편함, 낮은 정보 접근성, 원가족 관계 단절, 경제적 어려움들의 부담을 줄여서 위기임산부가 건강히 영아를 출산하도록 돕고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과정에서 출산은 하지만 양육은 포기한 임산부들의 안전한 출산을 위해 시행되는 정책이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다.
3.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논의와 논쟁
먼저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의 정의를 간략히 정의하면 아래와 같다.
1) 보호출산제 : 익명으로 아동을 출산할 수 있게 하는 제도
2) 출생통보제 : 의료기관에서 출산하면 의료기관이 지자체에 출생을 통보하는 제도
그동안 국가에 신고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의 대부분은 ‘베이비박스’를 통해 시설로 입소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마저도 어려운 위기임산부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출산 후 유기하거나 돈을 받고 팔거나, 살해하여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영아 유기와 살해를 단순히 산모가 비정하고, 무책임해서 온전히 그들에게 책임을 짓기 전에,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위기임산부가 맘 놓고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여론이 나오면서, 그들에게 조기 개입과 전문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임신/출산/양육 지원 정책은 현금 위주의 지원 정책(의료비 지원, 국민행복카드, 아동수당, 예방접종 지원, 육아수당, 부모급여 등)으로 짜져 있다. 그래서 위기 임산부들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4. 해외의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해외에서 보호출산제(익명 출산)은 최후의 최후의 방법으로 안내하고 있다.
미국(영아의 안전한 피난처법) : 출생 의료기관에서 출생증명서를 관련 기관에 등록하고,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그리고 <간호사가족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산전/산후 집중 돌봄을 위한 가정방문과 부모 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성과로 영아 사망률이 3배 감소하고, 범죄 연루가 61% 감소, 학대 및 방임 48% 감소하는 성과를 얻었다.
독일(신뢰출산제) : 부모와 의료기관 모두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출산 비용을 연방정부에서 부담하여 임신상담소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족간호사방문프로그램>으로 첫 출산 산모/영아 돌봄과 청소년 부모 미래 설계를 지원하여, 청소년 부모의 정신건강 증진, 학대 위험 감소 등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프랑스(익명출산제) : 기본적으로 부모가 신고해야 하나, 병원을 통해 신고가 가능하다. 미국과 독일보다 강하게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다만 미국과 독일과는 다르게 '베이비박스'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대신 국가에서 출산과 입양까지 모든 비용을 지원한다.
5. 국내의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한국은 지금까지 부모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했으나, 출생통보제의 시작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생 등록 의무를 부여했다. 공식 법안명은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대한 특별법>이며 산모의 익명 출산을 보장한다.
영아 출산을 맡은 의료기관에서 출생 후 14일 이내, 건강보호심사평가원에 통보하고, 건강보호심사평가원에서 다시 지자체로 통보한다.
보건복지부의 아동권리보장원이 중앙에서, 지자체별로 보호출산전담기관 16개소를 통해 위기임산부의 초기 상담과 지원을 연결한다.
출생통보제는 2023년 7월 국회를 통과하였고, 보호출산제는 당시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되어 있었다. 특히 보호출산제는 찬반이 많이 갈리는 주제였다.
1) 보호출산제 찬성 : 임산부가 신원 노출&양육은 원치 않고 출산만 원할 때,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
2) 보호출산제 반대 : 친부모에 대한 아동의 알권리 침해, 임산부의 양육 포기 유도, 보호출산제를 하는 국가에서도 아동 살해와 유기가 계속되고 있음
하지만 영아의 알권리 보장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정부(복지부)는 보호출산제로 태어난 아동이 성인이 되면 ‘보호출산증서(친부모의 인적 사항)’공개를 청구 할 수 있도록 수정하였다(1) 산모가 동의할 경우 2) 미동의 시 인적 사항 제외 공개 3) 기타 특별 사유에 한해서, 성인인 된 후 공유 가능해졌다).
법이 통과되면서 보호출산제를 담당하는 상담 기관 16개가 설치되었다. 상담 기관에서는 사례 발굴과 초기 상담을 지원하며, 보호 출산 하는 동안 7일 이상 출산한 위기임산부가 직접 양육하는 기간을 준다. 그 기간 동안 직접 양육 의지를 가진 양육자에게는 각종 지원 사업을 연계해 주고, 양육을 포기한 양육자에게는 입양 등의 보호 절차를 진행한다.
그럼에도 보호출산제는 여러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1) 한국미혼모가족협회 :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지원제도나 정책이 우선 필요
2) 고아권익연대 : 보호출산으로 태어나도 가정에서 성장할 권리를 얻지 못해 시설에 입소하게 됨
3)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 : 생부 책임 강화와 국가가 생부로부터 양육비 회수할 책임 조항 필요
4)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 엄마의 정보를 숨기는 것이 아동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박성민 변호사가 2023년에 발표한 논문 <보호출산제 찬성 입장과 반대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에서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1) 보호출산제 찬성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
- 원가정 보호 및 가정 보호 우선 원칙 : 생모가 보호출산을 고민할 때 실효성 있는 상담과 지원으로, 생모가 직접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함(208p)
- 자녀의 알권리 보호 : 위기영아의 생존으로 생모를 알 수 있는 권리 보호(209p)
- 자녀의 알권리 제한 : 보호출산제의 핵심이 생모의 익명 보호에 있기에, 자녀의 알 권리를 ‘가능한’ 실현할 방안 모색(211p)
2) 보호출산제반대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
- 태아와 아기의 생명 보호 방안 : 오스트리아, 파키스탄에서는 익명출산, 베이비박스가 도입되면서 영아 살해율이 감소(212p)
- 원가정 보호 우선 원칙의 예외 : 아동의 최선 이익에서 ‘최선’이라는 단어를 해석할 때는 해당 아동을 위한 실질적인, 혹은 진정한 이익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함(212p)
- 여성의 자유와 인권 :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자신의 익명을 보호받고 싶은 여성의 자유와 인권을 어떻게 보호하고, 생부의 익명도 보호해야 하는지 고민 필요(213p)
- 베이비박스가 없어져야 할 필요성 : 보호출산제 미도입 시 현 베이비박스의 역할을 유지할 것인지 고민 필요(214p)
6. 그 외 위기임산부 지원 정책과 기관
위기임산부에게는 단기적으로는 건강관리와 안정적인 거주/긴급경제적 지원,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양육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 지원으로 임신바우처로 100만 원이 나오지만, 평균적인 진료 및 출산 비용(300~350만 원), 산후조리 비용(200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은 위기임산부에게는 이런 비용의 지출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출산은 무사히 했지만, 양육에 큰 두려움을 가진 임산부들이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쉼터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청소년 부모들을 위한 ‘킹메이커’가 있다.
‘인트리’는 미혼모 당사자들을 발굴하여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인식 개선과 함께 긴급상담을 진행한다.
‘한국미혼모 지원 네트워크(KUMSN)’는 2007년 한국인을 입양한 미국인 안과 의사 보아스 박사가 설립한 사단법인으로, 자녀를 입양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 미혼모들을 위해 후원한 기부금으로 설립되었다.
그 밖에도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가족상담전화(1644-6621), 다누리콜센터(1577-1366), 서울시 위기 임산부 상담지원(1551-1099)에서 초기 상담, 긴급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족상담전화는 정보 안내와 초기상담, 관련 기관 연결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다누리콜센터는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13개 언어로 상담을 지원한다.
썸네일 출처 :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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