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보다 지방의, 도시보다 농어촌의 빈곤이 더 심각하다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0.28 / 수정일 : 2024.10.29

수도권보다 지방의, 도시보다 농어촌의 빈곤이 더 심각하다


신명호(사회적경제연구소장)


오늘날 소위 제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간다는 기술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는 나라의 건강을 갉아먹는 암세포와 같다. 우리나라의 빈곤 수준은 웬만큼 산다는 OECD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심각한 편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가난한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내는 빈곤율(15.1%)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4~5위를, 특히 노인 빈곤율에서는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 간 차이가 있는 것처럼,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지역에 따라서도 빈곤의 규모와 내용에 큰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지역에 따라 소득 분포가 어떻게 다른지 보기로 하자. 물론 빈곤과 불평등은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소득의 불평등이 결과적으로 빈곤을 낳는다는 차원에서 전국 자치단체별 근로소득의 격차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시의 평균 근로소득은 4400만 원으로(국세청, 2020) 전국 평균에 비해 무려 14.3%가 높다. 이에 비해 전북, 강원, 대구, 제주 등은 전국 평균보다 –15%~–8%의 격차를 보인다(여기서 세종시와 울산시의 평균이 높은 것은 공무원 도시 및 고연봉 숙련사업이 많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이례적 결과이다). 근로소득의 격차를 기초자치단체별로 지도에 표시하면 [그림 1]과 같이 소득 상위 20% 이상의 지자체는 수도권과 동남부 해양권에, 나머지 상위 80% 이하의 지자체는 농촌 지역에 분포함을 알 수 있다. 
빈곤율의 지역 차이를 비교한 기존 연구들1)도 수도권과 지방 간에 빈곤 수준의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표 1]에서는 절대빈곤율로 계산했을 때 지방에는 수도권에 비해 빈곤 가구가 거의 2배 가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상대빈곤율을 적용하더라도 지방에 빈곤 인구가 훨씬 많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더구나 ‘지역 구분 2’와 같이 지방을 경제발전 정도에 따른 지역의 규모 차이별로 세분한 결과, 지역 발전이 안 된 소규모 지역으로 갈수록 빈곤율이 현격하게 높아짐을 알 수 있다.  

그림 1: 전국 기초자치단체 소득 분포

[출처: 2022 민주연구원 불평등 보고서, 26쪽] 


[표 1] 수도권과 지방의 가구 빈곤율 

(단위: %)

 

 지역 구분 1

 지역 구분 2

 수도권

지방

수도권

지방대도시

지방중소도시

지방군지역

  절대빈곤율

(최저생계비 기준)

7.56

13.26

7.56

10.57

12.26

22.63

 상대빈곤율

(중위소득 50% 기준)

16.26

25.16

16.26

22.90

21.57

40.89

출처: 이상록 외(2008), 214쪽, <표 1>에서 발췌

이러한 격차는 도시와 농어촌을 비교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농어촌 가구의 상대빈곤율과 절대빈곤율 모두 도시 가구의 그것에 비해 약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빈곤 상태에 빠졌다가 경제 사정이 나아져 빈곤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동태적 관점에서 보면 빈곤의 진입과 탈출이라는 사건을 측정할 수 있는데, 도시보다 농어촌에 거주할수록 빈곤 탈출 확률은 낮아지고 다시 빈곤에 빠질 재진입 확률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빈곤 가구의 특성을 지역별로 비교해보면, 도시의 빈곤층에 비해 농어촌의 빈곤층에서 여성 가구주의 비율이 높고 가구주의 학력이 낮으며 가구주의 연령이 더 높게 나타난다. 그러니까 여성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빈곤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법칙이 도시와 농어촌 간의 빈곤 규모 격차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다른 인구학적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어떠할까? 즉, 성별과 학력, 연령 등이 같을 경우, 순전히 도시와 농촌이라는 지역적 환경조건이 빈곤에 빠질 확률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이제까지의 연구들은 대체로 개인 특성과 무관하게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일수록 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에 비해 빈곤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것은 지역의 불균형 발전 구조가 지역의 빈곤 발생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얘기다. 경제적 기회와 자원들이 수도권 및 대도시에 편중돼 있고, 상대적으로 이들로부터 소외된 지방의 농어촌 지역은 빈곤에 빠질 확률이 높은 불리한 조건을 갖게 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역의 고용 및 산업 구조가 지역의 빈곤 발생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백학영, 2016). 이처럼 지역의 경제 구조는 노동시장의 특성, 즉 일자리의 양과 질, 실업률, 고용지위별 종사자 분포(상용직, 임시일용직, 자영업 등), 그리고 임금 수준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근로소득 존폐의 결과로 나타나는 빈곤 현상의 변수가 되는 것이다. 
이상의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지방 및 농어촌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빈곤 대책을 세워야 할 뿐 아니라,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빈곤 대책들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빈곤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집약적인 고용의 성장이 동반되어야 하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제공하는 제조업 중심의 괜찮은 일자리와 상용직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하는 것이다(김교성 외, 2009).

또한 사회복지 비용의 지출이 많아질수록 빈곤 문제가 개선된다는 이제까지의 경험칙에 비추어볼 때,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비 지출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정책 개선이 일어나야 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강한 의지와 더불어, 지역의 재정자립도 수준을 감안한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정책에 의해서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수도권보다 지방의 빈곤이 더 심각하다’는 이 글의 주장이 행여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기’ 식의 방향 전환만을 촉구하는 것으로 오독(誤讀)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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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자는 최근 데이터를 사용해서 빈곤의 지역 격차를 분석한 보고서나 연구논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 글은 불가피하게 예전 자료나 논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수치의 절댓값은 큰 의미가 없을지라도 격차의 추세나 경향성에서는 현재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추론된다. 


[참고 문헌]
국세청, 2020, 「국세통계연보」
김교성 ․ 노혜진, 2009, “지역 빈곤의 격차와 요인에 관한 연구”, <한국사회복지학>, 61(2).
민주연구원, 2022, 「2022 불평등 보고서: 지역별 소득․자산 불평등 현황」
백학영, 2016, “지역의 고용 및 산업 구조와 빈곤의 관계”, <사회복지연구>, 47(1)

이상록 ․ 백학영, 2008, “한국사회 빈곤구조의 지역 편차 분석”, <한국사회복지학>, 60(4).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0.28 / 수정일 : 2024.10.29 / 조회수 :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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