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OU)! 베를린의 제로웨이스트 숍, 서울엔 없을까?
현안과이슈 / by 프로이데 / 작성일 : 2023.10.31 / 수정일 : 2023.11.02

  환경오염, 기후 변화에 관한 경고는 인류가 오래도록 들어왔던 메시지 중 하나다. 문제는 그를 귓등으로 듣고, 나중의 일로 미뤄둔지도 오래되었다는 거다. 11월을 앞둔 오늘도 늦여름, 초가을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날마다 까다로워지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방침과, 사라져 가는 꿀벌, 유래 없던 폭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자연재해 소식, 끊이질 않는 인류세 논쟁, 미술품을 훼손하면서까지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환경단체들, 녹아내리는 북극의 얼음과 새로운 항로로 대두되는 북극해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열강들까지... 가까운 생활 풍경부터 거시적인 국제관계까지 관련 이슈들이 넘쳐난다.  

 

  일련의 환경 뉴스를 접하고서도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당장 나의 피부로 와닿는 이슈들이 아닐지라도, 언젠가 미래의 나, 미래의 우리나라가 겪을지도 모를 고난이다. '그땐 나 죽고 없지, ' 하면서 모른 체 하기엔 세상과 교류 하고픈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다(그러길 바란다). 하루도 빠짐없이 채워지는 다용도실의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보며, 생활 쓰레기라도 조금 줄여볼 순 없을지 머리를 굴린다. 그러다 이전에 접했던 독일의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이야기 하나를 떠올린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재활용 및 재사용이 가능한 중고 제품을 포함하여 시중의 모든 제품과 그 제품을 포장하고 있는 자재 등 폐기물이 될 수 있는 자원이 낭비되지 않는 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는 자원 보호 원칙을 말한다. [두산백과]

 

 
 
unverpackt라 쓰고 [운풰어파큿트]라 발음한다. 구글에 검색해 보니 '포장되지 않은, 그대로의'라는 뜻의 독일어 형용사라는 결과와 함께 지도 위 점으로 표시된 상점이 몇몇 나타난다. 그중 검색창의 가장 위를 채우는 사이트는 'OU: Original Unverpackt [오우: 오리기날 운풰어파큿트] (이하 OU로 표기).' 베를린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일회용품 사용 금지) 식료품점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사업 밑천을 마련했던 OU는 과도한 물건 포장으로 생기는 쓰레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2014년에 개업하여 오늘날까지도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OU에서 취급하는 2천 여가지 생활용품 및 식료품들은 포장되어 있지 않다. 대신 OU를 찾은 손님들의 가방엔 파스타나 견과류, 잼 등을 담아갈 다회용기가 가득하다. 용기를 채우고 물건의 무게에 따라 값을 지불한다. 다회용기 없이 OU를 찾았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환경 보증금(Pfand [퐌트])가 포함된 유리병이나 페트병을 구입해 요구르트나 우유 등을 사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퐌트(Pfand): 유리병이나 페트병처럼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용기에 부과되는 환경 보증금으로 독일의 오랜 친환경 생활 습관 중 하나다. 물건의 가격에 판트 보증금이 추가된 금액이 최종 결제 금액으로 계산대에 표시되는데, 모든 유리병이나 페트병이 퐌트가 있는 건 아니다(용기에 전용 로고와 바코드가 표기되어 있다). 보증금 환급은 슈퍼마켓 입구 주변에 위치한 퐌트 전용 기계를 통해 이뤄진다. 기계에 퐌트 바코드를 읽힌 뒤 영수증을 출력하여 계산대로 가져가면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그날 사는 물건에서 환급금만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OU의 경영 철학은 베를린 시민들의 마음을 열기 충분했고, 본과 드레스덴, 하이델베르크, 킬, 마인츠, 뮌헨, 등 독일 전역으로 서서히 퍼저나가고 있다(Annika Flatley, 2019). 2023년에는 독일 지속가능성 상(Deutscher Nachhaltigkeitspreis)을 수상할 정도로 그 제로웨이스트 행보를 인정받고 있다. 

 

OU의 공식홈 메인 모습: 원하는 만큼 덜어 사 먹는 파스타 면들의 진열장이 사진 속 왼편에 보인다.




  생활감과 슈퍼마켓으로서의 실용성, 환경 보호 메시지를 한꺼번에 갖춘 훌륭한 기획이다. 반가운 소식은 OU와 비슷한 철학을 지닌 제로 웨이스트 가게들이 서울 내에도 몇몇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서울 내 편의시설 및 서비스를 확인하라고 서울시에서 제작한 '스마트서울맵'을 활용하길 추천받았다. 서울시의 통합지도포털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지차체에서 직접 제공한 상점 정보들로 지도 위 상점 정보들이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당 지도를 활용하여 서울 내 OU를 찾기 위해선 도시생활지도의 "환경" 탭에서 "착한 소비"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된다. 대부분 생활용품 매장과 리필숍이 가장 많고 덩달아 친환경 카페와 빵집, 꽃집도 찾아볼 수 있다. 

 

  지도 위 나타나는 가게들의 수가 생각 외로 적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각 가게들이 품은 운영 철학은 OU의 예시와 다를 것 없이 사회참여적이며 친환경적이다. 상점들을 이용한 손님들의 후기도 종종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처음엔 낯설던 제로 웨이스트가 이젠 익숙해져서 그렇지 않은 상점에 텀블러를 들고 가는 일도 잦아졌다는 호평이 미소를 짓게 한다.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희망적인 선택지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세상을 돕는다.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재활용을 많이 하려는 작은 시도들이 모이고 모여 그 선택지에 힘을 가득 실어주기를 기대한다. 






[참고자료]

 

jtbc 23.09.23

[르포+] "휴지 대신 손수건 드려요"… 제로웨이스트 카페 가보니

 

kbc 23.10.29 

껍데기는 가라.. 지구 살리는 '제로웨이스트샵' 눈길

 

스마트서울맵. 


22.05.09

제로웨이스트 상점, 어디 어디 있나? '스마트서울맵' 활용기.


Utopia 19.11.09

Annika Flatley: Verpackungsfreier Supermarkt: Einkaufen ohne Verpackung


Inhabitat 17.02.16

Original Unverpackt: Germany's First Zero-Waste Supermarket.

 

original unverpackt.



 


작성자 : 프로이데 / 작성일 : 2023.10.31 / 수정일 : 2023.11.02 / 조회수 :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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