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서 세 사람은 미트쉐어 모임 프로젝트 선정 이전에도 ‘노동, 노동시간, 여가’ 등의 테마를 가지고 세 권의 책(게으를 수 있는 권리, 6시간vs. 8 시간, 여가와 경신)을 함께 읽었으며, 이번 독서-토론 모임에서는 네 번째 책인 ‘노동을 거부하라’를 각자 읽어와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였다.
이 책은 ‘크리시스’ 그룹의 서로 다른 구성원에 의해 씌어진 총 11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시스’는 ‘노동과 상품생산에 기초하고 있는 거대한 수탈 기계’ 로서의, ‘욕구에서 독립해 맹목적으로 움직여 나가는’ 체제인, ‘사회 구성원들과 그들의 생존 수단 사이에 어떤 자립화된 페티시 형태가 끼어들어 존재하는’ 체계 전체와 더불어 ‘노동’ 그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들은 노동에 대한 범주적 비판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많은 파트는 전혀 대중-친화적인 텍스트가 아니고, 대중에게는 낯선 개념들이 등장하며, 이해 하면서 독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이점이 아쉬웠다. 이 책은 내용을 일부 떼어서 읽어보면 –앞 뒤 문맥을 모른 채-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이 책의 핵심이자 결론에 해당하는 장인 11장에서 ‘노동의 지양’이란 과연 무엇인지 다시한 번 짚으면서, 그들이 지향하는 변화에 대한 상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는데,
“노동에 대한 범주적 비판은 추상적인 노동 개념을 단지 다른 어원적으로 중립적인 추상 예를 들어 ‘활동Tätigkeit’ 이라는 말로 대체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떨어져 나온 경제’를 실질적으로 지양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노동에 대한 범주적 비판은 자립화된 체제 연관을 사회 속으로, 그와 함께 '노동'을 삶 속으로 재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우선 사회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재생산의 구체적인 사회적 연관드르 원료와 물질적, 정신적 내용들을 자립화돤 사회적 형식의 비합리적 우회로에 맡겨 두는 대신 의식적이고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사회적 기구들의 관련장으로 만들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중략) 다른 말로 하자면, 사회 구성원들이 고도로 사회화된 자기 목적적 장치 속에서 공동으로 무엇인가를 생산해 옿고는, 마치 그것이 고립된 개별 생산자들의 생산품인 양 그를 완전히 정신 나간 제한 속에서 '교환'해야 하는 상태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 대안이 있다면 공동의 자원들을 투명한 관계 속으로 투입하는 것이다....(중략) 노동의 지양이란, 내용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완전자동화'를 통해 양적으로만 노동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활동을 추상적이고 탈 감성적이며 우연적인, 내용과는 무관한 형식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주어진 텍스트의 바로
앞부분이나 바로 뒷부분에서 ‘떨어져 나온 경제’ 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으며, 3~4 페이지 전이나 후에서, 혹은 아예
앞장에서 그들이 비판하는 이 형태가 무엇인지 제시되고 있다. 또한 이 텍스트에서 ‘활동’으로 번역된 Tätigkeit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아렌트의 3가지 일의 구분(drei
Tätigkeiten) 인 arbeiten, herstellen 그리고
handeln 개념의 무엇에서 가져온 것인 것인지
등 비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편하게 읽기에는 걸리는 점이 많아 좀처럼 잘 읽히지 않는, 어려웠던 텍스트였다.
하지만, 지금껏 읽은 노동관련 도서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서 중에 하나인 이 텍스트는, 노동-상품 체제에 대한, 그리고 현재의 노동 범주 그 자체에 대한 거부와 비판을 담고 있으며, 체제에 대한 가장 급진적 입장에 서서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 주장해 왔던 여러 ‘대안들’이 얼마나 순진하고 비-근본적이며, 체제 봉사적인지 검토한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우리의 입장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는 좋은 읽을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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