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NPO 지원센터

#12. 노조의 향기 - 2015 활동가 네트워크파티 "15명의 활동가 사람책X미트쉐어"
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5.09.14, 조회수 : 2294
 깊고 짧은 여름‘인디언 썸머’


 ‘잘 될까? 몇 명이나 올까?’
 걱정이 가득했다. 사회운동을 하는 각 분야 활동가들이 모이는 활동가들의 사회운동 포럼 혹은 ‘활동가 네트워크 파티’를  앞두고 그랬다.  청년, 여성, 비정규, 환경, 시민단체, 종교, 생명평화, 협동조합, 학술연구, 언론, 지역, 법조계, 청년, 노동조합, 정당 등 각자의 영역에서는 일하는 활동가들은 바쁘다. 모이기도 힘들다. 작년 포럼 이후 자천 타천으로 기획팀에 참가한 사람들은 걱정들이 많았다. 9월 4~5일 1박 2일, 게다가 바쁜 금요일에 시작하는 행사에 몇이나 참가할지 걱정이 많았다. 솔직히 가끔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난 나는 ‘네트워크파티’라는 이름도 생소하고 주제토론들의 방향도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아서 걱정이었다.  

 3년 전, 각자의 영역에서 고립된 채 활동하기보다 넘나들면서 같이 얘기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새로운 정보와 고민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냥 너댓이 모이다가 좀 넓혀서 얘기하자고 했다. 아름아름 연락하고 준비해서 “묻지마 봄날”이라는 제목으로 행사를 가졌다. 한국사회 운동은 봄과 멀었다. 때문에 아예 “봄을 묻지 말라”며 고민을 털어 놓는 자리였다. 마지막 토론은 막 터진 세월호 참사가 주제였고 열띤 토론에 참가한 사람들은 세월호 가족과 함께 수많은 집회와 활동을 참으로 열심히 했다. 고마웠다. 열심인 이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작년엔 “니 봄은 뭐니?”라는 제목으로 활동가 포럼을 가졌다. 한국사회 운동은 “망했다”는 청년활동가의 과감한 제기에 참 많은 공감을 했었다. 

 올해 열린 네트워크파티 제목은 “인디언 썸머”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반짝 왔다 가는 여름을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한국 사회운동은 봄을 기대하지 못한다. 혹독한 빙하기가 올지 모른다는 우울한 예측도 한다. 그래서 인디언 썸머는 겨울이 다가오지만 봄을 발견하려는 애틋한 노력을 상징한다.  


 지혜로운 하늘의 왕? 내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사람책’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 책이 되어 그 사람의 일생과 고민을 함께 읽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란다. 불과 2주 쯤 앞두고 연락이 왔다. “ 하기로 했던 분이 못한대요. 일단 선배님이 하는 것으로 이름을 올려 주시고 나중에 사람이 많으면 빼 줄께요” 했다. ‘그래, 어차피 이름 올렸다가 빼는 건데 그냥하자’며 승낙을 했다. 낚였다. 빼줄 수 없으니 그냥 하란다.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는데...아이고 머리야. 안그래도 ‘삭제된 갈등’이라는 주제토론 발표 할 분을 대신해서 주제발표를 맡았는데...에휴, 팔짜다.   

 9월 4일, 꼬일 때는 한꺼번에 꼬이는 법. 아침부터 회의인데 길어진다. 오후 1시부터 행사인데 애고 왜 이렇게 회의는 늘어질꼬. 부랴부랴 한사람과 차를 타고 서울로 출발, 막힌다. 지체도 아니고 정체다. 늦었다. 프로그램 소개하는 1시에는 못가도 ‘사람책’ 프로그램이 열리는 2시까지는 도착해야 하는데 한권의 책인 내가 못가면 책을 읽을 분들은 책 없이 어찌할꼬.  

 14시 20분 겨우 도착하니, 막 전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을 끝낸 사람들이 강당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어, 많이 왔네’ 어림잡아도 백 명은 되어 보인다. ‘다행이다’는 안도감도 즐길 틈 없이 바로 사람책 프로그램 장소로 이동하려는데 “참가 접수는 해야죠” “사람책은 이 티셔츠를 입어야죠” “인디언 이름표도 만들어 달아 야죠”한다. 생년을 찾아보니 음 ‘지혜로운’ 생월을 찾아보니 ‘하늘’ 생일을 찾으니 ‘~의 왕’이다. 엇. 내 인디언식 이름이 ‘지혜로운 하늘의 왕?’ 대박이다. 정반대로 이상한 이름을 얻은 분들 중엔 기분이 좀 나쁜 분도 있었던 건 아닐까? 암튼 이 네트워크파티 참가자들은 모두가 인디언부족의 구성원이 된다는 컨셉이란다. 


 민망한 책

 ‘나를 읽으려 오는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인가?’ 몇 명이 오는지도 모르고 그냥 장소로 향했다. 우리 방엔 5명, 단촐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소개 글도 잘 쓰고 약간은 사전작업도 하는 건데 땜빵으로 일단 행사에 넣고 나중에 빼자고 해서 승낙했는데 진짜로 하게 된 판국에 어쩌겠나. 오랜만에 만난 지인도 있었다. 신생노조의 간부도 있었다. 꽤 유명한 책의 저자도 있었다. 간단히 살아온 얘기를 하면서 하나씩 질문과 얘기를 나눴다. 약간은 민망함으로 시작했지만 끝날 무렵엔 제법 웃음도 나누면서 마쳤다. 15명의 사람책 중에 꽤 많은 사람이 참여해 알차게 진행된 곳들이 많았다고 했다.

 다음은 주제토론. ‘은폐된 갈등, 삭제된 갈등’ ‘현실의 재해석, 운동의 재발견’ ‘무지개 콜라보레이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하여’ 등 총 4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했다. 나는 ‘은폐된 갈등, 삭제된 갈등’에 속했다. “창을 깨자”라는 제목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은폐되고 왜곡되고 삭제되었다고 생각하는 나름의 이유들을 중심으로 준비한 파워포인트를 발표했다. 계급갈등이 계급내 서열화 차별화로 대체된 문제를 중심으로 얘기했다. ‘소외된 연대의 가치, 운동권과 페미니스트 사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운동을 하셨고 요즘은 대학 강의를 하신다는 닉네임 ‘횡당하는 희망지기’님이 발표를 했다. 국어사전이 페미니스트를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로 묘사하고 있다는 얘기에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저출산 시대에 대해 ‘출산파업’이 아니라 ‘재생산의 권리의 박탈’로 보아야 한다는 얘기, 남성들의 틈에 끼어들기 위해 ‘명예 남성’이 된 여성들에 대한 지적은 지금도 남아있다. 

 이 주제 토론 준비팀들은 고민들이 있었다. 운동사회내부에 삭제되고 은폐된 갈등을 드러내서 까놓고 얘기하자는 것이 처음 시작이었다. 중간에 운동내부보다 사회전체의 갈등의 은폐, 왜곡, 삭제로 중심이 바뀌었다. 혼선도 있었던 탓인지 발표가 끝나고 토론은 약간 뒤틀리는 듯 했다. 몇 주제를 잡고 소집단으로 나누어 토론하려 했지만 제출된 주제는 노동과 여성을 통합해서 ‘차별과 차이’에 대해 전체 논의로 이어졌다. 


 차이를 차별하지 말라 

 “강00가 이런 얘기를 썼던데 집회를 할 때 꼭 똑같은 복장을 하고 가는 것 보다 여성은 하이힐과 치마를 입고 가는 것이 어떠냐...” 한 참여자가 이렇게 시작한 얘기 때문에 다들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왜 여성은 하이힐이냐.” 그런 사고방식이야 말로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시각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당혹스러운 눈치들이었다. 그 참여자는 운동이 각자의 개성을 감추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되어야 한다는 취지, 민주노총이 꼭 획일적으로 조끼를 입는 방식으로 시위를 하기 보다는 각자의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하면 안되냐는 얘기를 했다. 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사례로서 “여자는 하이힐과 치마”를 사례로 든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조끼논쟁도 약간은 나왔다. 나는 조끼를 자주 입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조합원이다. 강자들은 착한 척(위선僞善)을 하지만 약자는 쎈척(위악僞惡)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머리띠를 매고 조끼를 입어 집단적 힘을 과시하려 한다. 여전히 그런 방식이 강자들에게 쎈 것으로 다가가는지는 물론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내 말 끝에 “약자들이 그러지 않으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 참가자 한 분의 짧은 멘트가 남는다.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포함해 다들 공유하는 것은 차이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데 드러내는 것을 억압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운동이 차이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차이를 드러내면 억압하거나 불편하게 만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차이를 차별하지 말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딸이 생각났다.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과 놀기를 좋아하는 학생 등 다들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를 부정하고 획일적인 수능시험으로 줄을 세우고 서열화된 대학을 통해 강력하게 차별하는 사회에서 고 3을 보내는 딸. 차이는 억압되고 있다. 학교는 차별을 교육하고 기업과 사회는 차별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진하게 스쳤다) 

 혐오가 늘어나는 사회, 계급정체성 보다 계급내의 차별들이 심해지면서 갈등이 은폐∙왜곡되는 사회에서 비정규 문제의 원인과 처방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성소수자들의 퀴어축제에 대한 질문도 오갔다. 차이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 차별을 넘어서기 위한 구체적인 토론으로 나가지 못했는데 벌써 시간이 다 되었단다. 전체 토론에서 ‘차별과 차이’에 대해, 늘 모든 문제를 박근혜 정권 탓으로 몰아가는 ‘기승전박’에 대해, 늘어나는 혐오의 원인과 해결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마지막으로 은폐된 갈등, 삭제된 갈등에 대한 토론을 마쳤다.  
   

 네트워크게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네트워크게임이 시작되었다. 생소하다. 처음 인디언 썸머라는 제목도 생소했고, 휴먼라이브러리(사람책)이라는 프로그램도 생소했는데 이건 또 뭐람? 지적질 당하는 조끼입고 디스당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현장에 박혀있어서 그런가? 나도 꽤 창조적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라 생각하는데 암튼 영상과 함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간다. 그냥 경기지역의 금속노동자들의 체육대회때 집단으로 참가해 하는 OX퀴즈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강당의 책상과 의자를 모두 치우고 모였다. “다시 태어나도 활동가로 살아갈 것인가” “지금 행복한가” “나는 고민을 털어놓고 얘기할 동료가 있는가” 등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답하기 곤란할 날카로운 질문은 아니었다. 다만 “개인기가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하면 꼭 시킬 것 같아 ‘없다’를 선택해야 하는 곤란함은 있었다. 단 두 명만이 ‘있다’를 선택했다. (물론 난 개인기자 진짜 없다) 어쨌든 활동가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그대로 확인하는 또 하나의 방법인 듯싶다. 그냥 재미를 위한  OX퀴즈가 아닌 우리 현장노동자들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써먹어야 겠다.

 개임의 마무리에 20년 이상 활동가로 살아온 이들과 이제 갓 활동가로 살기 시작한 새내기들이 한 무대에 올라 사진을 찍는다. 20년 이상이 여전히 많지만 새내기 활동가들도 적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전체 참가자가 사진활영으로 게임은 끝.


 반가움, 눈물, 노래

 뒷풀이다. 인근 식당으로 몰려갔다. 2층은 꽉 차 얄미운 사회자 덕진이 “노땅은 내려가라”고 한다. 별수 없다. 나도 노땅에 속하니 1층 행. 1층도 꽉 찼다. 내용을 둘째 치고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으니 이것만으로도 벌써 내 기분은 취했다.

 몇 잔 기울이니 임금피크제도 나오고 의회주의가 어떻고 각자 참가한 주제토론에서 이어지는 얘기들이 오간다. 잠깐 끽연을 위해 나온 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광주 현아가 물었다. 재밌냐고. 재밌다고 했다. 삼성과도 싸워보고 김앤장과도 싸워보고 노동운동을 재구성해 보겠다며 나름 지역에서는 실험도 하는 중이니 재밌다 답했다. 멋지다고 했다. 내가 멋질 정도는 아니지만 기분은 좋다. 

 상호가 왔다. 전작이 있었나 보다. “내기에서 내가 이겼지?”하자 “인정! 솔직히 감동입니다”고 답한다. 상호와 나는 내기를 했다. 그는 처음 초청을 받고 “에이, 초청한 사람들 면면을 보니 바쁜 사람들인데 솔직히 참가자는 물론이고 초청자들도 늦게 오거나 왔다가 다 갈 거다. 2/3가 자리를 뜰 거다”고 해서 내기를 했다. 내가 이겼다. 사람들은 뒤풀이 자리를 꽉 채웠다. 암투병중인 탁이 얘기를 꺼내며 울먹인다.  혹독하게 퍼붓는다. “왜 선배는 그자식이 그렇게 될 때 까지 놔두고 있었던 거야. 지역에서 그렇게 있는 선배도 책임이 커” 독한 추궁 속에 투병중인 탁이 생각에 아프다. 저 쪽에 똘망한 희망연대노조 재범이 얼굴이 보여 더 아팠다. 눈물이 났다. 
   
 밤이 깊어 식당을 나오니 성소수자 활동가가 보인다. 거리에 털썩 주저앉아 문희만(무늬만) 변호사 등과 앉아서 취중 수다를 떨다가 숙소로 돌아온다. 술자리는 숙소에서도 계속된다. 취했다. 누웠다. 취중잠결인데도 팔뚝질하며 부르는 노래 소리 요란하다. 암튼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음식의 하나가 술이라는 내 생각은 틀림없다. 


 술보다 강한 생각의 꼬리

 갈 사람들은 갔지만 꽤 많은 취기 떨치지 못한 사람들이 아침을 먹었다. 마지막 전체 토론이다. 전날 각 주제별 토론발표부터 시작한다. ‘지속가능한 활동’ 논의에서 인권활동가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조사를 했는데 인권활동가 월급평균이 107만원 이란다. 300여명 활동가를 조사한 결과 평균임금이 133만원이라고 했다. 활동가들은 경제적 문제, 교육의 문제, 자존감의 문제 중 자존감을 가장 중요시 한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역시 ‘내 활동은 가치있다’는 자존감이 중요하다. 자존감으로 살아가는 활동가들에게 임금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 맞냐는 약간의 쟁점도 있었나 보다. 암튼 활동가들의 생계를 위한 지원방안으로 ‘동행’의 사례가 소개 되었다고 한다. 

 ‘무지개 콜라보레이션’ 토론결과 발표다. 콜라보레이션? 영어실력 짧으니 처음 들었을 때 뭔 소린가 했다. ‘연대’와 비슷한 서로 다른 분야, 다른 영역의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쯤 되나보다. 동물병원 우리동네가 콜라보의 사례로 발표되었다고 한다. 희망연대노조의 지역생활문화연대의 사례도 꽤 주목받은 모양이다.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다시 지역사회가 노조의 투쟁 때 연대하는 선순환의 활동에 꽤 감명받았다고 했다. 조합원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실의 재해석, 운동의 재발견’ 발표는 꽤 길었지만 재밌다.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 아직 무슨 뜻인지 잘 모르지만 ‘네트워크 오브(of) 네트워크’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결과발표자도 “무슨 얘긴지 어려워서 좀 졸았다”며 웃게 한다. 모든 것을 박근혜 정권 탓으로 돌리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와 비꼬는 말투도 문제라는 얘기에 대해 열 받으면 욕도 하는 것이라며 그런 지적이야 말로 인텔리적인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었다고 한다. 노동중심성에 대한 비판도 지겹다며 그럼 다른 실천을 통해 보여주면 된다는 반론도 있었단다. 하위계층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으니 가난한 자들의 정당은 바로 새누리당이라며 그 원인들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고 했다. 근래에 노동운동이 주도한 네트워크연대는 없었다며 이제는 계급에서 가치와 권리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나 보다.(쉴 때 나는 가치와 권리 중심으로 뭉치는 것은 동의하는데 그렇다고 주체 없는 가치와 권리는 없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후엔 이런 토론이 더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참여한 삭제된 갈등, 은폐된 갈등에 대한 결과 발표가 있었다. 역시나 토론 때 나온 ‘집회 때 여성들이 하이힐 신고 치마입어야 한다’는 부적절한 사례인용이 도마에 올랐다. 오해가 생길까봐 나도 덧붙였다. 그 사례를 든 사람의 취지는 촛불 때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엄마들처럼, 세월호 때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처럼, 각자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내도록 하자는 취지였다는 것, 금속노동자가 작업복과 조끼를 입는 것이 문제될 수 없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부족한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암튼 “왜 여자는 하이힐과 치마냐. 여성도 집회에서 뛰려면 운동화에 바지가 편하다. 하이힐과 여성을 연결하는 발언도 문제고 그것을 사례로 든 것도 문제고 인디언 썸머가 이런 사고를 은폐하고 삭제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다시 이어졌다. 

 토론은 끝마칠 시간을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다들 대단하다. 그렇게 마셨지만 생각의 꼬리들이 취기보다 강함을 증명하는 듯싶다. 


 안전하게 얘기할 수 있는 모임
     
 마지막에 제안들이 이어졌다. “다음을 위한 기획단이 필요하다. 활동가를 넘어 현장 노동자와 시민들도 참여하는 대중적인 자리를 만들자.” “지속되었으면 한다.” “인권활동가의 임금 등에 대한 조사를 전체 사회운동의 활동가들 조사로 해보는 것이 어떠냐.” “무엇을 위해 모이는 것인지를 생각했었는데 좀 더 과감하고 날카롭게 숨겨진 얘기들을 드러내는 것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날카롭게 보다는 안전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했고 삭제된 갈등의 영역들이 이런 곳에서 안전하게 얘기하고 또한 사례들을 키워가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런 자리에 오니 나와 같이 활동가로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 자존감을 더 높이게 된다. 서로에게 돌봐야 할 것,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돌봐주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준비에 참여했는데 준비를 위해 투여한 시간보다 더 많은 고민의 확장을 가져다 주더라. 이건 떡밥이다. 준비과정에 참가해 달라는, 암튼 활동가들의 상황을 보면서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런 모임을 만드는 것이 또 다른 일이 되면 안될 것이고...” 

 사회자가 의견을 모아 각 4개의 주제토론을 위한 후속모임을 만들자고 했고 참가자들은 박수로 동의를 모았다. 각 4개의 후속모임을 만들어 그 모임들과 이번을 준비한 사람들 일부가 함께 다음의 네트워크준비를 하자는 데도 모두가 동의하였다. 

 네트워크파티의 마지막은 인디언 마을의 추장이 아니라 가장 젋은 친구들이었다. 수줍게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여성 활동가, 더 수줍게 “이상으로 1박2일의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겠습니다”며 최종 멘트를 한 여성 젊은 활동가 모습에 참 기분 좋다. 시작과 끝을 매번 직책 좀 달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회의나 집회의 모습과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짧고 깊은 여름, 인디언 썸머는 수줍은 미소와 이후를 향한 약속과 함께 끝이 났다 .
<1박2일 네트워크파티는 이상 끝>    

첨부파일

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5.09.14, 조회수 : 2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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