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최저임금위원회, 71일의 기록 - 2015 활동가 네트워크파티 "15명의 활동가 사람책X미트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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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5.09.14, 조회수 : 1452
참석자 : 김민수 외 3인
기 록 : 김민수
1. 김민수 사람책이 맡고 있는 직책 소개
청년유니온 위원장
제10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2. 청년은 왜 최저임금에 주목했는가.
내가 속한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당사자가 나서서 스스로 해결해보자’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청년 세대 노동조합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청년 일자리 문제를 겪은 일본의 사례를 참조하고 1년여 준비 과정을 거쳐서 2010년 3월 출범했다. 이 생경한 단체가 출범하면서 처음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최저임금이었다.
딱히 사야 할 물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편의점에 일단 들어간다. 혼자 있는 젊은 점원에게 말을 건넨다. 담배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혹시 설문조사 잠깐 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저임금 관련된 건데, 딱 3분이면 되거든요.” 보통 다섯에게 부탁하면 한두 명 정도 응해준다.
조합원들은 전국 500여 개 편의점을 발로 뛰며 그곳에서 일하는 청년이 최저임금을 잘 받고 있는지 조사한 다음 그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당시 조사 결과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간 중년․고령 노동자가 주로 받는 임금이라고 알려져온 최저임금이 청년에게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이었다.
왜 최저임금이었을까. 곱십어보면 최저임금은 젊은 노동자에게 참으로 고약한 현실이다. 이는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점점 사라져가는 한국의 실정과 연관이 깊다.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최저임금과 무관한,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같은 괜찮은 일자리에 진입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 등으로 표현되는 특별한 행운을 가진 소수에게만 허락된다. 대다수는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으로 점철된 열악한 일터로 진입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허락된 일터는 최저임금이라는 제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최저임금은 다양한 이름으로 변신해가며 우리의 현실 속에 등장하고 삶의 조건을 규정한다. 아르바이트, 인턴, 수습, 비정규직, 중소기업, 열정 페이, 블랙 기업…. 이 이름 뒤에는 최저임금이라는 제도가 소리 소문 없이 자리하고 있다. 최저임금조차도 못 받거나, 최저임금만큼만 받거나,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거나.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최저임금이 가지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월 150만 원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는 450만 명에 달한다. 전체 임금 노동자 1800만 명에서 보면 4명 중 1명꼴이다. 비정규직으로 한정하면 2명 중 1명꼴이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 최저임금은 평생에 걸쳐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는 ‘평생임금’이 되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가졌다 할지라도 해고, 계약 만료,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이 벌어질 경우, 다시 말해 한순간 삐끗하면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일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부조리를 외면한 채 ‘열심히 취업 준비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라’는 충고를 반복하는 것은 서로의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괜찮은 일자리로 넘어가는 관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이 사회의 경향성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는 ‘원래 가진 게 많은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취업 준비를 하는 주경야독 젊은이와, 생활비 걱정 없이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인턴 경험도 쌓는 젊은이가 같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한다면 누가 이기겠는가.
게임의 규칙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수많은 사람을 탓할 필요는 없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년유니온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을 새로운 선택지로 상정했다. 모든 청년이 사람답게 살아보겠다고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는데,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버려지는 게임의 규칙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생각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이에게는 더 나은 내일의 삶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고. 타워팰리스나 벤츠는 바라지도 않으니 하루 세끼 챙겨먹고, 가끔 영화도 보고, 사랑하는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정도의 삶. 그 정도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대기업에 취직하든 중소기업에 취직하든 말이다. 이를 바로잡아야 우리 사회에 ‘미래’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2010년부터 진행한 청년유니온의 최저임금 인상 운동은 이러한 생각이 조금씩 공감을 얻어가며 6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발전해왔다.
3. 6030에 담긴 의미
6030원은 만감이 교차하는 숫자이다. 6030이라는 숫자 앞에서 우리가 지난하게 싸우면서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생각해야 한다.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의 외관은 마치 교도소 같았다. 나랑 어울리지 않게 쓸데없이 근엄하고 답답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수많은 사람의 절박한 염원을 담기에는 외롭고 쓸쓸한 공간이다. 그 외로운 공간에서 무너지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이들이 보내준 응원과 격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6030의 의미를 다시금 곱십는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26만 원이다. 2015년 116만 원에 비해 10만 원가량 인상된 금액이다. 현재 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생존을 위한 기준선에서 적자 상태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 적자 기준선을 흑자로 전환하고, 남은 여백을 인간으로서의 삶과 존엄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이다.
126만 원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고 가야 할 길이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현재의 삶은 끊임없이 역동한다. 나는 10만 원이 고된 취업 준비 끝에 오는 커피 한 잔, 영화 한 편의 여유로 기억되길 소망한다. 집에 있는 자식들에게 짜장면을 사주면서 탕수육도 함께 시켜주고 싶다는 어머니의 간절함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단 몇 만 원이라도 저축함으로써 불투명한 미래를 조금씩이라도 구체화해가길 소망한다.
그리고 그 작은 소망이 모여 오늘의 싸움보다 더 큰 내일의 싸움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작은 승리의 축적은 훗날 큰 변화의 흔적으로 기억되리라 믿는다. 우리가 만든 치열함은 6,030이라는 숫자에 갇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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