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NPO 지원센터

디자인이 문제를 해결한다 - 옷걸이로 세상과 소통하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적정기술 '사람을 위한 아이디어의 발견&연결&해결'_ 염지홍 (Passion Designer)
작성자 : 기은환, 작성일 : 2015.06.20, 조회수 : 3241

 + 모임내용 

INTRO | 꽤 오랫동안, 세상을 만났던 온도가 미지근했다. 한 동안 나는 세상살이에 지쳐 삶에 지고마는, 기대하지 않음/포기라는 단어들이 내 안에 몽글몽글 자라게끔 놔두는 속이 텅빈 공갈빵 같았다. 내게 열정은 스스로 몰아부쳐 쥐어짜낸 찌꺼기처럼 느껴졌다. 별로 해온 것도 없는데, 벌써 소진해버린 것 같은, 무기력한 존재였다. 사실 이 날도 평소처럼 지쳐 있었다. 의무처럼 행사를 준비했고 과정은 꾸역꾸역이었다. 좋은 만남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물론 있었지만, 그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안 올까봐, 준비가 미흡해서 사람들이 불편해할까봐, 전전긍긍해하기 바빴다.

염지홍님은 강연 예정시간보다 무려 3시간이나 일찍 오셨다. 엄청 바빠보이는 분이셨는데, 참 신기했다(!). 오셔서는 옷걸이로 테이블을 열심히 만드셨다. 2시간 정도만에 그럴 듯한 테이블이 뚝딱 만들어지는 걸 보고 무척 놀랐다. 그리고는 그 테이블을 청년허브&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선물하셨다. 그냥 이러한 과정 자체가 새로웠다. 이 분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 7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들 앞에 당당하고 단단해보이는 염지홍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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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쏠레 | 외환위기 때 여느 아버지들처럼 염지홍님의 아버지도 원치않게 회사를 퇴직하셔야 했다. 먹고 살기 위하여 그 시절 많은 가족들이 선택했던 것처럼 염지홍님의 가족도 자영업, 피자집을 개업했다. 그러나 자영업 특히나 요식업의 경쟁은 살벌했다. 스무살 염지홍님도 생계를 위하여 주 100시간을 온몸으로 노동했다. 제품, 브랜딩, 마케팅, 언론 홍보에 이어 피자 제작, 배달까지 온몸으로 일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생활을 느긋하게 즐기지 못했지만, 대신 '살아남는다는 것', '몸으로 노동한다는 것'에 대한 가치를 뿌리깊게 온몸에 아로새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고객들을 만나고 고객들을 만나러 오가는 길 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었고 해결을 위한 생각을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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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사용 렛츠코인 프로젝트 | 2003년 쯤 한 손님이 동전으로 피자값을 치르며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동전도 분명 돈인데, 동전을 사용한다고 해서 돈을 덜 내는 것도 아닌데 고객들이 되려 미안해하고 물어오는 점이 '문제'라고 인식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 여러분의 동전 사용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단지에, 스티커로, 피자배달상자에 부착하여 소비자의 동전 사용에 대한 마음의 부담감을 줄여보고자 노력했다. 또한 계산된 동전의 일부인 5%를 유니세프 등 구호단체에 기부하여 소비자들이 더욱 편한 마음으로 동전을 사용할 수 있게끔 장치를 마련했다. 거스름돈은 항상 한국은행에서 바꾸어온 새 지폐를 드려서 피자에 깨끗함의 이미지를 덧입혔다. 피자 사업이 단순한 음식장사가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디자인'한 결과물들이었다. 

어린이 교통안전 옐로카드 프로젝트 | 2006년 여름 그는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를 계기로 보행자 교통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린이 교통안전 옐로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축구 심판이 주의를 줄 때 쓰는 옐로카드의 크기와 형태에 맞게 빛을 반사하는 카드를 사비로 제작해서 몇 개의 초등학교에 무료 배포했다. 10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옷걸이 독서대 북스탠드업 프로젝트 | 어떻게 하면 서 있는 상태에서 눈높이에 맞춰 팔 아프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발견하게 된 아이디어라고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걸이를 통해 만들게 되었다. 옷걸이 독서대는 이후 유튜브 동영상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옷걸이 독서대의 아이디어는 디자인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왕립디자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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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노트 | 그의 단단하고 꽉찬 힘은 서른 여권에 달하는 그의 아이디어 노트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생각나는 아이디어, 하루 일과, 미래계획 등을 노트에 담고 행동을 옮기기 위해 그는 노력해왔다. 펜으로 글씨를 쓰는, 단순한 종이를 넘어선 뇌에 새기는 것(Brain + inscribing)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생각하여 'The 2nd Brain'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한 이 노트의 내용을 모두 스캔하여 에버노트에 공유, 언제든 다시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꺼내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OUTRO | 그의 예정된 강의 시간은 1시간 반이었다. 강사비로 드릴 수 있는 돈이 10만원 뿐이라 최소한의 강의 시간을 그에게 부탁했었다. 그런데 지루할 틈이 없이 흐른 그의 강의는 1시간 반을 훌쩍 넘겨 약 4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옷걸이 실습까지 모두 포함해서 건물이 문 닿을 때까지 우리에게 쏟아줄 수 있는 건 모두 주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강의 내용도 훌륭했고 인사이트 얻는 부분이 많았지만, 강의비에 개의치 않고 그저 우리를 만나 무언가 도움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그의 모습이 멋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늘 소개하는 자신의 이름처럼 배우고 익혀 널리 이롭게 스스로를 쓰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차곡차곡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의 힘이란, 그리고 그 사람이 전해주는 에너지와 감동이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나와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친구들은 느낄 수 있었다. 한껏 쳐져 있던 자신을 반성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순간이었다. 물론 습관처럼 하는 반성은 쉽게 몸에서 미끄러져 나간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나 또한 매순간 스스로를 다져나간다면, 좌절한 그 자리부터 다시 또 시작을 반복한다면 언젠가는 나도 그처럼 크고 꽉찬, 옆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열정적인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용기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염지홍님께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정말정말 고마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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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은환, 작성일 : 2015.06.20, 조회수 : 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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