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8 국제개발과 인권 스터디
“적정기술적 세계관”
발표를 맡아주신 김상훈 책임연구원께서는 LG친환경적정기술연구회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현재 4년차에 접어든 연구회는 NGO와 정책 자문단, 사내봉사단 등과 연계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나눔과 기술, 아이브릿지, 도너도넛, 바이맘 등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적정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적정기술에서 진짜 우리가 고민해야할 부분은 어디인가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흔히 우리들은 ‘적정기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기술’을 떠올립니다. 값싸고 저렴한 ‘기술’, 사람들이 보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 현지에 특화된 ‘기술’ 등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에서 기술에만 시선을 두다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기술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보니 과학자나 기술자들만 가능하다고 생각해,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소외된 90%를 위한 기술, 착한 기술, 중간 기술,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소외된 90%를 위한 비지니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정작 집중해햐할 부분은 ‘적정’하다는 부분인데도 말이죠. 적정하다는 것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즉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을 고민하는 분야가 바로 적정기술인 것이죠.
적정기술이라 불리는 것들에는 10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적은비용으로, 현지재료를 사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며, 간단해야하고, 쉽게 이용 할 수 있으며, 스스로 제작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발전을 고려하며,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이해력을 통해, 변화 가능한 기술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조건과 개념을 배경으로 여러가지 적정기술들이 탄생했죠. 그 예를 보자면
1. 큐드럼 : 물을 나르는 것이 아이들이기 때문에 쉽고 안전하게 만든 디자인
2. 정수 자전거 : 자전거를 이용해 정수를 하는 시스템
3. 지뢰제거 : 플라스틱 플레이트와 대나무를 이용해 지뢰를 제거하는 방식
4. 자기 초점 조절 안경 : 시력에 맞는 안경을 제공해주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레버를 돌려 렌즈 두께 조절
5. 태양열 조리기
6. 숯(차드) : 옥수수대를 이용한 숯 제조, 연기 문제 해결
7. 팟인팟 : 냉장고 역할. 항아리 사이에 모래를 채워 기화되며 열을 흡수하는 것을 이용
8. 플레이펌프 : 전기펌프가 어렵기 때문에 사람의 동력 이용. 아이들의 놀이기구를 펌프로 활용.
9. 점적관개 : 발로 밟아 소량을 물을 밭에 뿌릴 수 있도록 펌프를 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 했던대로 기존에는 이런 기술적 발전이나 도입에만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적정’한 기술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향후 이런 기술들이 사회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도 더욱 고민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적정기술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번 국정과제에 적정기술이라는 단어 등장했죠. 적정기술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갑작스러운 양적 확대에 따라 원조하기 위한 기술이라는 개념이 되어가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자원은 많으나 개발되지 않은 국가에 접근하는 도구로 전락하기도 했죠. 즉 소외를 극복하는 도구가 아니라 소외를 강화하는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만큼 적정기술이 소외에 기반한 근본 취지가 아닌 기술, 디자인, 비지니스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정기술이 시작된 취지를 생각해보면 기술, 디자인, 비지니스가 강조되는 것이 아닌 소외된 90%에 집중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소외 다음에 기술이나 비지니스가 와야한다는 것이죠.
어쩌면 적정기술은 결국에는 실패할지도 모릅니다. 적정기술이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죠. 따라서 적정기술의 의미는 그 과정에서의 매개체입니다. 그러니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실패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길을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왜 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 실패의 의미조차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과연 처음에 왜 우리가 적정기술을 고민하고 적용하기 시작했는지,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해보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세상의 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적정기술적 세계관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간디가 말한 일곱가지 악을 되새겨 봅니다.
철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 없는 쾌락
현시 없는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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