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고유의 의복이라는 한복(韓服),
불편한 옷이지만 지켜내야 하는 전통일까요
결혼식장에서 유일하게 한복을 입은 신랑신부의 어머니들
폐백 후 잠깐 한복으로 갈아입는 신랑신부
한복을 입는 행위는 전통의 재현을 통한 격식 차리기인가요
한복체험부스에서 한복을 입는 외국인 관광객
명절 예능프로그램에서 한복을 입는 연예인
우리는 일생 동안 몇 번이나 한복으로 단장하나요
장소: 살롱드카페
시간: 2015년 2월 9일 오후 3시-7시
인원: 10명
“혹시 한복 좋아해요?”
“한복파티 할래요?”
뜬금없이
우연히 만난 청년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의외로 한복에 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과 한복으로 뭘 같이 할지 몰라 떠오르는 대로 말한 한복파티는 은근히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 일단 사람들을 만나보자는 생각이 들어 미트앤쉐어에 <한복 입는
남자 & 한복 입는 여자>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열었다. 이렇게 해서 아직은 눈발이 흩날리고 찬 바람이 매섭게 분 2월, 10명 남짓의 청년들이 두 번이나 모였다.
2월 9일 눈발 날렸던 홍대 거리 카페.
여자 8명, 남자 2명이 모여
네 시간 동안 모임을 가졌다. 스무살 대학 신입생부터 서른 중반의 문화 기획자까지, 대부분은 20대 중후반의 여성들이다. 우선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하고 오랜 시간 동안 <한복 입는
남자 & 한복 입는 여자>에 참가하게 된 동기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서 의류를 전공으로 하는 한 참가자로부터 한복에 대한 상식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한복
입는 남자 & 한복 입는 여자>에 참가하게 된
동기는 한복을 입고 싶다는 모인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했다. 전통문화분야에 대한 관심이 한복으로까지
이어진 분들이 있었다.
소연님: 문화재 전공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사와 전통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관련된 걸 진짜 좋아해요. 한복 자체에 대해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여행,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앞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수현(남)님: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한복 쪽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기획자로서 뭐든 경험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복을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날이 있으면 좋겠어서 참가했다는 분도 있었다.
기헌님: 한복을
언제 입어 봤는지 기억이 안나요. 입어보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복 모임을 통해 한복을 한 번쯤은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날 아니면 한복을 입지 않기 때문에 날 잡아서 컨셉을 정해 재밌게 입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전통 한복보다는 현대화된 한복을 입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더 나아가서 한복의 일상화에 대한 바람이 참가 이유이기도 했다. 아마 소셜미디어에 한복의 현대화를 시도하는 신진디자이너들의 옷들이 사진으로 퍼지고 있는 것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재연님: 페이스북에
한복이 리폼되어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예쁘더라구요. 그래서 잘 디자인하면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불편하지 않게 한복을 예쁘게 입고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는 한복 파티를
열어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온화님: 한복을
일상 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도 한복을 평소에 입고 싶어하
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한복 파티를
하면서 한복의 일상화가 유행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
각을 했습니다.
수현(여)님: 한복의 청바지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복입고 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한복이 일반적인 옷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복, 그리고 파티와 관련된 일을 해
본 분도 있었다.
안다비님: 모델 일을 했었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한복이 튼튼한 하체를 가려줘서 좋았습니다.
또한 파티 플래너 일을 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복 파티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파티를 너무 거창하게 열기
보다 그냥 우리끼리 즐길 수 있는 파티가 되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나처럼 재미를 찾아서 오신
분들도 있었다. 물론 재미를 찾는 이유는 달랐다. 나는 일과
놀이 사이에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싶어서 한복파티를 구상하게 된 거였다. 그런데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는
분들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했고, 외국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한복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신, 정체성 같은 것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은지님: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 모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주식 회사 들어가려고 준비했었는데 그건 남이 만들어준 꿈이었어요. 대학교 3학년이 끝나고 프랑스에 갔었는데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영화 얘기가 나왔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를 각자 얘기하다가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남이 생각하는걸 따라갔던
것이지 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요즘은 제가 재밌다고 느끼는 것을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호정님: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뭔가가 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화폐는 중요한 게 아니더라구요. 부자인 사람들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화폐만 추구하면
내가 죽고 난 뒤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으나 문화는 다릅니다. 한복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사람들이
왜 한복을 안 입게 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간단하게 기록했지만 참가자들이 한복모임에
온 이유를 들으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각자 서 있는 생의 순간에서 어떤 갈급함이 있어 이렇게 모이게
되었구나.
한복과의 재회
(첨부 PPT 파일: 고운 한복 사진과 함께 한복 기본상식을 얻어가세요!)
한복에 대해 기본상식이 너무 없어 의류학을 전공하는 호정님께 한복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부탁드렸다. 한복의 특징과 기본구성, 한복의 명칭, 한복의 소재, 한복의 멋을 더해 주는 장신구 순으로 설명을 들었다. 어렸을 적 한복을 한 번쯤은 입어 보았지만, 워낙 한복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는 청년들이기에 거의 모든 것이 새로웠다. 서양에서 유래된 일상복과 비교하니 더욱 그러했다. 특히 한복이 평면재단으로 되어 있어 입는 사람의 체형에 맞게 주름을 잡고 끈으로 고정시킨다는 것, 그래서 입는 사람의 실루엣을 따라 곡선의 입체감과 여유로운 아름다움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신선했다. 조금만 살이 찌거나 빠지면 옷태가 안 사는 입체적인 재단으로 만들어진 서양 유래 일상복과 달랐다. 또한 다비님 말처럼 상체는 몸에 붙고 하체는 볼륨감이 있는 한복의 상박하후(上薄下厚)적 특징은 우리 나라 여성들의 체형에
알맞아 보였다.
‘한복남
한복녀’의 탄생
참
이상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한 번쯤은 한복을 입어 보고, 텔레비전
사극에서 한복을 접하고, 아주 가끔이지만 간혹 집안대소사에 여인들이 한복을 입는 것을 봐 왔던 우리다. 그런데 이렇게 한복과 우리 자신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이야기하고, 한복에
대해 진지하게 배워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한민족 고유의 의복이라는 한복은 우리 청년세대에게 너무
생경하게 느껴지고 우리가 다른 나라 사람에게 한복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아무 것도 없다니.
우리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한복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 땅에서 한복이 어떻게 생각되고
입혀지며 지켜지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또 한복에 끌리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기로 하고 그 이름을
‘한복남 한복녀’라고 붙였다. 한복을 입는 남자와 여자의 줄임말인 동시에 촌스럽지만 정겨운 사람 이름이다.
한복을 즐기며 나름의 의미를 찾는 한복남 한복녀가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혹시 한복 좋아해요?”
>>두 번째 만남 <<
장소:
영삼성라이프카페 홍대점
시간:
2015년 2월 23일 오후 3시-7시
인원:
9명
세상은 한복에 대해 그렇게 무심하지만은 않았다. 한복에
대해 관심이 생겨 더 잘 보이고 잘 들리는걸까. 소셜미디어에 만든 ‘한복남
한복녀’ 공간에는 멤머들이 올린 한복 관련 기사, 사진, 영상 수가 빠른 속도로 늘었다. ‘한복의 날’이 있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나라 안팎으로 모던 한복 패션쇼 소식이
들리고, 3명의 신진디자이너 브랜드가 모던한복으로 젊은 층의 호흥을 받고 있었다. 한복을 입고 하는 해외여행는 일종의 유행이 되고 있는 것 같았고, (‘한복남
한복녀’ 같은?) 한복 동아리와 모임들이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었다.
‘한복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두 번째 모임을 갖기로 했던 우리는 한복 관련
움직임이 몇 년 새에 빠르게 늘어나는 것 보면서 몇 가지 질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첫 째, 한복의 르네상스 시대가 오는걸까?
둘 째, 왜 그들은 한복을 입고 유럽
여행을 할까? 그리고 왜 우리는 한복을 입으려고 하는 걸까?
셋 째, 한국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한복에
끌리는 것일까? 혹시 외부적 요인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한복남 한복녀는 모임 전에 이 질문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짤막하게 글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칼바람이 몰아치는 날 홍대 부근에 모여 대체 한복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재차 묻는 시간을
가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zl33B9KbRZw
두 번째 모임에서 한복남 한복녀는 한복 자체보다는 한복을 우리 문화로 다시 자리매김하려는
여러 가지 사회 움직임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다. 그 내용이 다소 길어 공유하는 기회를 미루는 것에 대해
(혹시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양해의 말씀을 올린다.
간략하게 모임 후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한복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도모하는 민관의 노력은 한복산업이 튼실해져야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한복의 새로운 소비자로 젊은층이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한복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젊은이들의 한복입기는 쇼 내지는 곧 사그러질 유행에 그칠 수 있다.
-한복의 세계화, 현대화, 대중화는
서로 맞물려 있다. 그런데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디까지가
한복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우리에게 한복은 대체 무엇이며, 우리 각자에게 어디까지가 한복일까, 고민이 된다. 아직은 모르겠는 한복인데, 한복과 적극 사귀어보면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참조
채금석, 세계화를 위한 전통한복과 한스타일, 지구문화
한복진흥센터 http://www.hanbokcenter.kr
한복진흥센터블로그 http://blog.naver.com/hanbok_kr
비영리문화예술단체 한복놀이단 since 2011 www.hannol.org 3. 기획팀 - 홈페이지
제작 관리
지하철, 기차 한복 소풍 프로그램 기획,진행
VANK
‘우.아.한’ 프로젝트
https://www.facebook.com/video.php?v=884171408270789&fref=nf
코멘트를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