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NPO 지원센터

엄마, 아빠들은 정말 할 말이 많았다!!
작성자 : 진수현, 작성일 : 2014.11.12, 조회수 : 2967

파파스 테이블, 그 첫 번째 모임

└ 2014. 11. 2. 공간 오즈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는(?) 육아에 관심 많은 3명의 아빠들 육아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한번 가보자고 누군가 제안했다. 그리고 어느 여름 날 이 세명의 아빠들은 2살 된 아이 2명과 5살 아이를 데리고 현대미술관 서울관을 향했다. 이 날의 경험은 매우 새로웠다. 아이들만 데리고 나온 엄마들은 종종 보였지만 아빠들은 우리밖에 없었다는 것과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만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이 후 이 세명의 아빠들은 어마들의 육아 관련된 모임은 종종 있지만 아빠들의 모임은 별로 없다는 것을 느끼고 간담회 형식의 모임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의기 투합했고  한 아빠는 셋째의 출산으로 참여를 못했지만 주변에서 육아에 관심이 많거나 열심히 참여하는 아빠들을 모아서 <파파스 테이블>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진행된 <파파스 테이블> 첫 번째 모임은 영유아 아이를 둔 많은 부모가 참여하겠다고 했기에 애초의 계획은 아빠들끼리 따로 모여서 그 동안 육아를 도와주며 느꼈던  사회적으로 어려웠 점들이나 서러웠던 점들을 이야기 하고 엄마들과 육아에 관련한 토론 배틀을 감히(?)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모임 당일이 되니 참석하기로 한 많은 가족이 못 온다고 연락이 오고 네가족만 조촐히 모인 상황이라 토론 배틀 따위는 포기하고 우연히도 네가족 모두 2013년도에 태어난 딸들을 가진 부모들들로서 그동안 느꼈던 육아를 하며 힘들었던 넋두리를 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꿔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잘 모르는 부모들이 만나 처음엔 서로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들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뜨거운 열기를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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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는 준비는 혼수 준비만이 다가 아니었다.

참가한 두 가족은 한 종교에서 운영하는 결혼 예비자 학교에서 만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결혼 이후 자금관리, 출산, 육아 등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다고 했는데, 혼수 준비와 결혼식 준비, 신혼 여행 준비 등으로 바빠서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은 부모가 되어 보니 그런 프로그램이 참여했었다면 매우 좋았을 거라는 데 대해서 다들 공감을 했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결혼이라는 이벤트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정작 중요한 결혼 생활에 대한 준비는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부모가 되는 마음 가짐도 중요하다.

결혼 준비 못지 않게 출산 준비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두려운 순간에 대한 걱정과 출산용품만 열심히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정작 중요한 아이를 낳은 후의 부모의 마음 가짐과 태도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상황을 겪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준비도 부족했다는 것에 대해 다들 공감을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순간순간 겪게 되는 어려운 점들이나 고민들로 긴장을 풀지 못하게 되는데, 예전보다 육아 정보 홍수 시대인 지금이 넘쳐나는 정보로 오히려 아이를 키우기 어려워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옛날 어른들이 동네에서 아이를 키웠다는 말씀이 이제는 사라진 공동체를 말씀하셨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했다.


어느 집이든 아이에 대해서 고민은 있다.

한 아이가 너무나 잘 먹기에 두 아이의 부모는 우리 아이는 너무 먹지를 않아서 먹는게 항상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자 잘 먹는 그 아이의 부모는 우리 아이는 자다 깨서 심하게 울어서 그게 고민이라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잠, 먹을 것 , 놀 것, 건강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아이가 문제 없이 크는 집은 없구나 다들 고민이 있구나 하면 느끼는 순간이었다.


육아휴직을 왜 눈치보며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빠들의 육아 휴직 비율이 매우 저조하다고 한다. 엄마들은 그나마 육아를 해야하기에 육아휴직이 받아들여지지만 아빠들은 회사에 오래 다니기 위해서 윗사람 눈치보며 육아휴직을 포기하기에 이르른다. 그리고 그 중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들도 육아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유학이나 사업, 자기 공부 등을 위해서 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엄마들도 육아휴직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1년이라는 육아휴직 기간을 모두 쓰며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은 그나마 행운아인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회사 눈치 보느라 몇개월 안되서 복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둘째를 갖는 건 더더욱이나 힘든 시대가 되버렸다. 출산율이 높아지려면 눈치보지 않고 엄마는 최소 2년 이상, 아빠는 최소 1년 이상 법적으로 무조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만 출산율이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육아휴직한 엄마들을 위한 사회 적응 교육이 필요하다.

육아 휴직한 엄마들이 모두 듣게 되는 말이 일하는 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라고 한다. 적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1년 3개월간 육아만 하다 회사를 복귀하게 되면 문서 툴 사용도 낯설어지고 무엇보다 회사 분위기에 적응을 잘 못하게 되다보니 업무 파악을 잘 못해게 된다고 한다. 복귀가 예정된 엄마들에게 지차체 등에서 몇 시간만이라도 사회 적응 교육을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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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교통 이용하기 정말 어렵다.

버스 이용은 용기가 필요하다.

유모차를 가지고 버스를 탄다는 건 정말 상상할 수조차 없다. 흔들리는 버스에 아이를 데리고 타는 것도 힘들지만 유모차를 가지고 타는건 정말 힘들다. 우리나라 버스는 매우 급하게 출발하고 정지하기에 아이를 데리고 타는 것만으로도 위험하다고 느껴지며,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를 가지고 버스를 타면 저렇게 까지 하면서 다니고 싶은가 하는 나이든 아줌마들의 시선 또한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사회적인 배려가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지하철 이용은 매의 눈이 필요하다.

유모차를 가지고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눈에 매우 좋아야 한다. 우선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찾아야 하고 그렇게 지하철역을 들어서서 지하철을 타게 되면 가급적 유모차를 세울 공간이 있는 노약자석이 하나 없는 지하철 칸을 찾게 되는데 이 또한 표시가 눈에 안 보이기 때문에 바닥을 잘 보면서 위치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지하철을 탔더라도 환승을 하게 되면 또 다시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다른 지하철로 바로 환승하는 행운도 있지만 환승하는 구간이 긴데다, 환승하는 방법이 잘 설명되어져 있지 않아서 지하철역에 있는 지도를 열심히 공부해야만 길을 찾는 경우도 있고 엘리베이터가 바로 연결되지 않아서 개찰구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우 분들이 다니기가 힘들어서 외출을 안하신다 보니 장애우분들을 길거리에서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누군가 했는데 다들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어린이 집은 과연 언제 보내야 할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네 가족 중 한 가족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지만 나머지 3가족은 아직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세 가족의 공통적은 고민은 어린이 집을 언제 보내는게 좋을까 하는 것이다.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맞벌이를 하더라도 할머니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시는 걸 보면 24개월 되면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어떤게 좋은건지 누군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빠들들도 우리 아이 기저귀를 갈아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 나들이를 하는 경우 아이들 기저귀를 갈아줄 수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큰 건물의 경우 대부분 수유실이 갖추어져 있지만 여기서만 기저귀를 갈 수 있다보니 혹시라도 수유하는 엄마가 있는 경우 핀잔을 듣고 쫓겨나기 마련이다. 아빠들이 좀 더 육아에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는 엄마들이라면 이런 부분은 엄마들도 생각을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아빠들은 한 목소리를 냈고 요즘은 유아 휴게실이라는 이름으로 공간들이 생기고 있는데, 아빠들도 마음 놓고 아이들 기저귀를 갈아 줄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나타냈다.


이렇게 네 가족이 모였던 <파파스 테이블>의 첫 번째 모임은 끝이 났다. 기어다니는 아이, 뛰어다니는 아이, 잠자는 아이 등 아이들과 함께 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3시간의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느낄 정도로 다들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각자의 이야기에 대해 서로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남들보다 뛰어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안전한 세상에서 내 아이를 좀 더 편하게 키우고 싶은 엄마, 아빠들은 여전히 할말이 많았지만 다음 번 모임을 기약하며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런 엄마, 아빠들의 목소리가 좀 더 귀 귀울여 들어준다면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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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진수현, 작성일 : 2014.11.12, 조회수 : 2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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