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평화수다방 2차: 국가폭력 하의 민중의 삶, 여성과 평화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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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매, 작성일 : 2014.09.25, 조회수 : 2468
I 두번째 모임은요!
시간: 9월 23일 늦은 6시 30분
참석자: 여성과 평등, 평화와 인권에 관심있는 5인
영화 지슬(2012)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D
“예전에 제주도 기행을 간 적이 있는데, 함께 간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에요, ‘누워있을 수가 없다. 원혼의 아픔과 기운이 느껴져 누워있을 수가 없다’라고 했었어요. 오늘 영화를 다시 보니 그런 기운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봤던 사람으로 다시 이걸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영화인데도 보고싶지 않아하는 나 자신도 버거웠어요. 도저히 저걸 보고 버틸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여서 다 보는 걸 포기했는데, 폭력상황이 외면당하는 것이 이런 맥락이 되는 것일까 생각하게 되어서 안타까웠어요.”
“마을 사람들의 시각에서 국가 폭력이 어떻게 스며드는 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영화 중반에 동굴에서 사람들이 감자를 나누어 먹는 장면을 붕붕 뜨게 연출하였는데, 국가로부터 보호가 아닌 폭력으로부터 소외된 민중들의 삶을 부유하는 것처럼 그린 것이 인상적이에요.”
“분단이 만들어낸 폭력이 너무 잘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 마을 사람들을 ‘빨갱이’, ‘폭도’라고 부르며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광주 화려한 휴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광주 시민 중 한 사람이 ‘나는 폭도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장면이 생각났어요.”
“사실 이건 폭력이 계속 돌고 도는 문제인 것 같아요. 빨갱이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면서 빨갱이의 어머니를 죽인다고 하는 토벌대 대원의 말은 서로 죽고 죽이는 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생긴 분노와 상처가 아물지 못해 트라우마가 되는 거죠.”
“누구도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는 것인데, 가마솥 죽음(막내 병사가 각종 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고참 병사를 마지막 장면에서 가마솥에 넣어 죽임)은 아프게 느껴지지 않고 다른 죽음처럼 안타깝게 여기지 않는 저를 느끼면서 무서웠어요. 나 조차도 그 죽음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전시 폭력 상황이 사람을 또 다른 괴물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 가해자는 등장하지 않아요. 모두가 폭력과 이데올로기와 거대 권력들이 만들어낸 희생자만 나와요. 지금도 똑같은 것 같아요. 지금 현실에서도 폭력과 갈등을 만들어낸 주체들은 보이지 않고 숨어있죠. 우리는 막상 경찰과 싸우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들이 너무 거대한 국가 폭력이라고 생각돼요. 개인이 방어할 수 없다고 느껴져서 이런 상황을 목도할 때마다 무기력 해지는 것 같아요.”
“국가폭력은 우리 주변에서 눈에 보이지 않다 뿐이지 상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정신적인 폭력이 만연하고 있어요. 이게 폭력으로 생각을 못할 정도로 만드는 것이 문화적인 폭력이죠. 광화문 광장 경찰버스가 꼬리물기 식으로 붙어서 감싸고 있는 모습도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국민들이 나약하게 스스로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이에요. 국가에 대항하는 것이 상상도 못할 만큼 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인식을 하게 하는 것이 체제와 시스템구조 하에 고도화되고 지능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국가 폭력이에요. 이런 것들을 우리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나와서 본 직후 2013년도쯤에 북과의 관계에서 전쟁이 날 위기였던 당시 잠이 안 올 정도로 너무 무서운 거에요. 전쟁 상황에서 여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약자인지를 인지하게 되면서, 남북이 갈라진다는 것이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그런 무력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북관계가 왜 근본적인 한국 사회의 갈등이라고 하는지 근원적으로 와 닿았고, 남북관계의 평화를 찾는 게 말뿐인 구호가 아니라 우리세대를 위해서도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F‘여성’이 왜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까?
“영화 속에 조용히 있다가 마지막에 토벌대원 중 가장 악독한 짓들을 저지르는 상사를 죽이며 ‘이제 그만 죽이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굉장히 여성스러운 모습과 목소리를 하고 있었어요. 이게 사실 평화에서 여성의 중요함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쟁상황에서 여성의 몸이 바로 전쟁터이다.’라는 말을 미국에 어떤 장군이 했다는 것을 봤어요. 그래서 평화 개념을 여성과 연결할 수 있었어요. 영화에서도 감자를 싸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것도 여성이고 한국전쟁 당시에도 여자들이 다 음식이나 이런 걸로 먹여 살렸다고 하던데, 전시에 약자의 입장인 것도 여성이지만 결국 지켜내는 것도 여성인 것 같아요.”
F 여성도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으니 군대에 가야 한다?
“저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여성이 군대를 가고 안가고를 일단 떠나서 사람 개개인이 모두 존엄성을 인정받고 존중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1번 이라고 생각해요. 군내 여성장병성폭력 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 심각하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잖아요. 그 환경이 바뀐 다음 논의가 되야하는 것 같아요. 대신 확실한건 여성과 남성이라는 sex, 사회적으로 ‘지정된’ 정체성으로 국방의 의무를 책임 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있고 열의가 있는 사람이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게 굳이 왜 남녀의 문제로 가야하나 갑갑해요. 남성이 만약 군대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여성들이 함께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문제인데, 국방의 의무가 성별에 따른 것이냐가 문제제기가 되면, 논점을 벗어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나만 가면 억울하니 너도 가’라는 소모적인 논란이 되고 말잖아요. 그러다 보니 쓸데없이 임신얘기가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폭력적인 상황은 견뎌내야하는 것이고 폭력적이지 않은 것이 이상한 사회에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F 군 축소 문제에 대해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평화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
“안보라는 것에 대해서 ‘여성안보’라는 개념이 있어요. ‘여성 안보’는 국방이라는 안보 개념을 우리의 삶이 풍요로 울 수 있는 것으로 프레임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죠. 군사력 문제라고 하는 프레임에 계속 갇혀있고 그 전환점을 만들지 않으면 계속 이 상황 속에 갇히게 된다라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또 그렇다 하더라도 상식이 통하는 안보를 국방으로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작성: 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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