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맛 쏘-스]
미트쉐어 X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
[시간만들기의 기술] 책토크
서울시 NPO지원센터, 2층 주다
진행자 1명
게스트 2명
참가자 8명
기록자 1명
진행자
조아라 (일상기술연구소의 조수석, 미트쉐어 매니저)
게스트
제현주 (일상기술연구소 제현주 책임, 책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저자)
금정연 (일상기술연구소 금정연 고문, 서평가)
조아라 활동도 시간이 있어야하고,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저도 올해 여러 활동을 하면서 시간 부자가 가장 부러웠습니다. 친구들과 만나도 버릇처럼 “요즘 바쁘지?”라 말을 하고요. 그래서 저희가
90분 동안 어떻게 이 시간을 만들수 있을지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우선 오늘 함께 해주실
두 분 소개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제현주 일상기술연구소에서 책임 연구원을 맞고 있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제현주입니다. 개인으로 반, 협동조합 롤다의 조합원으로서
절반 정도 시간을 보내고 있고요. 시간만들기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시간을 구성하는 기준에서의 여건을 이야기 해야할 거 같아요. 저는
집은 대관령이고 서울에서 일을 하면서, 대관령에서 절반 서울에서 절반씩 시간을 보내고 있고요. 오늘 대관령에는 눈이 왔습니다.
금정연 일상기술연구소에서 고문을 맡고 있고요. 기본적으로 서평가란 이름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잡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조아라 저는 일상기술연구소에서 드립과 실수를 맡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사회를 보게 될 줄은 몰라서 긴장이 되네요. 지금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냉방을 틀어도 될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금정연 아직 방송을 들어보지 않으신 분도 있으실텐데, 이 이후로 방송을
안 듣는 분이 계실까 걱정됩니다.
조아라 제가 이걸 사회를 보더라도 이걸 꼭 추진하고 싶었던 이유는 일상기술연구소의 시그널 멘트가 미트셰어의 취지가
잘 맞아서에요.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오디오 “내 일은 막막하고 마음을 불안한 시대, 좋은 일상을 만들어가는 구체적인 기술을 연구합니다. 비파크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
조아라 미트셰어는 시간을 내어 나를 위한, 남을 위한 사회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지원하는 단체에요. 일단 모임을 하려면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시간을 낸다는 건 뭘까, 내 일상을 채우는 건 뭘까, 시간이 없으면 모임을 해보고 싶단 욕망조차 안 들잖아요. 이런 걸
고민하는 부분이 분명 있고 저 역시 그렇고요. 오늘 자리가 이런 분들을 위한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제현주 좀 전에 저의 오프닝 멘트를 틀어주셨는데, 이게 가장 핵심적인
메세지죠. 이 멘트를 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멤버들과, 이런저런
기획회의를 하면서 만들어갔어요, 처음엔 책을 소개하고 싶단 취지였는데,
그냥 책을 소개하는 방송은 너무 많고, 사람들이 왜 책을 읽고 왜 책을 읽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의 필요와 맞닿아서 잖아요. 그게 납득이 될 때 골라서 보지 않나,
왜냐하면 책은 너무 많고, sns만 봐도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들이 소개가 되고
있고요. (비슷하게) 필요가 촉발되고, 이걸 만족시켜줄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필요란 무엇인가. 특히 저희 세대, ‘위아래
전후로 보편적인 정서라는 것이 과거와 같은 방식의 삶의 문법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제
책에서 쓴 표현이 ‘내리막 세상‘이었고요. 이전엔 보편적인 삶이란 게 있었잖아요. 공부를 하고, 진학을 한 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서 출산을 하고, 내집마련을 한다, 남들 하는만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게 없죠. 과거의 모델은 사라졌는데 지금의 빈자리를 채울 건 없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면 갑갑하니까, 일상에 초점을 맞춰보자고 생각했어요. 거기서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행복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아요.
사람들은 인생은 거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일상은 그냥 되는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죠. 그러다 ‘일상기술연구소’라는
말과 컨셉을 생각하게 되었고요. 조금이라도 더 충실한 일상을 살아가는 기술과 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5월부터 방송을 했고,
30회 쯤 나왔어요. 아마 두 분도 이런 긴 설명은 처음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네요.
조아라 금고문 님, 기술을 컨셉으로 많은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방송 하시면서 항상 반성을 하셨던 거 같은데.
금정연 제가 기술이 없어서… ...
조아라 (그
중에서도) 어떤 기술이 인상 깊었는지?
금정연 돈 버는 기술, 생활 체력의 기술, 일 벌이기의 기술 등 지금까지 방송이 나간 건데요, 기술들의 목록을
들으시면 눈치가 오실지도 모르겠는데, 쉽지 않은 일이요. 저에젠
전무하고 항상 새로운 이야기고요. 개인적으로는 손노동의 기술, 혼자살기의
기술, 생활체력의 기술이 인상 깊었어요.
저희가 요즘 살면서 공산품도
많고, 멀리 갈 필요 없이 동네슈퍼에서 다 팔고, 인터넷으로
주문 할 수 있고, 필요 없어도 금방금방 오는 시대고요. 손노동의
기술이란 게 오랜시간을 들여 자기 손으로, 몰두의 경험, 키보드가
아닌 다른 것을 만드는 기술이잖아요. 하나의 사물을 온전히 만들어냈다는 기쁨. 이 방송을 진행하고 뭔가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만들지 않았습니다.
조아라 이유는요?
금정연 저희가 이 방송에서 기술을 이야기 하고, 다 해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잖아요? 하나만 하는 건 진행자로서 공평하지 않잖아요?
조아라 저도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일상기술연구소에 나오는 게스트
분들은 완성형의 뭔가가 많았는데, 그 분들도 본인의 방식을 찾았던 것이고요. 저는 제 방식대로 대입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제현주 첨언을 해보자면, 그 분들의 기술이란 것도 대단한데, 일상기술능력이 좋으신 분들은 그걸 본능적으로 하시더라구요. 대화의
기술이 뛰어난 분에게 그걸 설명해달라고 하면 설명을 못해요. 자기는 원래 잘하니까. 그래서 오신 분들이 그걸 설명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신기했어요. 기술에
집중해서 설명하는 건 2부니까, 한 시간 동안 구체적인 기술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고요. 이것이야말로 모든 걸 관통하는 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아라 대입을 해보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일, 사회를 생각하는 감수성이 키워지는 것, 거창한
역사현장인 공동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저를 좀 더 생각하고, 제 주변을 돌아보는 사회를 만드는 일, 내 시간을 내어서 어떤 역할을 한다는 건 멋진 일이지만, 이걸 받아들이기엔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는 거죠.
제가 매일 새로운 건, 매일 지옥철을 타잖아요. 지하철에서 사람을 토내해는 모습을 보는데, 매일 스마트폰을 보고, 쿠팡이나 티몬, 그 좁은 데서 물건을 사는 걸 보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소비로 푸는
건가? 이런 상황에 사회를 위해 뭘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저희가 했던 기술 중 시간을
벌 수 있는 기술이 있었나요?
금정연 대부분 시간이 있어야 익힐 수 있는 기술이잖아요. 저는 이중에서
생활체력의 기술, 아침에 일어나서, 청소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 밥을 해먹고, 하지만 청소를 하면 체력이 떨어져서 눕게 되죠. 생활체력이 가장
기본이죠. 사실 시간이 없다, 바쁘다. 두 종류에요. 기분 좋은 바쁨, 기분
나쁜 바쁨. 아 바쁘다, 아빠 죽겠다. 이런 기분 나쁜 나쁨은 주로 회사에서 오는 바쁨. 저희 방송이 공식
퇴사 권유 방송이거든요. 회사를 나와 기술을 연마하자, 뻥인
거 같은데, 일상기술연구소 자체가 시간을 벌 수 있는 기술과 연관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현주 금 고문님 말에 동의해요. 이 질문을 받고 고민을 해봤는데, 이 딱 한 기술만 연결되는 게 아니고, 좋은 일상을 만든다는 게
자신의 일상을 통제하는 감각, 자신의 일상을 잘 만든다는 생각을 하기가 힘들잖아요. 이걸 재구성을 해봤는데, 능동적 우선순위의 기술을 생각해봤어요.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하는 것이 있는데 언제나 하루는 24시간이고
일은 많잖아요. 우선순위가 낮은 건 버려야하고요. 여기서
능동적 우선순위, 사람들은 언제나 우선순위는 생각하는데, 자기가
능동적으로 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이 아닌 세상에서 떠미는 것대로 생각하게 되죠. 자신의 우선순위를
좀 더 능동적으로 생각해야 일상에 대한 통제 감각이 좀 생기고, 당장의 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을 돌볼 수 있고요. 그래서 능동적 우선순위를 거의 대부분의 분들이 말하셨던 거 같아요.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한다, 뭐가 중요한지 알아야한다. 저는 이게 능동적 우선순위를 세우는 방식이라 생각했고요.
두 번째로 일타쌍피의 기술로, 유마의 이로 님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일벌이기의 기술 편이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테마로 레이어가 떠 있는 상황이죠. 이때 일의 효율이
높아지면서, 자신이 생각한 일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이 될 수 있어요.
어떤 한 테마에 꽂여있으면서 롤링다이스 일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일상기술연구소를 진행하고, 이런 식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죠.
세 번째는 끊기의 기술, 어떤 시점에서 약간 나쁜사람,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각오를
해야하는 거 같아요. 일의 쓰나미가 몰려올 때 이걸 끊을 수 있어야 자율성을 보존할 수 있는 시간 확보
가능하니까요. 특히 한국에서 위계나 연령이 많이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그래야만 자기 시간을 지키고 방어할
수 있죠.
조아라 미트셰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이걸 하면서 신기했어요. 모임을 만들고자 하고,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하려고 하고, 자신의 시간을 내어 움직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본능적으로 오지라퍼인 분들도 있겠지만, 개설자 분들을 보면 신기하더라고요. 저도 일상기술연구소에 참여하기도 하고, 작업실에서 옷수선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이런 활동을 하는데, 하다보면 레이어가 겹치면서 새로 하고 싶은 게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평일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없죠. 평일엔 회사에 묶여 있으니까. 원격근무
이야기를 해주신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시간을 낼 수 있는 분들이 부럽더라고요.
두 분은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데, 휴식시간을 제외한 잉여 시간에 무얼 하시는지, 또 그런 시간은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제현주 휴식을 제회한 잉여시간은 뭘까, 레이어를 띄어놓고 일타쌍피로 왔다갔다, 마감이 없는 상황의 모드를 설명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제가 올
한해를 바쁘게 보내다, 4일 전부터 갑자기 한가해졌어요. 그래서 4일 전부터 아무 것도 안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시간만들기의 기술을
이야기하긴 부끄럽죠. 우선 일정이나 할 일이 70%만 채워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딴 일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요.
그런데 회사든 프리랜서든 120%가 될 때가 있고, 30%
이하가 될 때가 있죠. 특히 30% 이하로 떨어지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래서 어떻게 하면 80%를
해야할 일을 할 시간을 만들까, 그리고 나머지를 잉여 시간으로 쓸지 지난 나흘 동안 생각을 했어요.
조아라 (나흘간
쉬셨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금정연 조수석 님이 이 기획안을 보여주셨을 때, 아, 저는 시체처럼 자고, 게임을 하고,
저를 보며 적어주신 것 같았어요. 저는 이렇습니다. 저는
취미가 없고요. 해야하는 일의 특성상 글을 쓰니까, 30분이
있어도 원고지 한 장을 쓸 수 있고, 3일이 있어도, 5일이
있어도 쓸 수 있어요. 당연히 질이 다르겠죠. 마감까지 일주일
있다고 치면, 그걸 전 날에도 쓸 수 있고, 미리 쓸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잉여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조아라 마감은 정해진 시간이 있잖아요?
금정연 잉여활동이라 생각하셨나요? 그게 아닌데. 경제활동이죠.
제현주 저는 금고문 님 보다 글을 적게 쓰지만 무슨 말씀인지 알 거 같아요. 저는
사우나를 좋아하는데, 사우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장소 잖아요. 가끔
방수팩에 핸드폰을 들고 오시는 분도 있긴 하지만, 사우나에 들어가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요. 보통 빈 시간도 뭔가로 계속 채우잖아요. 그런데 사우나에서 그럴
수 없으니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생각을 하고, 사우나에서 나와 파우더 룸에서 생각나는대로 메모를 해요. 이게 생산적인 시간으로 확 전환되는 시간이에요. 오히려 잉여시간이라
하면 정말 휴식시간이죠.
조아라 어쨌든 저희가 몸은 하나잖아요. 매일 일상을 돌아보고, 제 주변과 동료를 보면, 하고 싶은 거, 가고 싶은 거, 많잖아요. 죽기전에
못가볼 거 같은 데도 많고, 먹고 싶은 것과 맛집도 많고요. 하지만
평일에 야근이라도 하게되면 갈 수 없고, 넷플릭스로 미드 보다 자고요.
시간이 많을 거 같은 사람들을 보면 불안해요. 직장과 수입이 없어 마음이 불안하고, 넷플릭스는 유료니까 만약 취업준비생이라면 이것도 불안한 거죠. 어쨌든
뭔가 손에 잡히지 않고, 체력도 받쳐주지 않고요. 반대로
만약 일이 많다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특히 두 분은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잖아요. 이런 일상에서의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일주일
전 오늘이라든지, 하루에 대해 돌이켜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가요?
금정연 제가 정리를 해봤는데, 제가 어제 저의 일상을 함축한 듯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월요일에 잠을 안 잤어요. 4시까지 책을 읽고, 9시까지 마감을 하고, 이것도 제가 전날 했어야 했는데, 출근 전까지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고, 하지만 30분 넘겨서 독촉 문자를 받고, 10시에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고, 이 시간에 친구가 놀러온다는 건 거의 없는 일이죠. 제가 플스를
사서 글쓰는 친구들이 놀러왔어요. 같이 피자를 먹으며 플스를 하고, 네
명인데 같이 글 쓰는게 있어서 회의를 하고, 2시에 나와서 나머지 세 명과 커피를 마시고, 4시 프레스 센터에 가서 제가 심사를 본 문학상의 5시 뒷풀이 자리에
가고, 그 자리가 1시에 끝났고요.
제현주 제가 오전에 TV 앞에 있었는데,
남편이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을 때 제가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자세로 있는 걸 보고 물어보더라고요.
“한 번도 안 일어났냐?” 평소에 대관령에 있을 때랑 서울에 있을 때가 확연히 다른데요, 오전 시간에는 항상 중요하고 생각하는 일을 해요. 빨리 해야하는
일. 이때 생산성이 좋아요. 서울에 있을 때도 이 시간엔
회의를 잘 잡지 않고요. 제일 컨디션이 좋을 때 중요한 일을 해야하는 거 같아요. 그렇지 않을 때 단순한 일을 하고요. 점심 먹기 직전에 운동을 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 시간엔 대관령에 있으면 야외 활동을 하거나 놀거나, 정해져있진 않은 편이에요. 4,5시에 저녁을 해먹고, 10, 11시까지 일을 하다 자고.
서울에선 운동을 하고 점심을
먹고 ‘일정‘이라고 하는 것들, 보통 외부 일정들을 하는데, 평소엔 빡빡하게 하는 편이에요. 대부분 저녁 약속까지 있고, 돌아와서 이메일을 보고, 그날 처리야하는 단순한 것들을 하고요. 이게 제 일상의 루틴인데, 제 중요한 원칙 두 가지는, 머리가 맑을 때 중요한 일을 하고, 자기 전에 아침 먹자마자 바로 일을 할 수 있게 셋팅을 해놓는 일이에요. 또
가능한 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운동을 하는 것. 이게 저의 두 가지 원칙이고요.
조아라 저의 어제는 오늘을 준비했습니다. 미트셰어 일주일 동안 하면서
미트셰어 주간을 만들어보다고 얘기했었는데, 그렇게 안하길 정말 다행이죠. 정말 바빴습니다.
개인의 잉여 시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개인이 어떻게 하면, 휴가를 내면? 어떻게? 아니면 사회 제도로 큰 주제이긴한데,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를 하고 있는 제도, 기본소득이 생기면 어떨까요? 그리고 원격근무, 우리나라에 도입되기엔 많은 장벽이 있지만, 이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제현주 기본소득 전에 원격근무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희가 조합원이 12명인데, 대부분 직장을 다녀요.
프리랜서인 분들도 있고요. 저희가 일을 할 때 사무실에 모여서 일을 하지 않고 원격근무는
하는 편이죠. 올해는 상근직이 있어서 사무실이 있지만 내년엔 다시 없을 것 같고요. 일은 결국 공동의 작업물인데, 이걸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같이 일을 한다는 게 무엇인가? 보통 원격근무를 많이 하는 곳이 IT기업이잖아요. 롤링다이스에서 이걸 해보니 각자 하는 일의 성격이
다를 때 많은 상상력이 필요해요. 상대가 이걸 얼마 동안의 시간 내에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 눈으로 보지 않을 때, 엄청난 신뢰를 깔고 있어야 하는 거예요.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은 믿고 하는 것이고요. 롤링다이스가 이제
만 4년 이제 5년차인데,
원격근무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한 상상력과 조직 내의 신뢰 자원의 문제, 이런 것들을
많이 필요로 해요. 시간효율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효율적이고, 자투리
시간일 모아 만드는 일이지만 카페에 가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의 존재가 필요하고, 시선을 받으며
일을 하려고 하잖아요. 이중적인 측면이 있죠. 저도 대관령에서
일을 할 때가 많으니까, 다른 종류의 기술과 규율이 있어야죠.
시간을 만드는 사회적 솔루션으로
기본소득 이야기, 이건 아주 큰 주제라 어떻게 짧게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일단 기본소득을 한 줄로 이야기하자면, 조건없이 모든 개인에게 생존
가능한 소득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그런데 이게 얼마냐? 이건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달라지겠죠.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이 책에서 자주 이야기해요.
요즘 논의가 많이 되고 있죠. 노동과 소득의 상관관계가 지탱되기 힘들어질 것이고, 모두에게 돌아갈만한
일자리가 없고 또 없어질 것이다. 이렇게 일자리에서 노동하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일자리는 모두에게 돌아가야 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 그럼 그
사회는 지탱될 수 있을 것인가? 노동하지 않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 금액을 줘야한다. 노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시점에 와 있는 거 같아요.
돈을 받고 뭘 하는 걸 저희가
보통 노동이라고 하는데, 그런 구조를 생각해보면 선사부터 이렇게 노동을 하진 않았어요.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죠. 가치있는 활동이라해서 그것이 돈을 버는
활동이냐?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그것 역시 가치있는 활동이 될 수 있죠. 일자리에서 벌어지는 일만이 가치있는 것도 아니고요. 기존의 노동방식이
모두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그럴 때 그 사회는 지탱 가능하고요. (기본소득이 지급되어 생계
걱정이 사라진다면) 돈을 버는 일 외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생겨나겠죠? 그래서 조수석님께서 사회적 솔루션으로 이야기 해달라고 하신 걸 테고요.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에서
주 30시간 노동을 기본적인 제도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우리는
주 40시간 근무죠. 그런데 이것도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주 30시간, 70-80%를
채워가며 일할 때 생산성이 더 좋아질 거고요. 이 정도의 삶의 버퍼가 있어야 돈을 위한 활동 이외에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아라 만약에 기본소득을 받으시면 금고문님은 무얼 하시겠어요? 월 100만원이라 한다면요.
금정연 100만원이 큰 돈이면 큰 돈이고 적은 돈이면 적은 돈이죠. 일단 저는
프리랜서고, 이걸 지탱하기 위해선 많은 일을 해야하는데, 이게
지치는 일이고요. 저는 지친 상태인라 일을 줄일 거 같아요. 주간지, 월간지, 자잘한 일이 많은데, 이렇게
해야 생활이 지탱 가능하거든요.
제현주 기본소득이 주어지는 게 확신할 수 없고, 그럼 일단 솔루션이 없는
상황이잖아요. 기본소득은 제도적 솔루션 같고, 사회적 솔루션이라고
하면 저는 힘을 합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게 힘든 일이긴 한데, 만약
저는 일주일에 3시간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3시간은 아주
미미한데 5명이 모이면 15시간이 되고, 한 사람이 이틀 간 일하는 시간이 되죠. 그렇다면 무언가를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고요. 이런 식의 계산이 효율은 떨어지지만, 이런
노이즈를 줄이고, 저는 이런 식의 모자이크 된 시간을 만드는 게 우리 개개인이 시도해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조아라 저는 월 100만원씩 따박따박 들어온다면, 제가 이걸 받아도 될까 1차적으로 생각할 거 같고, 국가에 빚진 느낌도 들 거 같아요.
금정연 정말요?
제현주 전국민이 다 받는 건데도요?
조아라 저는 잘 모르고 신기한 개념이라서요. 어쨌든 계속 불안한 시대로
가고 있는데. 뉴스에서 94년 개띠들은 58년 개띠의 소득 이상을 벌 수 없는 세대래요. 자가를 가질 수
있는 세대는 지금의 40대까지고요. 제가 지금 30대인데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거죠. 제가 20대 때 30대라하면 물주가 되어 후배들에게 뭘 사주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고요. 제가
50대가 되어도 물주의 역할은 할 수 없을 거예요.
제현주 실제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일자리의 수보다
많잖아요. 시장경제의 논리로 봤을 때, 일자리 환경은 안좋아지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시간은 넘쳐나고, 어떤 활동이라도 할텐데 먹고
살 방법이 없고, 잉여인간이 되어버린 사람들 때문에 (언제든
대체 가능한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일의 퀄리티는 안 좋아지고요. 모두에게
돈을 주는 것 외엔 방법이 있을까요?
10명만 필요한 산업의 구조를 만들어놓고
100명의 일자리를 주는 것도 의미가 없죠. 나머지 90명에겐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치있는 일을 주기위해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거고요.
가장 큰 전제, “먹고 사는 걱정이 사라지면 사람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찾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주 자연스러운 개념이 아닐까요. 받게 되시면 당당하게 받으셔도 됩니다.
조아라 앱 중에서 사진을 수채화로 바꿔주는 게 나왔잖아요. 이걸 보고
친구가 ‘그림 좀 그려보려고 했는데 예술가들 밥 줄 끊는 앱 아니냐’
하더라고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 입장에선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뭔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글 쓰는 앱이 나온다든지 교정교열을 해준다, 이렇다면 어떤
생각을 하시게 될 건가요?
금정연 저는 제 직업이 없어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직업을 찾겠죠. 하지만 찾지 못할테니 힘들겠죠.
제현주 저는 번역 일을 하는데, 번역은 정말 가까이 왔잖아요. 문학을 아닌 글은 사람이 번역할 필요가 없는 날이 머잖아 올 거 같고요. 자신이
하던 일이 없어지는 게 두 가지 문제인데, 수입과 사회적 포지션 그러니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 저는 전자만 사라져도 후자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후자는 공포는
아니니까. 수입원이 없어질 거란 공포는 다른 일을 능동적으로 하기 힘들게 만든다 보고요. 그래서 기본소득! 필요합니다.
조아라 시간이 없다는 말, 바쁘다는 말 정말 많이 말하고, 거의 관용구처럼 쓰이잖아요.
제현주 “바쁘시죠?” 이게 칭찬처럼 쓰이잖아요. “당신은 중요한 사람이잖아요.” 처럼요.
조아라 저는 직장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 탓에 “사람들이 아라 씨는
몸이 10개잖아요” 라고 하면 몸을 11개로 만들어야할 거 같아요. 제가 1년 전에 읽은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에서 ‘몇시에 퇴근할지도 모르는 세상에서’란 말을 하잖아요. 어떻게하면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제현주 이제 책이 나온지 딱 2년이 됐어요. 쓰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2년 반이 된 거고요. 생각해보면 시간이 있다, 없다, 이런
말은 이상한 거 같아요. 제가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것과 없다고 느끼는 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몇시에 퇴근할지도 모르는 세상에서’에서 하고 싶었던 게 제가 그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느냐의 감각인 거 같아요. 전체적으로 봐선 제가 일주일에 열 시간을 내서 뭘 할
수 있는데, 그게 언제인지 확인할 수 없으면 그 가치는 굉장히 떨어지는 거예요. 기분 좋은 바쁨이 있고 기분 나쁜 바쁨이 있다고 아까 이야기 했잖아요. 제가
이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은 바쁨이고, 영혼 없이 바쁘면 똑같이 바쁘더라도 소진된다는
느낌이고요.
책에서도 썼지만 직장에서 다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회사 다닐 때 마지막 2-3년은 굉장히
한가했는데, 언제 퇴근할질 가늠할 수 없는 거예요. 일이
워낙 중요하다고 하니까. 제가 저녁에 약속이 있어도 일이 생기면 무조건 취소해야하고. 일이 없어도 근무 시간엔 사무실에 있어야 하고요. 결국엔 통제 할
수 있냐의 여부. 통제할 수도 없다면 먼 미래에 대한 감각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에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 내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으로 좌우되는 거라 생각하고요. 하지만 일이 막 쏟아지면 그걸 어떻게 통제하느냐, 다시 직장 생활로
돌아가면 그게 가능한가? 최소한 몇시부터 몇 시까지 블락을 만들어놓고,
제가 그 시간의 주인이라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이게 유일한 방법이지 않나 생각하고요. 제가 상상 할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이에요.
조아라 금고문 님은 이 책을 읽으셨나요?
금정연 그럼요. 저는 1년 10개월 전에 읽었죠.
조아라 시간을 통제하는 분으로서, 마감을 통해 일을하고 글을 쓴다는 것, 마감을 맞춘다는 것, 시간에 쫓기는 것이지만 관리한다는 차원에선
블락을 어떻게 설정하시나요?
금정연 제 책임 님이 말씀한 개념과 완전히 다른 거라고 봐요. 만약 제가 1시간 뒤까지 수원에 가야한다면 저는 안절부절 못하겠죠. 당장 뛰어나가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거니 더 그럴 거고요. 저는 오늘 12시까지
글을 써야한다면, 저는 일어나자마자 그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바빠서 글을 쓸 수가 없어요, 제가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미리미리 해야겠지만, 제가 마감을 안 했는데도 5~7시 사이엔 다른 걸 하겠다, 이게 블락이죠. 그리고 그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게임입니다.
조아라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금정연 재밌게 읽었고요, 우선 저는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노마드란 말은 유행이 지난 거 같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
좋은 책이라 생각했어요. 직장을 나오고, 부모님 세대의 생각
차이, 왜 직장을 나와서 잠도 못자며 마감에 시달리는 일을 하는지, 이런
질문을 저 스스로도 생각해봤고요. 이 저성장 시대에서 일의 개념이 바뀌어야하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찾아야한다.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아라 오늘 시간 만들기의 기술도 기술이지만,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에 관련된 책도 있는데, 시간을 내어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이 신선한 질문을 제가 만들었어요.
제현주 저는 말도 안되는 질문에 말도 안되게 창의적으로 대답을 해보자 생각했고요,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땐 시간이 아주 빨리 가고, 그렇지 않을 땐 시간이 아주 느리게 가고요. 저는 책을 읽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밀고 당기기 하는 게 있는데, 동영상은
정해진 동영상에 따라서 움직여야하잖아요. 그에 비해 책은 제 속도에 맞춰 즐길 수 있는 매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아주 오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주면 그게 시간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회고록이나 평전을 아주 좋아하고, 여행지의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서
평전을 읽는 걸 좋아해요. 올해 평전을 뭘 읽었나 봤는데, 평전은
없었고. 회고록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었어요. 저자는 콜럼바인 총격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의
어머니에요. 가해자의 이름이 딜런인데, 이 사건 발생 전후에
대해 이야기 하고요. 그리고 엄청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면 시간을 버는 거 같아요. 최근엔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가 재미있었어요.
금정연 사람마다 다르겠죠? 예를들어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과거의 저 같은 경우는
쓸 데 없는 걱정을 하는 시간을 벌 수 있었죠. 제가 쓴 <난폭한
독서>란 시간이 있습니다. <서서기행>이란 것도 있죠. 근데 왜 앞에 없죠? (웃음) 아무튼 오늘 세 시간 동안 <난폭한 독서>를 읽었겠다고 쳐요. 근데 앞에 몇 장 읽다가 이게 뭐야 하고 안 읽어요. 그런 시간을
버는 거예요. (웃음)
결국 좋은 책을 읽는 것, 평전, 소설, 다른 사람의
삶을 제가 대신 살아보는 거잖아요. 비록 간접 체험이라도 인문, 역사서, 과학서, 제가 이 책이 아니라면 평생 배울 수 없는 인류의 누적된
지식을 얻을 수 있고요.
제현주 <난폭한 독서>를 읽고나면 한 권을 읽고도 10권을 읽은 척 할 수 있고요.
조아라 제가 작년에 아빠에 대한 책을 만든 게 있어요. 아빠가 작년에
회갑이셨고, 선물로 만든 책인데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빠의 이야기를 엮어 독립출판물로 냈어요. 그 후로 신기하게 아빠랑 대화할 시간이 생긴 거 같아요. 그 전에
없었던 아빠와 딸의 대화라는 것도 생겼고요. 이것도 재미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절판되었고, 홍보는 아니었습니다.
질문 시간
제현주 저희 돌아가면서 시간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나 이야기 해주셔도 좋을 거 같고, 갖고 있는 생각을 말씀해주셔도 좋을 거 같아요.
조아라 네 지금 저희 기록 담당하시는 분이 열심히 적고 계신데, 어떠신가요?
기록자 집 근처 스타벅스가 아침 7시에 여는데,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이 시간 맞춰서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에 가요. 워낙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없고, 음악도 좋고, 스태프도 친절에서
기분도 좋고요. 그리고 거기서 두시간 좀 넘게 일을 하다 와도 10시가
안 넘은 시간이에요. 피곤하긴 한데, 중요한 일을 쾌적한
환경에서 할 수 있으니 어쨌든 좋죠.
참가자1 저는 직장을 관두고 올해 프리랜서가 되었어요. 일본 작가분이 쓴 생업이 관한 글을 읽고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내리막 시대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를 봤는데, 제가 회사만 다니면서 몰랐던 생각을 알 수 있었고요. 제가 마감을
해야하는 일을 해서 아침 8시에 스타벅스에 갔다가 콘센트 있는 자리에 사람들이 쭉 앉아있는 거 보고
놀랐어요. 프리랜서의 삶이란 이런 건가 체득하는 중인데, 제가
어느 회사의 어느 누구라는 직책 같은 걸 박탈하는 느낌도 있어요. 제 시간을 버는 것과 동시에 느끼는데
이런 걸 어떻게 극복 하셨는지?
금정연 회사를 관둚으로서 박탈당하는 것, 간단하게 4대보험이죠. 국민연금에서 맨날 연락이 와요. 건강보험 같은 경우엔 국민연금이랑 성격이 다르잖아요, 직장가입자가
아닌 지역가입자는 직장과 소득이을 기준으로 납부를해요. 여기에 따라 돈을 내야하는데 비율이 엄청나요. 저 같은 경우는 거의 수입의 10%? 그리고 사람들을 만났을 때
애매하죠. 글을 씁니다. 무슨 글을 쓰시죠? 서평가 금정연입니다. 서평이 뭐죠?
전화번호를 교환하는데, 명함을 만들자니 애매하고. 말씀
하신 것처럼 여러가지 것들이 있고, 견뎌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제가
이걸 까먹기도 하고 가끔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지는데,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제현주 익숙해지는 게 첫 번째 같아요. 직장에서 나온 직후엔 관계망이란
게 없어서 소개할 일이 많은데 나중에 프리랜서인 나를 소개할 일이 줄어들고, 그러다보면 민망한 일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고민이 되죠. 뭐 그런 경우엔 익숙해지기도 하고, 한 문장이나 두 문장을 만들어내서
빠르게 소개하는 스킬에 익숙해지기도 하고요. 새로운 관계망이 생기는 과정을 지나고 나면 다를 거예요. 시간이 조금 걸리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가자2 저는 올 한해는 회사를 다니다 관두고 새로운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다, 타협이 가능한 3일 근무가 가능한 회사를 찾아 갔어요. <내리막 시대에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를 비롯해
여러가지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을 했는데,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입에 단내 나도록 일을 하거나 책을
읽고 뛰어들 게 아니라 버퍼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도 만나고, 연결이 되고 연결이 되는 경험도 해봤고요. 그러다 3일 일을 하는 시간이 지나면 나태와 권태에 빠지는 거에요. 요즘은 추워서 집에 있게되고요. 저는 그 시간을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서,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쓸가 궁금해서 왔고, 채찍질이
필요하단 생각과 다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했어요.
제현주 다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으로 깔대기처럼 몰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 생각해요. 저는 그런 강박이 있는 편이라 반성도 하고요. 저는 120%가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졌다가 아무 것도 안하는 시간이
생기는 게, 그 120%의 시간이라 생각해요.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있기에 이자를 치루어야 하는 시간이죠. 에너지가
없는 시간은 그냥 그대로 둬야하는 게 아닌가 싶고요.
조아라 너무 열심히 일하면 뿌듯하면서도 후회하는 시간이 있는 거 같아요. 소진된다는
느낌도 들고요. 다른 걸로 채우면 동력이 생기겠지만, 해본
후에는 너무 열심히는 아니고 적당히 하는데 내가 만족하는 레이더를 잘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지 너무 톱니바퀴처럼 쓰면 소모된다는 느낌이 들죠.
참가자3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고,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려면 용기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잡고 싶단 생각도 들었지만 흘러가는 거잖아요?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혼자 고민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이야기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제가 메모 했던 건 시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어떻게 사는 게 쾌적한 공간이고 시간일까,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잘 놀면 되는 거 아닐까? 일이라
할 수 있는 건 인공지능에게 넘기고, 우리는 예술놀이를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잘 노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놀려면 건강해야하니까, 어떻게 하면 24시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미트쉐어라고 해서 고기를 나눠 먹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고기만큼
맛있는 이야기를 들은 거 같아 기쁩니다.
제현주 고기만큼 맛있는 시간이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없네요. 감사합니다.
조아라 저기 뒤에 저희 미트쉐어 스태프 분이 계신데, 한 마디 해주세요..
스태프 두 분 연속 스타벅스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도 오늘 아침 8시에 스타벅스에 갔어요. 책을 펼치고 1시간 동안 책을 읽다 왔어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제가 어제
너무 많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1시간 동안 혼자서 있고 싶었고요. 스타벅스가 그런 공간이죠. 저의 요즘 화두는 시간과 관계에 대한
거예요. 연말에 약속이 많은데, 저는 약속을 잘 못잡고, 이런 관계의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금정연 스타벅스 이야기를 하니까, 잠깐 소설을 쓰는 친구 얘길 하자면요. 이 친구가 스타벅스가 비쌀까 다른 곳에 갔는데, 우연히 스타벅스에
갔다가 너무 좋아서 일주일 내내 갔다가 평생 앓던 비염이 나았대요.
그리고 저는 친구들이랑 잘 안만나요. 특히 고등학교 친구들요.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약속이 잡히면 공교롭게도 마감이랑 겹치고요. 그리고 할 얘기가 없어요. 보통 글 쓰는 친구들이나 출판사 사람들을 만나고요. 그래서 일과의
경계가 불분명해요. 제가 결혼을 해서 아내가 있는데, 아내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주말엔 일을 안해요. 그게 블락이에요. (관계를 위한 시간에서) 제가 쳐 놓은 블락은 이거 하나에요.
제현주 저는 자연스럽게 서울-대관령을 오가면서 그게 조정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대관령에서 볼 수 있는 생명체는 남편과 동네 들고양이들이라 자연스럽게 남편을 보는 시간은 확보되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차단해주죠.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일정 단계가 넘어가면 굉장히 지치는 스타일이라, 서울에 있으면 불려 나가게 되는데 대관령에
있으면 그게 차단되어 좋아요. 인터렉션하는 모드, 칩거 모드, 그래서 사람 만나는 일은 하루에 다 몰고, 아닌 날은 싹 비우는
편이에요. 글을 쓰는 일이나 뭘 생각해야하는 일은 사람 만나는 사이에 생각하기 어렵고요. 대관령에선 말을 한 마디도 안할 때도 있어요.
참가자4 저는 직장에서 나온지 오래 됐고,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제 선생님 이야기에 공감해서 왔어요. 두
분은 최근 몇 년 동안 일을 어떻게 찾아내고 유지하셨는지, 일 만들고 유지하는 기술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금정연 저는 프리랜서 생활을 한지 만 7년이 되어가는데, 저는 여기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요. 모든 걸 수동적으로
시작했고요. 이전 직장 알라딘에서 MD를 하면서 시작했는데, 그때 글을 한 두개 쓰기 시작했고, 그게 왔다갔다, 얼렁뚱땅 직업처럼 된 거라서요. 말씀하신 부분이 고민인 게, 책 계약을 하면 연재했던 건 쉽죠. 그런데 어떤 주제를 두고, 뭐든 써보자 싶어 계약은 했죠. 근데 뭘 써야할지 모르고, 청탁을 받아서 납품을 하는 수동적 입장이라 저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현주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 생각해요. 저는 수동, 능동 갈리지 않는 거 같아요. 금 고문 님도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분명 신호를 보내실 거고요. 어쨌든 사람을 만나는 것, 회사를 다니면서 롤링다이스를 책 모임의 상태로 시작했고, 직장 외에
팀이라 할만한 사람들이 있었고요. 그게 유일한 능동적 활동이고요. 저로선
이런 게 없는 상태에서 일을 만든다는 건 상상이 안되요. 페이스북에도 어떤 일을 달라고 쓰는 게 아니고
제가 뭐에 관심이 있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요. 첫 책도
그렇게 출판사에서 일이 온 거고요. 이런 게 중요하단 생각은 하고요.
그리고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거나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중요하고요. 사건을 만들어낼만한 일을 만들어낼 기회를 갑자기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참가자4 제 시간을 통제하고 싶어서 회사를 관뒀지만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거리를 만들고 있는데, 이런
걸 만들어가는 게 자신만의 방식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금정연 시간이 없으니 없습니다.
참가자4 직장과 다닐 때와 지금은 비교해보면 어떠세요?
제현주 결국 사람의 성향이라 생각해요. 저는 이런 부분에 문제의식을 스스로에게
제기하지 않아요.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봐요. 행복은
모르겠어요. 컨디션이 좋으면 행복하죠. 행복에 대해 생각하면
단순한 것도 복잡해져요. 그리고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하지도 않아요. 비교할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고요. ‘지금 괜찮은가?’, ‘지금
좋은가?’ 이것만 생각을 하고요. 제가 돌이켜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때와 저는 다른 인간도 아니고요. 뭐
이런 생각은 하죠. 누가 “다시 직장에 들어가실 생각 없나요?” 물어보면 지금 다녀보면 어떨지 생각은 해보죠.
조아라 2017년에는 나를 위한 활동을 하는 시간을 만드는 해가 되길, 두 분에게
오늘의 시간이 어땠는지 소감 한마디 해주세요.
제현주 주제가 주제인만큼 오늘 오신 분들의 시간에 책임감을 느끼고요. 2016년을
마무리하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인데, 무사히
끝났다는 게 좋고, 2017년에는 아무 것도 안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정연 항상 보조 엠씨였는데 오늘 말을 많이 해서 힘들고, (웃음) 2017년에는 운동을 많이 하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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