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변화를 위한 연대를 가로막는 요소가 참 많아요.”
주인공이 직장의 동료들의 지지를 받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또 다른 피해자인 다른 여성 동료들은 직장에서 쫓겨날 수 없으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묵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열거하며, 동조를 구하는 주인공 여성에게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공격을 하곤 합니다.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절박함과 본능이 연대와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장해가 되는 모습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만연한 모습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연대가 안되고 많은 것들을 바꾸어 나가기 힘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호기심 많은 활동 새내기)
우리는 현재 사회의 많은 문제들과 불편함을 목도하고도 일상에 치여 타인의 일로 치부하거나 조금 참으면 되는 문제, 덜 예민하면 되는 문제로 나중의 문제로 넘기곤 합니다. 그리고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의 불편함에 대해 ‘시니컬’해지고 ‘쿨’해질 수 밖에 없는 모습을 자처하게 됩니다.
“내 자신이 나를 남성화 시키는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영화에서 남성위주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COWBOY’(남성) 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과 같이 나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진 않은가 생각하게 되네요.”(여성연대에 관심이 많은 1인)
“불편한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자신이 용인하는 것인지 합리화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여성 활동을 통해서 많이 들어요. 예를 들면, 남성 어르신이 커피를 타오라는 심부름을 시켰을 때 좀 불편한 마음이 드는데, ‘어르신이니까 기꺼이 해 드려야지’라고 합리화하는 건지 ‘지금 당장 뭐라고 하기는 애매하니 참자’라고 용인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평화를 사랑하는 할 말 많은 언니)
내가 좀 더 무뎌질 수 있는 부분인지, 내가 불편하지만 참는 것인지, 그 참는 이유를 만들어내고 적응해나가는 것이 ‘합리화’과정이 아닌지 매 순간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악인은 없으나 악인은 많다’라고 하는 얘기가 있잖아요. 부정의에 관하여 입장을 취해야 할 상황이 왔을 때 그 결정을 유보하고 선택하지 않고 ‘중립’이라는 이름 하에 숨는 군중이 더 악인이라고 생각해요. 교황이 요번에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 없다’라는 말이 기억나네요.”(정치에 관심 많은 영화 마니아 언니)
부정의에 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군중들 그 자체가 사회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모두의 평화와 평등을 위한 변화와 변모를 요구하는 연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모습입니다. 이 과정에서 모두의 평화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낼 연대와 공감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여성활동가로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지점이 많아졌습니다.
“여러 단위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라 쉽게 모이기 힘든 자리인 만큼 젠더 관점을 가지고 고민하는 우리부터 연대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평화를 사랑하는 할말 많은 언니)
F “이기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열받았던 장면이 노조원 중 하나가 자기 편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조시의 싸움을 무시하는 장면 이었어요. 이게 성폭력 피해시 가해자가 자기의 편을 만들어서 피해자를 고립 시키거든요.”(정치, 영화마니아언니)
“우리가 영화를 보고 씁쓸했던 게 과연 ‘이기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장에서, 재판에서, 일상 생활에서의 지리한 싸움과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상처들을 과연 판결에서의 승리로 그것이 보상 되는 것인가가 의문이에요.”(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언니)
현재에도 무수히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에서 집단 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가해자는 정치력을 이용해 동조자를 만들고 피해자를 소외시켜 그 집단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이 지속되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자신의 집단을 잃거나 주변인의 편견으로 손가락질 받으며 피해자가 겪게 되는 2차가해 상황에서의 상처가 과연 승소로 충족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명백히 피해자중심주의 입장에서 성폭력임에도 불구하고 신고도 하지 못한 사건, 기소되지 않은 사건, 기소는 되었으나 승소하지 못한 무수한 사건까지 생각하면 그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이냐에 대한 의문점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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