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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다 <내 안의 코끼리> 3회차 도서 '소년이 온다' 모임 후기
작성자 : 윤예림, 작성일 : 2016.10.04, 조회수 : 3220
진행개요1. 자기 소개 2. 책 소개 3. 토론 진행 4. 모임 후기 공유

누가 이 컨텐츠를 보면 좋을까요?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 다양한 생각을 만나 볼 기회가 없었던 분,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던 분,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분, 공익활동에 관심 있는 분

키워드 3가지5.18광주민주화항쟁, 독서모임, 공감

지난 9월 21일 수요일 저녁 7시, 우리는 세 번째 모임을 갖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퇴근 후에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거라 피곤하지는 않을지 우려도 했지만, 모두들 진지하게 독서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인만큼, 우리는 마음을 활짝 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기울였습니다.




세 번째 모임에서 함께 한 책은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입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책으로, 책을 읽는 내내 먹먹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4가지 질문을 가지고 소설과 우리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았습니다.


첫 번째 질문: <소년이 온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도서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여러 화자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다른 소설들과 달리 화자가 모두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데(1인칭, 2인칭, 3인칭) 구성이 매우 탁월해, 신선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각도로 사건을 분해하고, 느껴보고, 만져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건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5.18이라는 너무 익숙해서 어쩌면 피로감을 느낄만한 주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게 해주었다는 점도 좋다는 평가입니다. 독서 토론에 모인 분들은 대다수 20, 3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학창시절 그 누구도 우리에게 5.18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설명해 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뉴스를 통해 5.18에 대해 자주 듣기는 했지만, 이 사건이 현재 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이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는 못했습니다. 참가자분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었던 5.18에 대해 비로소 진심으로 관심 갖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이들처럼 할 수 있었을까?'라고 물음을 던진분들도 있었습니다. 이 책은 5.18 광주민주화항쟁에 참여했던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은 '민주화'라는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것이기도 하지만, 친구, 가족을 위해 희생을 했던 분들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우리는 시대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편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 표지는 단연 돋보입니다. 검은 색 배경에 안개꽃이 알알이 박혀 있고, 정 가운데는 위패를 모신 듯한 디자인이 마치 소년을 위로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중간 중간 이탤릭 채로 쓰여진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시인이기도 한 소설가 한강 작가가 마치 시를 쓰듯이 문장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 사실 5.18이라는 주제가 신선한 소재는 아닙니다. 한강 작가가 풀어낸 5.18은 어떤 느낌인가요? 책 뒷면에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말에 동의하시나요?

"다만 이제 더 절실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응징과 복권의 서사이기보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일 것인데(후략)"

그동안 역사를 다룬 많은 소설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응징'과 '복권'의 서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강 소설은 조금 다릅니다. 그냥 사건 그 자체가 가진 복잡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 공부 방식은 사실 위주의 암기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개개인의 치유, 더 나아가 공감을 통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거는 과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많은 작품들이 1980년, 5.18이 일어났던 그 시점만을 보여준다면, 이 소설은 1980년대에 멈추지 않고, 그 시대를 벼텨온 선주, 은숙과 같은 인물들을 통해 현재 시점까지 끌고 옵니다. 결국 당시 광주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는 광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광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 질문: 이 책은 사건을 서사적으로 이야기 하기 보다는 각자의 인물의 시점과 감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누구의 이야기가, 어떤 구절이 마음 한 켠에 울림을 주었는지요?

<소년이 온다>에는 반짝 반짝 빛나는 문장들이 많습니다. 

p.99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124
"주섬주섬 그간의 안부를 묻는 동안, 우리의 눈길은 투명한 촉수처럼 조용히 서로에게 뻗어나가 얼굴 안쪽의 그늘을, 대화와 헛웃음으로 덮이지 않는 고통의 흔적을 어루만져 확인했습니다."

p.130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거 증명한 거야."

p.207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네 번째 질문: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현실 속 5.18은 무엇인가요?


5.18이라고 하면, 그 사건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한강 작가의 말에 따르면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정의에 따라 주변을 살펴 보면 우리는 참 많은 광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광주는 학교, 사회, 가족 내의 보이지 않는 폭력적인 관계에서도 모습을 나타내며, 가난한 국가를 괴롭히는 강대국들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 5.18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무고한 희생자가 생길 수 있음에도 혹은 그것을 지켜보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것, 그냥 지시하는대로 따르는 것 혹은 그냥 살아가는 것. 당신의 5.18은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개개인이 가진 힘은 미약해서 무엇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있는 곳, 바로 그 자리에서 작은 변화를 시작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데 입을 모았습니다. 바로 이러한 독서 모임에서 그 씨앗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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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윤예림, 작성일 : 2016.10.04, 조회수 : 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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