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미트쉐어] NPO가 만난 아키비스트 #3. 세희킴_드로잉, 소통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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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O가 만난 아키비스트
- 예술로 기억하는 시간들
‘삶’을 담으려는, ‘삶’을 기록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매우 원초적인 것이다.
‘역사’를 인식하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돌 위에 자신들의 모습을 새겨 넣기 시작했고, 문자가 발명된 이후에도 이런 작업들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다만 과거 사실적인 ‘그림’에 의한 기록 작업이었다면 현대에 있어서는 그 영역과 형태가 매우 다양해졌다.
작가 전지는 지어진 지 36년이 된 안양의 명학시장을 다섯 달 간 드나들며 현장에서 그렸던 드로잉과 그곳의 사람들을 지켜보았던 이야기로 <오후시장>전시를 열었다.
타인이 겪어낸 시간이나 사건에 관심을 갖고, 그 이야기를 듣고, 그림으로 만들어내고, 엮어내는 아키비스트(기록자) 마인드의 작가들은 무엇에 끌려 다른 사람의 모습이나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것일까?
NPO지원센터에서 열리는 <오후시장> 전시를 계기로 아키비스트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아키비스트 회동]을 개최한다.
[아키비스트 회동]은 기록자의 마인드로 각자 다른 재료와 장르로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아키비스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이다.
<오후시장>의 작가 전지와 발제자로 초대된 세 명의 작가들은 공공미술에도 관심이 많은 예술가들로, 자신들이 직접 겪고 느낀 아키비스트로서의 경험을 공유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주변의 모습들을 기록해 나가는 활동들이 공익활동가들의 사회적 소통의 한 방법이자 활동 기록의 도구로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일시: 11월 28일 오후 6시~8시
* 장소: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품다>
초대 아키비스트 2. 세희킴_드로잉, 소통을 시작하다
<작업설명>일상의 풍경을 지그시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내가 속한 현장에서 맞닥들이는 것들을 드로잉으로 풀어내기도 좋아한다. 가감 없이 현재를 담백하게 그리고 있는 상태가 진정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드로잉들은 여행에서 시작되었다. 지루하거나 외롭거나 내게 남겨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때, 마음과 몸이 하나로 흘러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길 위의 그림들은 그런 식으로 남겨졌고 그림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다 규정지을 바가 없어 홀가분했다. 집으로 돌아와 그 연장선 상에서 작업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가끔 낯선 가게에 들어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어설픈 시도로 이루어진 관찰이지만 내가 시각적으로 훑어본 것 이외 다른 이야기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단한 여행을 준비하지 않아도 좋다고 깨달은 작업이다.
몇 년전부터 내가 오랫동안 살아온 동네에 작업실을 얻은 이후로 틈틈이 산책을 즐겼다.
오래된 주택가에는 서민들의 삶이 곳곳에 배어있고 그 흔적들이 좋아 천천히 음미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개발의 바람에 빗겨나가 정체된 분위기의 우리동네는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감내하지 못하는 내게 좋은 휴식처이자 여행지였다. 어느 날은 테마별로 동네를 둘러보기도 했다. 자전거들을 살펴보는 날, 버려진 또는 누군가를 위해 내어놓은 의자를 관찰하는 날, 다양한 대문과 오래된 명패를 보는 날 등.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 여행을 권한다. 꼭 어느 근사한 곳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누구나 주변과 일상의 의미를 환기하고 관찰을 통한 발견이란 즐거움을 가지게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 길위의 그림과 엽서
간소한 그림재료를 챙겨 떠난 여행 곳곳에서 그림을 남겼다. 한 곳에 오래 머물게 되어 그렸던 그림, 어떤 장소에서 잠깐 짬을 내어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그린 그림엽서 등을 한국에 돌아와 모았다.
길 위의 그림들은 내가 낯선 시공간에서 어떤 것에 시선을 두고 동감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거울이었다.
전국 각 지역의 다양한 어린이들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어떻게 보면 흔한 사진기자처럼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황이라 부담 없이 어린이들과 함께 섞이고, 그들이 보기에도 흥미로운 관찰자가 될 수 있었다.
순간을 포착하는 요령과 대상에 다가서는 용기가 생기기도 했고, 쌍방향 소통의 작업 가능성을 일깨워 준 기회였다.
<프로필>
2004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2009 ‘엄마의 방’ 일러스트레이터 3인전, 아트스페이스 봄
2010 그림책아티스트 마켓 전시, 상상마당
2010-2012 Rogpa(티베트난민지원비영리단체) 홍보물 및 상품 그림 작업
2013 <문닫힌 짜이가게>, 여행그림 전시, 까페/서점 등
2014 공주 유구지역 레지던시프로그램 거주작가 및 전시
2015 현재 일러스트레이터 겸 그림/디자인 작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