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가 입문 교육과정] 교육 참여 후기 1. 유익한 시작

유익한 시작


사단법인 생명의숲 이진선


나는 실내 건축을 전공으로 졸업했다. 이후로 비슷한 설계 회사만 다니며, 한 번도 내가 무엇을 하는가를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할 일은 확고했으니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설계 결과물을 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활동가’란 일을 하고 있다. 활동가는 전에 했던 실내 건축 일과는 너무 달랐다. 입사하고 나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내가 나가야 하는 방향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추상적이고 확실하지 않은 활동 가치관과 주어진 맥락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쌓아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은 나에게 이번 교육은 커다란 길잡이가 돼주었다.

 


생명의숲, 도시숲팀

생명의숲은 숲 가꾸기 운동을 시작으로 현재는 숲 문화운동, 도시 숲 운동, 학교 숲 운동, 정책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숲 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다. 시민의 힘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고 보전하며, 숲의 공공성을 높여 누구나 숲의 가치를 누리는 사회를 추구한다.


나는 단체의 뜻에 동의했고, 그중 도시숲팀으로 들어갔다. 도시숲팀은 도시 곳곳에 나무를 심고, 녹지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취약계층의 녹지 접근성을 높이는 사회복지 숲을 조성하는 일을 기획하고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나에게는 단체의 활동 그 자체가 설레었고, 한가지씩 알아가며 기획할 생각에 매우 기대가 되었다.


숲을 거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더 많은 숲을 조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단체에 들어왔다. 하지만 들어와서 내가 알아가고, 해내야 할 일은 ‘숲 조성’이란 업무 외에도 매우 많고 다양하게 있었다. 자잘하게 해야 할 일부터 시작해서, 처음 하는 생소한 일, 이해가 쉽지 않은 어려운 일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느낀 어려움은 좀 복잡 미묘했다.

 

마주한 실무의 무게

실내 건축 일을 하며 캐드와 스케치업(설계 프로그램, 3D디자인 프로그램)만 썼던 나에게 조직 내 구글 문서로 소통하고, 협업하는 체계는 생소하면서 새롭게 익숙해져야 할 도구였다. 어떨 때는 익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내가 너무 작아지는 기분도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엑셀도 안 써봤고, 하물며 한글도 잘 안 써봤다. 그래서 조직 내에서 사용하는 회의록, 계획서, 품의서 등 목적에 맞는 다양한 서류 양식과 결제 절차 등이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건축 도면 등 그림이 많은 제안서 위주의 문서를 읽고 해석해 작성하는 것에 익숙했지만, 지금의 조직에 들어와서는 접한 대부분의 제안서는 글이 많아도 정말 많았다. 내가 써본 글이란 일기밖에 없었고, ’나만 볼 수 있는 글’과 ‘남에게 보여줄 글’을 작성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음을 매번 느꼈다. 나에게 ‘어떤 숲을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보다는 당장 작성이 필요한 서류와 고려해야 할 다양한 생각과 레퍼런스 등 방대한 자료의 홍수 속에서 나의 언어로 서툴지만 가공해 보는 것, 나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말 그대로 시작이었던, 신입 활동가 교육

한창 업무에 대해 배우고 있는 도중에, 조직에서 신입활동가들 대상으로 하는 “나같은 신입은 여기서 경력을 쌓나” 교육 과정을 추천해 주었다.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신입 활동가를 대상으로 활동에 필요한 여러가지 역량을 기를 수 있는 9주짜리 과정이었다. 일단 대상 자체가 “신입활동가”에 초점을 맞춘 과정이라는 공고문의 설명을 보고, 무조건 지원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나는 내가 조직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해내야 할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이번 교육 과정이 너무 반가웠고, 고마웠다. 9주 동안 진행될 교육 상세 내용을 확인해 보니, 지금 내가 느끼는 어려운 점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실무 현장에서 나는 기획하는 법, 글을 쓰는 것, 말로 설득하는 것 등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모든 게 어려워 매일 긴장의 연속이었던 나에게 적합한 시작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나만의 생각 서랍

이번 교육 과정에서 배운 가장 좋은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생각 서랍”이었다. 일상 생활이나 업무를 하는 와중에 다양한 생각이 정말 갑자기 뜬금없이 튀어나고 바로 사라져버린다. 어딘가에 항상 기록은 했지만, 그것을 분류해서 다시 열어보는 나름의 체계나 루틴이 없었기에 그 기록을 다시 활용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또 같은 맥락으로 “가치관 노트”랑 “필드 노트”라는 것에 대한 것도 알았다. 두가지 다 나의 일에 대해 정리해 보고 나의 언어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제껏 했던 일은 가치관이라는게 특별히 필요하진 않았다. 아니 있어도 의도적으로 깊게 들여다본 적은 없다. 


그렇게 “생각 서랍”, “가치관, 필드 노트”를 작성한지 몇 일 되지 않아, 우리 단체에서 나의 활동비전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기록한 내용을 기반으로 만족스럽게 공유할 수 있었다. 나의 비전을 생각해 그것을 글로 적어본다는 것은 굉장히 추상적이고 어려웠지만, 차근차근 내가 지향하는 바와 내가 하고 싶은 활동과 업무들에 대하여 생각하다 보니 활동 비전을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결론은 엄청 칭찬받으며 발표를 뿌듯하게 잘 마무리 했다는 것,,,ㅎㅎ


AI를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시간 쓰기

교육을 시작하는 동시에 나는 “서울마이트리”라는 캠페인을 담당했다. “서울마이트리”란 시민 개인이 서울 속 공원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1:1 기부 형태의 캠페인이다. 기존에는 기부를 받고 공간을 조성하거나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면, 이 캠페인은 나무를 심고 싶은 시민과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원을 직접 연결해 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서울마이트리 캠페인 구경하러 가기


이 캠페인은 결국 데이터가 중요했다. 아직 체계나 운영 매뉴얼이 없어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도 막막한 상황이었다. 교육에 참여할 때까지만 해도 사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프로그램 중 AI를 활용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교육 과정 내에 익힐 수 있어서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캠페인에 필요한 데이터를 다뤄야 할 상황이 많아 어떤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지도 어려웠는데, 그때그때 교육 및 실습에서 나온 정보를 바로 다음 날 실무에 적용할 수 있었다. 간단한 예로, 스프레드시트에도 AI를 활용해 쉽게 데이터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미로’라는 프로그램에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 결국 교육 끝에는 “서울마이트리” 체계와 매뉴얼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이젠 자동화 시스템을 어떻게 고도화할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활동가 네트워킹

이번 교육에 가장 기대했던 점은 나에겐 ‘활동가’란 무엇일지 실마리를 찾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답을 나 혼자 도출하지 말고 다른 활동가와 소통하며 만들어 내고 싶었다. 다들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떻게 정의하는지,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고 활동하는지에 대해 관찰하고 싶었다. 모인 참여자 모두 적극적이고 활기찼다. 특히 교육 과정이 마무리되고 서로 네트워킹하는 시간에 다 같이 웃으며 게임을 하며 돌아다니고, 일상은 어땠는지 어떤 가치관에 기반해 활동하는지 물어보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교육 과정을 마치며 나에게 남은 한가지 문장은 ‘불완전해도 괜찮다’라는 말이다. 불완전하기에 다양한 주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여러 동료와 나누며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교육 과정을 통해 그런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아 귀중한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활동하며 다른 분야에 있는 신입 활동가를 만나고 교류하려고 했다면 굉장히 막막했을 것 같다. 이런 기회를 제공해 준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게 참 감사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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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작성일 : 2024-08-22 15:51, 조회수 : 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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