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라는 활동 앞에는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시나요? ‘신나는’ , ‘흥미진진한’ 과 같은 말처럼 놀이는 유용한 활동보다는 재미있는 행위 그 자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놀이는 자연스럽게 발현되지만, 인간은 놀이를 통해서 심리적인 갈등상황을 해소하기도 하고 다양한 지각과 감각 경험을 발전시키기도 합니다. 고전적 놀이 이론이 “인간은 왜 놀이를 할까?" 라고 물었다면, 현대적 놀이이론은 “놀이는 어떤 기능을 할까?" 라는 물음에 구체적인 답변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적 놀이분석 중에서도 정신분석이론을 중심으로 프로이드와 에릭슨이 놀이의 어떤 기능들을 연구하였는지 살펴보면서 삶의 과정 중에서 중요한 놀이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
이전 글에서는 놀이이론을 소개하는 첫 글로 고전적 놀이이론을 설명했는데요, 놀이이론은 크게 세가지 관점으로 이루어집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형성된 ‘고전적 놀이관점', 1920년대 이후 과학적 방법론과 객관성에 가치를 두고 발전한 ‘현대적 놀이관점',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면서 놀이의 관점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최근의 현대적 접근’ 입니다. 이번에는 현대적 놀이관점에 따른 놀이의 현대이론에 대한 소개 해보고자 합니다. 현대적 놀이이론에서도 다양한 주제가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먼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을 중심으로 연구한 현대 놀이이론을 살펴봅니다.
현대적 관점에서의 놀이
현대 놀이이론은 과학적 방법과 실증주의가 지배했던 시대에 등장했습니다. 고전적 놀이이론이 철학적 사고로 놀이에 대한 기원을 탐구했다면 현대 놀이이론은 경험적 관찰을 통해서 놀이의 기능을 탐구했습니다. 유아발달의 여러 측면에서 놀이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놀이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상황들을 구체화하여 과학적 방법으로 설명합니다.
출처:https://sk.sagepub.com/reference/the-sage-handbook-of-outdoor-play-and-learning/i500.xml
정신분석이론
정신분석이론은 놀이를 무의식의 정서를 표출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고, 자아기능을 강화하고 현실세계를 숙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중심으로 해석합니다. 대표적인 정신분석이론가는 프로이드와 에릭슨이 있습니다.
1. Sigmund Freud(1856-1939) 심리성적이론
‘놀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시킨다.’
(좌) 1872년 16세의 프로이트와 그의 어머니, (우) 프로이트
출처 : https://www.thevintagenews.com/2016/02/14/sigmund-freud-was-famously-known-as-the-father-of-psychoanalysis/?chrome=1
무의식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리비도라는 성적 에너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며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비판을 받아온 프로이트는 주요 현대 놀이이론가이기도 합니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인간의 성격구조는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초아’는 본능입니다. 쾌락의 원칙을 따르며 유아적 사고에 속합니다. ‘자아’는 현실의 원칙을 따르며 본인의 나이에 맞는 사고에 속합니다. ‘초자아’는 도덕적 규범을 따릅니다.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보면 신생아 시기는 주로 본능적 충동인 원초아(id)에 의해 행동하지만, 점차 다양한 경험을 쌓아 가는 동안 자아(ego)와 초자아(superego)가 발달하는데 이러한 발달에 놀이 경험이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출처: https://slideplayer.com/slide/7586881/
Freud는 심리적 역동적 접근의 창시자입니다. 그는 심리상태를 자각이 있는 상태인 의식(conscious), 의식 밖에 있지만 쉽게 의식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태인 전의식(preconscious), 현재의 순간에 경험되지 않는 무의식(unconscious)으로 나눕니다. 이 중에서 무의식은 의식 밖의 영역에서의 요구나 욕망들을 의미하는데 이것들은 심리적 역동을 만들고, 우리는 내적으로 이러한 본능을 통제하기 위한 능동적인 노력을 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는 놀이의 동기를 쾌락의 원리로 설명합니다. 유아는 놀이를 통해 무의식적인 동기와 본능적 충동을 배출하게 됩니다. 때문에 이러한 놀이 과정은 유아의 발달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칩니다.
놀이의 정화효과
Freud는 자아기능(ego functioning)에 초점을 둔 이론에 의한 놀이의 정화(catharsis)효과를 강조합니다. 정화(catharsis)효과에 따라서 놀이활동은 유아의 심리적 외상을 입은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된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제거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이 하루는 놀이터에서 어떤 인부가 약 6미터 놀이에서 떨어져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많은 유아가 이 사건으로 인해 심각한 불안을 겪게 되었습니다. 유아들은 그러한 부정적 경험을 하고 난 후부터 그 사건과 관련된 주제의 극 놀이를 자주하였고, 몇 주가 지나면서는 그러한 주제의 놀이를 하지 않게 되면서 유아들의 불안이 점차 제거되었습니다. 이러한 정화효과는 놀이의 역할전환과 반복에 따라 일어납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OwEqmxRTrH4&;ab_channel=YaleCampus
놀이를 통해 유아는 나쁜 경험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에서 나쁜 경험을 다뤄내어 능동적인 존재로 역할전환이 일어납니다. 능동적인 입장이 된 유아는 대리적 사물이나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전이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나쁜 경험을 놀이로서 반복하면서 유아는 그 경험을 작고 다루기 쉬운 부분으로 나누어 다루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유아는 천천히 특정 사건과 관련된 부정적인 정서를 동화 시킬 수 있습니다.
정화의 기능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ⅰ) 역할전환 : 놀이는 유아가 현실을 잠시 보류하고 현실에서의 나쁜 경험을 수동적으로 받던 입장에서 그 경험을 제공하는 능동적인 사람으로 역할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 유아는 이러한 경험 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대체물이나 사람에게 전이할 수 있게 된다.
ⅱ) 반복 : 놀이에서 유아는 현실에서의 나쁜 경험이나 감정을 여러 번 반복해서 다루게 되는데, 이 방법으로 유아는 부정적 감정을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Freud, Sigmund. 1975 [1920]. Beyond the Pleasure Principle. New York, Norton. 프로이드가 놀이에 대해 언급한 저서중 하나(첨부파일).
정화 이론에 대한 반박
정화이론의 반박으로는 Kenny의 공격적인 놀이 경험 연구결과와 Walder의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Kenny의 연구결과 한 집단은 실험집단으로서 공격적인 놀잇감을 주고 다른 집단은 통제 집단으로 중립적인 놀잇감을 주었을 때, 통제 집단의 공격성은 내려갔지만 실험집단의 공격성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즉 공격적인 놀이를 하는 것이 공격성을 낮추는데에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Walder의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 개념은 정화이론으로는 동일한 내용의 놀이가 계속 반복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어린이가 불유쾌한 경험을 하게 되면 이를 갑자기 소화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경험을 놀이에 자주 반복함으로써 그 강도를 차차 약화시켜서 해결한다고 설명합니다.
2. Erikson(1902-1994) 심리사회적이론
'놀이는 유아가 주변세계에 숙달되도록 하며 자아기능을 강화시킨다.'
출처: https://www.erikson.edu/about/history/erik-erikson/
전생애적으로 발달되는 자아정체성에 대한 기초를 닦은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으로 유명한 Erikson 역시 놀이에 대한 이론을 확장시키고 놀이의 동기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정신 분석 이론의 결점을 보완한 주요 놀이이론가 중 하나입니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 사회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8단계에 걸쳐 발달된다고 설명한다.
놀이를 감정의 정화 과정으로 보았던 Freud와 다르게, Erikson은 놀이의 사회화 역할에 초점을 두어 정상적 성격 발달에 미치는 놀이의 역할을 연구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놀이는 주변 환경의 숙달(mastery)에 기여하는 발달적 현상입니다. 또한 놀이는 유아의 심리 사회적 발달을 반영하는 단계를 통하여 진보합니다.
Erikson의 어린이의 놀이 단계
Erikson은 놀이를 통해 정서적 갈등을 해결하며 자아기능을 키우고, 신체사회적 기술을 발달시키며 주변세계를 숙달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놀이의 기능을 3가지 발달 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놀이의 발달단계에는 자기 세계의 놀이 단계, 미시 영역의 놀이 단계, 거시 영역의 놀이 단계가 있습니다.
ⅰ) 자기 세계의 놀이 단계(autocosmic play)
출생 후 첫 일 년 동안, 자신의 신체를 가지고 감각적 지각이나 근육 운동 및 발성을 반복하여 시도합니다. 탐색적 놀이와 반사적 놀이를 하면서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ⅱ) 미시 영역 놀이 단계(micro-sphere play)
2세가 되면 놀잇감이나 주변 사물을 놀이 대상으로 삼아서 놀기 시작합니다. 주변 사물을 숙달하면서 유능감을 느끼고, 자아를 형성하고 강화시킵니다.
ⅲ) 거시 영역 놀이 단계(macro-sphere play)
3, 4세가 되면 타인과 함께 놀이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숙달하고, 문화와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면서 자아를 조절하고 현실에 적응합니다.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이러한 프로이트와 에릭슨의 현대놀이이론은 놀이가 발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식으로 심리,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성장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본 이론을 통해 발달에서의 놀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확장된 관점을 통해 마음 건강, 교육 등의 활동에 영감을 얻고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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